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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단 발견! - 2차 세계대전 외전
“부상. 심도 잠망경 심도.”
“잠망경 심도!”

함장의 지시에 따라 승무원들이 바삐 움직이면서 수심 100미터 깊이에 있던 쇳덩어리가 차츰 떠오르기 시작했다. 풍랑 없이 잔잔한 북방의 바다, 너무 급하게 떠올랐다가는 눈에 핏발이 선 적의 대잠 수색망에 걸릴지도 모른다. 더구나 이곳은 육상에서 출격한 미군의 대잠초계기가 마음만 먹으면 활동할 수 있는 해역인 것이다. 미국인들이 만든 장거리 대잠초계기의 작전반경은 엄청나게 길었다.
잠수함이 해면 바로 아래에서 조용히 멈추자 함장은 잠망경을 조용히 상승시켰다. 그리고 한 바퀴를 빙 돌며 주변을 수색하던 그의 눈에 애타게 기다리던 표적이 들어왔다.

“미국에서 오는 적의 호송선단이다! 거리는 2해리, 회피기동인지 방위 110에서 북서쪽으로 직선 이동하는 중. 즉시 잠항 상태로 전진하라, 적의 진로를 가로지르는 쪽으로 간다.”

기관실의 독일제 모터가 조용히 움직였다. 잠망경 심도에서 움직이는 것이니만큼 거의 수상 항해나 마찬가지라서 디젤 엔진을 가동해도 무방하겠지만, 혹시라도 엔진음이 적의 청음기에 들릴 것을 우려한 함장은 전기 모터로 움직일 것을 명했던 것이다. 마침 배터리에 충전해둔 전력이 넉넉했고, 이동할 거리도 멀지 않아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함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잠수함이 위치를 잡고, 승무원들의 움켜쥔 손에 땀방울이 흐르는 사이 선단이 어뢰의 조준선에 측면을 드러냈다. 40여 척의 수송선과 10척 남짓한 호위함으로 된 대규모 선단. 아까 처음 선단을 발견했을 때도 보아두었지만 호위함은 선단의 기함으로 추정되는 경순양함 한 척에 원양 항해용인 구축함 세 척, 구잠정 네 척 뿐이었다. 잠수함에게 가장 두려운 상대인 미국 해군의 호위항공모함은 한 척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미국 해군이 이 해역까지 항공모함을 늘 파견할 여유는 없을 테니 당연한 일이다.
저 멍청한 녀석들은 자기네 항모는 선단 호위에 절대 투입하지 않았다. 항공기의 직접 초계야말로 잠수함의 접근을 차단하는 최고의 방법이건만, 저 멍청이들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단호송 임무에 항공모함을 내보내지 않았다. 덕분에 우리 잠수함대 소속 함장들의 통상파괴활동은 한층 더 쉬워졌고, 미국에서 오는 물자의 많은 분량이 속절없이 깊은 바다로 사라져 갔다. 이 잠수함의 사령탑에만 해도 11개나 되는 킬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발사!”

짧은 구령과 함께 함수 쪽 발사관에 장전되어 있던 4기의 어뢰가 연달아 발사관을 떠나 전방에 있는 적의 선단을 향해 방사형으로 물속을 달렸다. 어뢰실에 있던 승무원들은 명중을 확인할 틈도 없이 급히 예비 어뢰를 재장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이 타고 있는 U7형 잠수함이 적재할 수 있는 어뢰는 14발, 이번 출격에서 처음 적과 조우한 만큼 이들에게는 아직 10발의 어뢰가 남아 있는 셈이다.
지시된 방향과 심도로 어뢰를 발사하는 것은 어뢰반원들의 몫이지만 어뢰가 목표에 맞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잠망경을 붙들고 있는 함장과 그 옆에서 초시계를 들고 있는 부장의 몫이다. 1초, 2초…숨 막히는 시간이 흐르자 연달아 울리는 폭음이 잠수함의 선체를 뒤흔들었다.

- 콰아아앙!

얼마 기다릴 것 없이 발사된 어뢰들 중 한 발이 명중했다. 함장은 재빨리 잠망경을 움직여 연기가 치솟는 지점을 찾았다. 미국제 전시 표준형 리버티 수송선 한 척이 물기둥 속에서 옆으로 쓰러지는 광경이 보였다.

“격침! 리버티 급.”
“꺄호!”
“만세!”

함장의 짧은 격침 확인에 사령실 안에서는 짧고 나지막한 환호성이 올랐다. 잠수함에서 지켜야 할 은밀성의 중요함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승조원들은 자칫 새어나간 소리가 적의 청음기에 들릴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함성은 금방 잦아들었고, 사령실 안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 콰아아앙~!

