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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하고 터지는 화약은 뭘로 만들까요?
옛날에는 지금보다 단순했지만 요즘도 화약은 여러 가지 화학약품을 섞어서 만들지요. 최초의 화약인 흑색화약은 초석-황-숯의 세 가지 물질을 섞어서 만들 뿐이었지만, 요즘은 더 많은 종류의 화학약품이 혼합되지요. 하지만 어떤 화약이든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원소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질소(Nitrate)에요. 화약의 폭발도 결국은 연소반응인데(연소가 매우 급격하고 빠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다량의 가스가 발생하는 것이 폭발입니다), 질소는 산화질소의 형태로 화약 속에 들어가서 산화반응(연소)을 위한 산소를 제공하거든요. 흑색화약에서 초석(질산칼륨)의 역할이 그것입니다. 그럼 이 질소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질소의 원천은 바로 공기-_-입니다(대기의 78%가 질소). 그런데 이 질소는 생물체의 주요 구성성분이기도 해요. 바로 단백질의 주요 구성성분이 질소거든요.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탄소와 수소, 산소로만 이루어지지만 유독 단백질에만 질소가 포함이 됩니다. 단백질 하면 주로 동물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시다시피 동물은 질소를 스스로 만들지는 못합니다. 초식동물은 식물을 먹음으로서 영양소를 얻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잡아먹으면서 질소를 얻지요. 즉 질소를 흡수하는 기본적인 주체는 식물입니다. 그리고 식물은 토양에서 질소를 얻지요. 그런데 공기중에 있는 질소가 어떻게 토양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번개에요. ![]() ![]() 번개가 치면서 가해지는 에너지는 공기중의 질소와 산소를 결합시켜 일산화질소를 만들고 이 일산화질소는 다시 산소와 결합, 이산화질소를 형성합니다. 이 이산화질소가 빗물에 녹으면 질산을 만들어내게 되고, 이 질산이 토양으로 스며들어가 식물의 영양소로 흡수되어 생태계를 순환하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콩과식물입니다. 여기 오시는 분들 다 생물 시간에 배우셨듯이(이글루스는 기본적으로 미성년자가 가입할 수 없으니 중고등학교에서 다 배우셨겠지요?), 콩과식물은 뿌리에 혹을 가지고 있고, 그 속에 공생하는 질소고정박테리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박테리아가 살 곳을 제공받는 대신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자신의 숙주인 콩과식물에게 제공하는 거죠. ![]() 그럼 이 질소는 어떻게 화약에 들어갈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화약을 만들 때 쓴 초석(질산칼륨)은 오래된 집의 부뚜막이나 마루, 또는 온돌 밑에서 채취한 흙을 사람과 가축의 오줌이나 똥, 재와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초석을 조달하는 것은 인구 규모가 작던 옛날에나 가능했고, 19세기 이후 세계는 초석의 공급을 주로 남미의 구아노에 의존하게 됩니다. 초석의 쓰임새가 화약 제조뿐 아니라 비료 및 기타 용도로 점점 늘어나면서 사용량은 많아졌는데, 옛날 방식으로는 그만한 양을 조달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때쯤 칠레에서 구아노가 발견이 된 거죠. 이 구아노란 또 무엇일까요?? 구아노란 죽은 바닷새, 바닷새의 대변, 토한 물고기, 깨진 알껍질 등이 수천 년 동안 쌓인 것입니다. 여기에는 순 질소 덩어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고도로 농축된 질소 성분이 들어 있어서 비료로는 그만이고, 19세기 말이 되면 세계 비료 시장을 휩쓸게 됩니다. 사실 남미의 원주민인 페루의 인디언들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구아노를 비료로 쓰고 있었지만 백인들은 구아노의 가치를 금방 깨닫지 못했던 거죠. 하지만 일단 구아노의 효과를 알게 되자 뭔가 좋은 걸 발견할 때마다 "늘 하던 버릇"이 발동(...) 씨를 말릴 지경으로 파내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오늘의 주제가 아니고^^;; 구아노가 주로 채취되는 곳은 오세아니아의 몇몇 섬과 남아메리카의 해안지대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1880년 경 페루의 구아노가 거의 고갈되면서 가장 중요한 구아노의 공급원은 칠레가 되었지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칠레초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농부들은 물론이고, 연구자들도 질소, 질산이 필요한 용도에는 모두 칠레초석을 원료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칠레초석의 공급을 받을 수 없게 된 나라가 발생합니다. 바로 독일이었지요. 독일은 왜 초석을 얻을 수 없었는가? 