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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정말 한국인을 억압하기 위해서"만" 헌병경찰제를 하였을까?

이제까지 중고딩 애들 가르치면서 늘 그렇게 가르쳤었고 앞으로도 이 시대를 가르친다면 역시 그래야 할 겁니다만, 이게 그렇게 쉽게 한마디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닐 듯.

딱히 어디서 연구한 걸 본 건 아니지만 그건 순전히 일본이 그럴 수밖에 없어서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분명히 하자면 일제 초기인 무단통치시기 헌병경찰제에 대한 한국 역사서, 특히 교과서의 기술은 한민족을 탄압하기 위해서 일제가 의도적으로 일반 경찰이 아니라 군대의 일부인 헌병을 동원했다는 것이죠. 이것이 아예 잘못된 기술은 아니라고 봅니다. 단순히 헌병을 치안 유지에 동원했을 뿐 아니라 일반 경찰에 대한 관할권까지 상당부분 헌병이 담당하고, 의병 진압 등 정말 무력이 필요한 치안활동 뿐 아니라 일반 잡다한 경찰업무까지 담당시켰으니까요.

그런데 이게 생각해 보면 딱히 조선인을 탄압할 의도에서만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단 말입니다?

일단, 구일본제국의 헌병은 애초에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군대 내의 경찰"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은 프랑스의 헌병 제도를 본딴 국가헌병제도를 채택하고 있었고, 일본 본토에서도 헌병은 대민치안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헌병은 일본 본토에서도 민중에게 있어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었으며, 동아총통특무대의 나카무라를 보면 그런 헌병의 모습이 일부 희화화되어 나타나곤 합니다. 그리고 조선에서 실시한 헌병경찰제를 봐도 프랑스와 유사하게 도회지는 경찰이, 산간 시골지역은 헌병이 치안 유지를 당하는 체제를 유지했고요. 아, 에드몽 당테스가 체포당한 것도 경찰이 아니라 헌병의 손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유념해 주시면 되겠네요.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문제는 일반경찰제를 실시하고 싶었다고 해도 인원이 없었다는 것입니다-_-;;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다른 국가를 병합하여 통치하게 되었다면 치안 장악을 위해 가장 편리한 것은 현지의 경찰을 흡수하여 내 통치기구의 하부조직으로 부리는 것입니다. 2차 세계대전 때도 독일이 프랑스나 폴란드를 점령했을 때 프랑스 경찰, 폴란드 경찰을 해체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독일에 협조하여 치안 유지 업무를 계속 담당했습니다.

일본 역시 대한제국 경찰을 그대로 총독부 산하 경찰로 흡수했습니다. 문제는 제대로 굴러가는 나라가 아니었던 대한제국의 본질적 문제죠. 대한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경찰관의 수는 6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여기서 한국인 경찰관은 4천명 가량, 나머지 2천은 일본인 경찰관이었습니다. 2천만 인구를 가진 국가에서 6천 명의 경찰관이라면 1인당 감당해야 할 인원이 3300명에 달하게 됩니다. 참고로 현대 대한민국은 인구 4500만에 경찰 10만으로 대략 450명에 1명 꼴.

게다가 대한제국 말기에는 사방에서 의병이 일어나 행정기구를 공격했고 의병의 이름을 참칭한 화적떼도 곳곳에서 출몰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치안 유지를 위해 이 정도의 경찰력으로는 턱도 없었고, 본래 프랑스식의 국가헌병제에서는 이런 식의 내부 소요 진압 역시 헌병이 맡습니다. 정규 육군 전투부대는 대외전선 담당, 국가헌병은 대내전선 담당이랄까요? 그러다 보니 일본도 정미의병 이후의 의병 진압에 조선에 주둔하고 있던 정규 육군 전투부대를 투입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다수의 헌병대를 투입하고, 인원이 부족해서 한국인을 헌병보조원으로 채용, 투입합니다. 1910년 합방 시점에서 일본인 헌병의 수가 약 2천, 조선인 보조원의 수가 약 4천 정도입니다. 경찰 쪽의 비율과 거의 같네요.

자, 하여간 한반도 내의 의병운동도 거의 마무리가 되고 합방도 되었습니다. 그럼 헌병을 해산하고 보통경찰제로 바꿔도 되지 않냐고요?

문제는, 일본 쪽에도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있습니다. 그 인원을 어디서 빼오느냐 하는 것이죠. 일전에 이 포스팅에서 언급을 했었지만, 보통경찰제로 전환하면서 총독부는 6800명의 경찰 인력 - 기존 헌병대 인원과 거의 같습니다 - 을 충원하기 위해 헌병에서 2천 명 이상 인원 전환을 받고, 일본 본토에서 1500명을 전속시키고, 3천명 이상을 신규 채용해서 인원을 채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급팽창이 갖는 문제들을 톡톡히 겪었죠. 자질이 부족한 자원의 유입, 폭탄 떠넘기기 등등 말입니다.

