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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만주와 조선에 들어온 소련군에게 "살기가 없었"는가?
"살기등등이라는 말을 가지고도 꼬투리 잡느라고 정신이 없는데, 실전을 많이 치른 병력일수록 군기는 오히려 풀린다. 세상 밑바닥의 험한 꼴인 전투를 치른 병사들에게 가식에 불과한 군기 강요하기가 더 어려우니까. 그러니까 더 살벌한 거다. 살기등등이란 그런 뜻에서 쓴 말이다."

이건 뭐랄까요. 실전을 많이 치르고 죽을 위기를 수시로 넘기는 "정예부대"일수록 군기가 풀린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만약 위 박사님 말씀이 맞다면 독일에 밀려들어간 소련군 중 독일군과 최전선에서 싸우며 진격한 1선 부대가 아닌 잔적 소탕과 후방 안정을 위해 들어간 2선 부대가 훨씬 더 많은 대민범죄를 저지른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1선 부대 소속의 소련군 장교가 독일인 수녀원장에게 "우리 뒤에 올 것은 돼지새끼들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죠."라고 할 정도인 집단인데? 전투는 분명히 1선 부대가 더 많이 할 텐데요? 예외가 물론 있겠지만 늘 위험에 처한 1선 부대보다 죽음과 거리가 있는 2선 부대의 군기가 개판이라는 것이 제 상식이라 저분과는 좀 많이 다릅니다. 한국군에서도 후방 부대의 "똥군기"가 더 센 게 바로 저게 원인 아니었나요.

아, 어쩌면 저분이 말하는 군기는 그저 겉멋"만" 이야기하는 걸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본론으로 가서 말해 봅시다. 만주와 북한에 처음 들어온 일선 전투부대였던 소련군이, 수백만의 구경 나간 사람들에게 비쳤던 소련군이, 왜 저분 말씀처럼 "살기가 없었"을까요?

간단해요.



전쟁 끝났고 죽을 일 없습니다.



도시에 입성하는 소련군 병사들은 이미 일본과의 전쟁이 다 끝났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이들은 제대로 된 저항도 받지 않고 하루 수백 km씩 신나게 진격했으며 진격로상의 일본군은 있다 해도 흩어져 도망치기에 바빴습니다. 저항하는 일본군 거점이라는 것이 대부분 요새화된 국경 일대였지, 기동부대가 진입한 만주 내에서는 그런 것도 없었으니까요. 신이 나서 진격하는데 뭐가 두렵다고 살기를 내뿜습니까.


또한 소련군에게 있어 만주, 북한 지역의 환경은 독일과도 다릅니다. 독일에서의 경우, 종족전쟁으로 번진 독소전의 태생적 배경으로 인해 전투를 벌이는 소련군 입장에서는 독일인 자체가 적이었습니다. 소련군에 대한 공포와 나치의 광신성, 친위대의 위협으로 인해 끈질기게 저항하는 독일군은 저항할 수 있는 거점이라는 거점에는 모두 틀어박혀 소련군과 싸웠고 국민돌격대도 정규군에 협조하여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하지만 만주, 북한에서 그랬던가요?

소련군에 맞서는 일본군의 저항 거점은 국경의 요새진지에 한정되었지, 어떤 도시나 마을도 독일이 그랬던 것처럼 "XX 요새"를 내세우며 소련군에 저항하여 시가전을 벌이며 맞서지 않았습니다. 요새화를 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던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일본군이 피지배민인 만주인, 중국인, 한국인의 지지를 전혀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긴, 자국민인 일본인들도 버리고 도망가는 놈들에게 뭘 바라겠냐마는......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분명 소련군은 "만주와 조선의 민중을 일제의 압제에서 해방하는" "해방군"이었습니다. 따라서 중국이나 조선 민간인들이 독일 민간인들처럼 게릴라가 되어 소련군에게 위협을 가할 우려 따위는 전혀 안 해도 좋았습니다. 게다가 소련 병사들도 이 사실을 교육받아 아주 잘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만주와 조선 민중을 해방하러 왔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해방시켜주러 온 그 사람들에게 살기를 크게 보일 일이 있을까요? 물론 살기를 대놓고 드러낸 강간질과 도둑질을 겪고 난 다음에는 조선인들의 태도가 달라졌지

살기라는 것도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나, 혹은 자신이 뭔가 드러내려 할 때나 표출되는 거죠. 만약 주변에 아무 위협도 없는데 살기를 내뿜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놈을 미친놈, 살인마라고 부릅니다. 군대 내에서도 그런 놈은 바라지 않습니다.

자, 그럼 소련군의 "살기"를 겪은 사람들의 증언도 들어볼까요? "승전 행진"과 "대도시에 입성하는 군대"가 아니라 도시와 마을에서 살아가면서 소련군을 접한 사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전투부대인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약탈과 폭행을 자행하는 바람에 일본인이든 조선인이든 공포에 떨었다는 이야기? 그나마 대도시는 좀 낫지만 시골 오지로 갈수록 소련군이 더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야기? 끝이 없을 것 같지 않으십니까?