이번에 함장의 잠망경 속에 잡힌 것은 7천 톤 급 탱커였다. 비교적 큰 선박이어서인지 단박에 두 조각이 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선복에서 피어오르는 시커먼 연기 사이로 급히 내려지는 구명정이 보였다. 승무원들은 조용히 세 번째 폭음을 기다렸지만 나머지는 모두 빗나갔는지 더 이상의 폭음은 없었다.
가격이 더 비싼 유도어뢰는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함부로 발사할 수 없어 이번에 쏜 것은 4발 모두 직주어뢰였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명중률이 낮았고, 최적의 공격 위치를 잡고 선단의 측면에서 발사했음에도 명중탄은 두 발 뿐이었다. 하긴 두 발이면 충분하기도 하지만.

“키를 270으로! 방향을 바꿔서 다시 친다.”

잠망경을 붙잡고 적 함대를 주시하던 함장이 침착하게 지시했다. 적 선단은 어뢰 명중의 충격으로 당황해서 혼란에 빠져 있고, 호위함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우왕좌왕하며 주변 바다에 마구잡이로 폭뢰를 뿌리고 있었다. 어뢰가 발사된 방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말이다.
저들의 혼란스런 대응에 큰 몫을 한 것은 아군이 사용한 어뢰가 항주중에 대량의 기포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추진식이라는 데도 이유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저들이 호위임무를 경시한다는 데 있었다. 함대결전사상에 미친 적의 수뇌부는 가능한 모든 전력을 언제 있을지 모르는 우리 해군과의 대결전을 위해 온존시켜놓고 있어서 선단 호위에 동원하는 전력은 극소량에 불과했다. 게다가 적 해군 수뇌부부터 말단까지 만연한 호위 임무에 대한 기피 현상 때문에 교대근무도 이뤄지지 않아 호위함 승무원들은 피로에 절어 있는 상황이었다. 이 모든 상황은 잠수함을 이용한 통상파괴전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함장님,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쟤들은 멍청이들이니까.”

부장의 염려에 대해 함장은 비웃음으로 답했다. 지난 70년 동안 있었던 두 번의 전쟁, 양자가 모두 상당한 국력을 기울여 싸웠던 그 싸움에서 저들은 매번 패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로 또 선제공격으로 덤빈 것이다. 그것도 정당한 명분도 없이 말이다. 하긴, 저들이 언제는 제대로 된 명분을 가지고 전쟁을 걸었냐마는.

“우리가 지금 낭군(狼群) 전술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 자리에서 그대로 저놈들을 뼛속까지 탈탈 털어줄 수 있겠지만 지금 이 근처에는 우리뿐이니 할 수 없지 않나. 이대로 저놈들의 회피기동 항로를 가로질러가면서 선제점을 잡고 어뢰를 한 발씩 먹여 준다. 다행히도 저놈들은 자기네 회피기동 교범에 나온 대로만 움직여 주니, 일단 선단을 포착하기만 하면 진로를 앞질러 가는 것은 여반장이지, 하하!”

호쾌하게 웃고 난 함장이 지시를 내리자 잠수함은 곧바로 다음 매복 지점을 향해 움직였다. 신속한 이동을 위해 가동하는 디젤엔진의 쿵쿵거리는 진동이 함체 전체로 전해지는 가운데 부장은 조용히 전과를 기록했다.

- 1942년 4월 13일. 북위 XX도 YY분, 동경 AA도 BB분. 현지시간 14시 34분, 40여척의 수송선과 10여 척의 호위함으로 이루어진 선단 발견. 측방에서 어뢰 4기 발사, 리버티 급 수송선 1척 및 7천 톤 급 탱커 1척 격침.

펜을 내려놓은 부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과연 함장의 생각처럼 이번 전쟁도 우리가 이길까? 70년 전에 1:1로 싸웠을 때는 우리가 이겼다. 40년 전에 저들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전쟁을 걸어왔을 때도 2:1이지만 우리가 이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과 영국이 저들 편에 있고 믿을 수 없는 러시아가 우리 등 뒤에 있다. 아무리 저들이 머저리 같다고 한들, 이번에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전쟁 속에서 잠시 전쟁을 잊은 부장의 상념은 오래 가지 못했다. 어느새 목표 지점에 도착했는지 함장의 호통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전방 적 선단을 향해 어뢰 발사! 신속히 발사 후 회피한다!”

함장의 호령에 부장은 방금 전까지의 상념을 모두 잊었다. 이제, 다시 전쟁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시작된 것이다.