그런데 이 보통경찰제를 합방 직후에 실시했다고 가정을 해 보죠. 헌병대 숫자에 해당하는 6천 명의 경찰관을 갑자기 어디서 데려올까요? 일본 본토? 일본이라고 인원이 그렇게 남아 돌 리가 없지 않습니까? 메이지 말기 일본 경찰관 정원은 저도 모릅니다만, 현재 일본 경찰관의 수가 28만 가량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구 비례로 따지면 그때 경찰관 수는 9만 명은 되었지 싶은데...그래도 6천이면 7%는 됩니다. 일시에 그만한 수를 빼도 될 정도의 예비 인원이 있을 리가 없지요.
군대는 어차피 평화시에는 여분, 잉여이기 때문에 일본 본토에 주둔한 군대를 빼다가 조선에 배치해도 됩니다. 헌병도요. 더구나 일본은 국경을 접한 외국도 없죠? 그런데 경찰은 안 되죠. 빼내면 곧바로 본토인 일본의 치안에 빵구가 납니다.
이건 대한민국이 북한을 재수복했다고 해서 곧바로 대한민국 경찰을 아오지 파출소에 배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인 겁니다.

그럼, 신규 경찰관 채용?

당연히 적합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그만한 숫자로 채용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10년 뒤에 3천 명을 채용하면서도 그렇게 애를 먹었는데 말이죠. 한국군 해산장병이나 한국경찰을 상당수 흡수하고도 합방 당시 경찰관의 수가 6천 명 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을 추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가능성도 별로 없습니다. 일제에 대한 충성심이 희박한 사람들이 갑자기 천황 폐하의 경찰관이 되겠다며 밀려들 리도 없고, 그렇게 밀려들어도 믿고 채용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결국 그나마 현실적인 보통경찰제라고 하면 헌병들을 모조리 제대시켜 경찰로 재취업시키는것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결국 "옷만 갈아입힌 헌병"이 되기 십상이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습니다. 당장 우리 교과서에서도 "일제의 보통경찰제는 헌병을 옷만 갈아입힌 거"라고 무작스럽게 까고 있지요ㅋ

결국 헌병경찰제는 현상유지로 계속 가다가 3.1운동을 계기로 보통경찰제로 전환하게 됩니다.


위의 두서 없는 글을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렇게 됩니다.

일제 식민지 초기 10여년을 무단통치기라고 부르는 데는 불만이 없습니다. 일본에도 없었던 태형을 조선에서는 부활, 유지시킨 조선 태형령이나 치안책임자인 경무총감을 헌병사령관이 겸임하게 한 것, 교사나 의사에게 제복을 입고 칼을 차게 한 것 등등은 조선인을 무위로 억압하려 한 의도가 맞다고 생각하며, 그런 것들이 무단통치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맞다고 봅니다. 헌병이 치안 업무를 맡게는 하더라도, 경찰관료 출신의 경무총감이 통제를 하거나 적어도 병존하는 방법도 있었는데 아예 경찰 자체가 헌병사령관의 휘하에 있었으니 말이죠.

다만 "헌병이 치안 유지를 했다"는 것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것은 어딘가 빗나간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그 헌병이 "어떻게" 치안 유지 활동을 했나 하는 것이거든요. 물론 교과서는 민간인에 대한 억압 및 살해, 독립운동 탄압, 제암리 학살사건 등 3.1운동과 연류된 발포/학살 사건을 제시하며 일본 헌병의 한국인 억압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헌병이 아닌 보통경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거죠. 아닌말로 일본 경찰관이라고 조선인을 부드럽게 대하고 헌병은 거칠게 대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단순히 헌병이 나서서 "치안유지" 활동을 했다는 것만으로 일본을 까면, 지금도 헌병대가 대민치안을 유지하는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같은 나라는 뭐가 될까요?(먼산)





by 슈타인호프 | 2013/10/15 09:29 | 한국현대(~20XX)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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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엘레시엘 at 2013/10/15 09:36
일본이 뭐 무협지에 등장하는 마교집단이 아닌 이상에야 '억압을 위해서만' 그런 짓을 할만한 여유가 있을리가...
Commented by 침묵제독 at 2013/10/15 09:46
나라마다 다른 경찰제도를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으니 그렇겟죠...
프랑스식뿐만 아니라, 요즘 미드를 보면서도 명칭만 알지, 미국의 시경찰과 주경찰, 보안관의 관계가 어떤건지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특히 보안관은 아직도 서부시대같이 시골의 보안관만 생각하는데, 큰 카운티의 보안관도 우리나라에서 교육감 뽑듯이 선거로 뽑는다는 걸 알까요?
게다가 의무병역제인 나라에서 헌병하면 다들 좋은 인상보단 안좋거나 불편한 이미지가 많으니까...그게 겹치는 거겠죠.
Commented by 백드러머클랜 at 2013/10/15 11:27
미국 지방선거 제도로 뽑는 직위가 무엇무엇인지 나열되어 있는 문서 링크같은거 구할 수 없나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13/10/15 11:45
그나저나 의병진압을 위해서 일진회원들을 데려다가 '자위단'이라는걸 만들어 보조부대처럼 운용했다는데(조정래의 아리랑에서도 살짝 언급) 여기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목적달성(?)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군요 헌병보나 순사보가 되었나...
Commented by 대공 at 2013/10/15 12:09
그래서 원래 헌병이 합병 이전에 일본에서 쓰였던걸 알고 놀랐죠
Commented by Ladcin at 2013/10/15 12:24
그러니까 그 헌병은 프랑스 장다르메같은 기능이군요
Commented by 지나가던과객 at 2013/10/15 14:02
행인1/ 의병진압을 위해서 일진회원들을 데려다가 => 중고교의 일진들의 기원이 여기서 밝혀지는군요!! 아직도 대한민국에 대한 식민지배 야욕을 버리지 않은 일본의 야욕을 알게 됬슴다!!