그 이유는 바로 전쟁 때문이었습니다. 칠레는 독일에서 바다를 건너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인데 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인하여 그 길이 끊겼거든요. ![]() 독일에서 칠레 가는 길. 제발 1차대전 당시 지도가 아니라고 태클걸지 말아주세요. 이건 전문서적이 아니라고요-_-;;; 당시 세계 2위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던 독일 제2제국이지만, 최강의 해군력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해상봉쇄를 뚫을 수는 없었습니다. 영국으로서는 독일해군이 바깥 바다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게 당연했으니까요. 독일해군이 바깥 바다로 나온다는 것은, 섬나라인 영국의 생명선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헨리 8세의 시대부터 1차대전 시기까지, 영국은 제해권 확보에 광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집착을 했었지요^^ ![]() 독일의 해상로를 봉쇄하기 위해 영국이 설치한 봉쇄선의 위치입니다. 이것도 제발 1차대전 당시 지도가 아니라고 태클걸지 말아주세요. 이건 전문서적이 아니라고요 OTL ![]() 1차대전 직전 영국의 힘을 보여주는 사진 한 장. 스피트헤드에서 있었던 관함식의 "일부" 장면입니다. 정말 군함이 수평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지요. * 이 관함식과 관련된 에피소드 - 역시 처칠 대인과 관련이 있습니다. ㅎㅎ ![]() 맨 오른쪽이 처칠이고 그 옆에 나란히 걷는 수염 뾰족한 사람이 독일 황제, 카이저 빌헬름 2세입니다. "우리 독일 육군의 위용이 어떻소? 오합지졸 영국군에 비하면 정말 장관이지 않소?" 카이저의 뽐내는 소리를 들은 처칠은 당황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답했습니다. "폐하, 폐하께서는 해군을 좋아하시지요?"멋진 광경이 보고 싶으시다면 내년에 스피트헤드에서 열리는 관함식이나 한번 구경하러 오시지요. (카이저는 세계에 유례가 드문 해군 덕후였습지요ㅋㅋ) 하여간 영국의 해상봉쇄로 인해 독일은 칠레에서 초석을 수입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화약의 소요량이 늘면서 초석에 대한 수요는 도리어 폭증하고 있었지요. 게다가 외부로부터의 식량 수입이 불가능해지면서(1차대전 개전 전 독일은 미국,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지에서 막대한 양의 밀과 육류를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독일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식량을 국내에서 조달해야만 했거든요. 이는 곧 비료의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지요. 이것도 역시 질소, 즉 초석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위에서 말했듯이 독일은 칠레와의 해상교통로가 단절된 상태였고, 독일이 전쟁 전에 만일을 위해 비축해 둔 초석을 아무리 아껴서 쓴다고 해도 2년 이상은 쓸 수 없었습니다. 고로 독일은 탄약과 식량의 부족으로 연합국에게 항복하든가, 말 그대로 허공에서라도 질소의 공급원을 찾아내야 했지요. 그리고 독일은 그걸 해내고야 말았습니다. 당시 독일의 최고 우수한 화학자 중 한 명이자 최초로 독가스의 실전 투입에 성공하기도 했던 화학자, 프리츠 하버(Fritz Haber, 1868~1934)는 조국 독일이 질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그는 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인 1904년부터 연구를 시작, 1909년에는 공기중의 질소와 수소를 사용해서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있었습니다(암모니아(질소원자1+수소원자3)는 모든 질소 계열 화합물의 기본 재료가 됩니다). 1913년에는 공업화 단계에도 성공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개발 속도는 그렇게까지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독일이 당시 세계 1위의 화학공업 국가이긴 했지만, 칠레초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공장을 대규모로 짓는다는 것은 별로 급한 일이 아니었던 거죠. 전쟁이라는 시급한 시국이 국내에서의 질소 조달을 서두르게 만들지 않았다면 하버의 신기술도 그렇게 빨리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지는 않았을 겁니다. 결국 전쟁으로 기존의 질소 공급원이 두절된 것이 신기술의 활성화에 뜻밖의 도움을 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덧 : 어째 오늘 포스팅은 본 주제보다 곁다리 얘기가 더 많았던 듯.....?--;;; 덧2 : 20만힛 이벤트 진행중! 오늘 밤 23시 11분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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