“격침! 1만 톤 급 대형 수송선!”
“황제 폐하 만세!”

- 끝 -


by 슈타인호프 | 2013/08/31 20:12 | 봉황의 비상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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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dcin at 2013/08/31 20:14
황제 폐하라니..!?
Commented by 22nd at 2013/08/31 20:21
... 어떻게 된 세계관인지 여쭙어 볼 수 있겠습니까? 대략 이친구들은 제2제국의 해군으로 짐작되긴 하는데....;
Commented by 오땅 at 2013/08/31 20:26
연도로 봐서는 일본 제국 같은데요.
Commented by 22nd at 2013/08/31 21:13
통상파괴하는 U로 시작하늠 잠수함이 나오길래 반시적으로 독일을 떠올렸네요...
Commented by 대한제국 시위대 at 2013/08/31 20:44
조선제국인듯... 니뽕이라면 덴노헤이까 반자이나 일왕전하(?) 만세를 해야하는데...;;;

......잠깐? 적이 미국입니까? 1000만 대군과 100척의 항공모함, 전차 5만대의 먼치킨급 국가를 상대로???
Commented by 에르네스트 at 2013/09/01 00:07
뭐 기술향상 조선제국(유도어뢰면 원래 역사에서는 독일도 아직 못만들었던 년도)(그런데 독일에서 부품좀 수입좀 해온듯? 독일제 모터 운운하는거보면) VS 일본식 생각을 가진 미국의 싸움인거 같습니다?
Commented by SM6 at 2013/08/31 22:22
한국VS일본(+미영) 이건가요.
Commented by 데프콘1 at 2013/08/31 23:10
제3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 아돌프 히틀러의 탄생인가?
Commented by BOT at 2013/09/01 01:10
문명.. 같은데요? =ㅅ=);;;
Commented by 빛의화살 at 2013/09/01 01:21
문명.... ... 하셨군요.
Commented by 쿠루니르 at 2013/09/01 03:11
?!
Commented by 키르난 at 2013/09/01 07:58
몽유잡담은 아니니 문명...;;;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3/09/01 11:50
SM6님 정답^^

봉비 6부에 해당하는 시대의 한 장면입니다. 추축동맹의 한 편에 선 조선군과 연합군에 속한 일본 사이의 대결이죠.

사실 의도적으로 카테고리도 안 나누고 조선과 일본이라는 국가명을 글 속에 넣지 않았습니다만, 잘 보면 포인트는 있었습니다.

- '독일제'를 유독 강조한 것 : 독일이 아니 나라가 독일제 물건을 쓰는 거니까요.
- 독일이면 황제 폐하가 아니라 총통 만세를 외치......지는 않았겠죠. 나치랑 가장 거리가 있는 해군이니.
- 교전 위치가 "동경"으로 표시된다는 이야기는 북태평양 전선을 의미했습니다.
- 함대결전사상에 미친 해군은 일본 해군이고요.
- 미국 해군과 '저들의 해군'을 따로 구분하는 것부터가 지금 맞이한 적이 미군이 아니라는 의미겠지요.
- 매뉴얼대로만 움직이는 것도 ㅇㄹ본인들의 특성이지 말입니다.

자아.......앞으로도 종종 이런 식으로 서비스(?)를 해볼까 합니다^^;
Commented by γοργεους at 2013/09/01 13:56
아이쿠 이제 조선은 망했어 미국느님과 싸운다니(.....)

줄을 서도 왜 추축국요ㅠㅠ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13/09/01 17:56
뭐 대강 일본만 때려잡고 나서 소련에 대항할 장기말의 가치를 내세워 미국과 강화....정도 일까요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13/09/01 20:57
이 세계관에서 조선 함대가 대양으로 나갈땐 어느 경로를 주로 이용하나요?
Commented by 이카루스 at 2013/09/02 13:27
저는저작전구역이더궁금하다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3/09/02 13:50
γοργεους//그래야 독일제 무기로 무장합니다(쓰흡)

천지화랑//과연????

길 잃은 어린양//남부 오키나와 일대로 나갑니다. 유구 왕국은 조선의 보호국이니까요.

이카루스//알류샨 열도에서 가까운 북태평양 일대입니다~
Commented by γοργεους at 2013/09/02 16:30
독일무기 인정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13/09/02 18:38
그럼 건영전이라든가 내가 히틀러라니! 라든가...이런 거 후편은????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3/09/03 13:42
그때그때 내키는 것 우선으로 씁니다(...)
Commented by ㅇㅅㅇ at 2013/09/04 22:04
낭군은 wolf pack 전술인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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