......라고 뻘소리 한 번 외치고 갑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13/10/15 15:40
그래서 일진들을 선도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이 나왔나 봅니다.
Commented by Real at 2013/10/15 14:37
조선보병대 해산때 주로 순사와 교도관쪽으로 직업알선을 많이 시켜줬다고하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게 1930년대였는데 그때도 경찰인력은 계속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오니..
Commented by 하늘여우 at 2013/10/15 16:40
그러니까 10년대엔 의병활동 탄압+인원 부족으로 헌병제를 유지하다 20년대 와선 국제사회의 비난 회피 겸 마침 인원 확충도 가능해져서 경찰제가 되었다... 정도인가요?
Commented by Let It Be at 2013/10/15 17:19
국제사회비난이아니라 경험미숙이죠
Commented by Let It Be at 2013/10/15 17:19
무엇보다도 일본이 식민지경험이없어서 좌충우돌한건

종자가 악질이여서 그랬다는식으로 서술하는 현교과서들이너무웃김
Commented by 666 at 2013/10/15 18:55
식민지를 막 획득한 입장에서 가장 먼저 해야 될것은 피식민지인들을 억압해서 체제를 안정시키는 거죠. 따라서 헌병경찰제든 보통경찰제든 존재이유는 피식민지 탄압입니다. 그외의 질서유지, 범죄수사등은 부차적인 임무일뿐이죠.
식민지를 지배한 모든 나라들은 처음 군대가 치안을 유지하다가 식민지인중 협력자를 뽑는 형태로 점차로 일반경찰로 변모합니다. 일본도 똑같은 길을 간거죠. 10년이 지나면서 협력자들이 다수 출현했고, 31운동의 실패로 저항의지도 대폭 약화됐으니 실현한것뿐입니다. 물론 그 임무는 위에 썼듯이 피식민지인 탄압이고요.

p.s 일본이 경험이 없어서 우리에게만 심하게 대한거지 알고보면 나쁜넘이 아니다라는 식의 주장은 너무 웃기네요..
Commented by ... at 2013/10/16 00:48
먼저 주인장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선하게 본 적 없음 그리고 식민지든 아니든 경찰이라는건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대상 마지막으로 일제치하의 모든 공무원(교사든 경찰이든)을 친일파라 보는 시각은 더더욱 곤란
Commented by 아로마 at 2013/10/19 19:47
이런 넘들 떄문에 빡친다니까 현상이 그렇다는걸 애기하는데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인 양 감정이입해가지고 애국자 빙의함 ㅋㅋㅋ
Commented by 零丁洋 at 2013/10/15 19:46
이런 헌병의 존재를 보니 일제가 민간 보다 군이 우위인 국가로 보이는 군요.
Commented by at 2013/10/15 22:14
몰랐음?
Commented by at 2013/10/15 22:15
하긴 니는 나찌 빨다가 까다가 할 정도인데 일제가 뭐가 어땠는지 알 턱이 없기는 하겠네.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13/10/16 00:27
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3/10/16 09:17
엘레시엘//개인이라면 모를까 국가가 그렇게 행동하는 건 레알 미친 거지요.

침묵제독//그러게 말입니다.

행인1//글쎄요. "알바"니까 대부분 계약이 끝나 해고되지 않았을지.

대공//???

Ladcin/거기에 게슈타포를 추가하셔야 합니다.

지나가던과객//ㅋㅋㅋ

파파라치//.........

Real//그보다는 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이어서일 거라고 저는 생각중입니다만.

하늘여우//인원 확충이 가능해진 건 아닙니다. 그때도 억지로 바꾼 거예요. 통치정책의 이미지 문제가 컸겠지요.

Let It Be//끄덕.

666//그런 문제는 예전에도 포스팅한 적 있습니다. "통치비용 문제"라는 제목으로 된 포스팅이니 관심 있으면 보셔도 될 듯.

...//일단 옹호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헌데 오해 가능성이 쩔기는 합니다만 666님이 딱히 제가 그런 발언을 했다고 명시하지는 않으셨습니다. 친일파언급도 안 하셨고요.

零丁洋//네.

흠//뭐 여기서 대놓고 이상한 소리 하지 않는 이상은 어떤 사람이든 좀 참아주시기를.

사바욘의_단_울휀스//님은 이제 차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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