"따지고 보면 당시에도 정예 소련군을 본 사람이 있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이건 질 맞은 군대가 어떻게 그리 빨리 진격할 수 있었느냐고 거품 무는 행각에 대한 답도 된다. 이 문제로 거품 무는 자들은 ‘당시 동아시아 지역에 투입된 소련군의 전력이 보잘 것 없었다’라는 의미를 ‘그러니까 이 지역에 투입된 소련군은 모두 전투 가지조차 없는 거지부대 였다는 뜻이지’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예, 이제야 자신에게 가해진 공박의 "일부"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이제 이글루스에서 3년째로 접어드는 박사님의 화법의 특징은 자신이 주목하는 부분에만 집중하고 그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은 그냥 언급하지 안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며칠 전 여기서 화제가 됐던 독소전 초기 88mm 포의 역할도 그렇죠. 분명 88mm 포가 "모든 소련 T-34"를 격파한 게 아님에도 다른 포의 역할을 무시했듯, 여기에서도 본인의 주장인 "전반적으로 형편없는 전력의 소련군"이라는 큰 그림에 의거하여 "일부 정예 소련군"은 아예 언급도 하지 않으셨던 겁니다.

사실 이런 화법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가 보통 구 일본군을 개새끼들의 집단으로 여기는 게 사실입니다만, 그 구 일본군 내에도 사람 같은 종자들은 있었거든요. 자기 병사들에 대한 보살핌 뿐 아니라 점령지에서의 원활한 대민관계를 통해 전후 전범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이마무라 히토시 중장 같은 사람도 있고, 가미가제 같은 미친 짓을 거부하고 통상공격으로 대전과를 올린 부용부대의 미노베 타다시 소좌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인 위안부에게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사랑에 빠진 이름 없는 병사의 이야기도 알음알음 전해지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도 일본군은 개새끼들입니다.


같은 논법으로 일부 정예 소련군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도 소련군의 전반적인 전력이 형편없었다는 논지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박사님의 논법으로는 일부 정예 소련군이 일부 일본군과 싸우면서 진격했다 해도 전투도 많지 않고 사상자도 적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럼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죠. 그럴 경우 해당 사실을 아예 언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적이 들어올 경우에는 "이러저러해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명을 해 주면 됩니다. 저 역시 완벽한 인간이 못 되어서 큰 의미 없는 반증의 경우 굳이 언급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소련군의 전력이 일부 정예가 있었다고 넘어갈 수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 각종 문서의 공개로 밝혀진 8월 공세 당시 소련군의 전력은 관동군이 그 발바닥에나 겨우 엉겨붙을 수준이었습니다. 이를 부인하기를 원한다면 박사님 본인이 이를 반증할 수 있는 자료를 출처와 함께 제시해 주셔야 합니다. "그 수치는 소련의 과장이고 실은 전사자가 얼마밖에 안 된다"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 진위를 보는 이들이 믿건 말건, 그래야 토론이 됩니다. 물론 실동원된 소련군의 전력 규모에 대해서도 말을 해 주셔야 완벽한 것이 되겠죠.

하지만 현재 박사님의 대응은 "소련군은 약했고 전투도 없었다"는 "주장의 반복"만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이 논쟁을 보는 청중의 저울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죠. 하기야, 요즘 들어서는 전에 없던 오타가 연달아 눈에 띄는데도 그것도 수정할 틈이 없으신 분께 그런 자료까지 조사하시라고 요구하는 것도 부담을 더해주는 거겠지만 말입니다. 뭐,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를 일이지만요.



덧. 아, 본문 쓸 때 넣으려다가 까먹었네요. 그럼 "소련군의 살기"를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은 "미군의 살기"는 볼 수 있었을까요? 궁금하기 짝이 없네요.


(11:07) 간단하게 덧2

출전 행진을 하는 군대와 승전 후 본국으로 개선 혹은 점령지에서 승전 기념 행진을 하는 군대 중 "살기등등"한 군대는 어느 편?







by 슈타인호프 | 2013/03/22 08:05 | 세계현대(~20XX)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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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빠늑대 at 2013/03/22 08:27
하아아... 그분 학위는 뭘로 땄답니까?
Commented by 딜레마 at 2013/03/22 08:41
아동 성범죄자가 남성이고 집에 성인 동영상이 있다고 모든 남성이 성범죄자 일수는 없을텐데 어떻게 병사에 대한 목격으로 전체를 평가할수 있으신지 전공자 분이시라는게 믿기 어려운 수준이네요.
Commented by 해색주 at 2013/03/22 08:53
저분처럼 망가지기도 어렵겠어요.
Commented by at 2013/03/22 09:40
살기 행색..

그사람 주장은 이제 무협지급
Commented by BigTrain at 2013/03/22 10:14
제레미 보엔의 '6일전쟁'에서도, 혈전끝에 예루살렘을 함락한 공수부대의 군기는 매우 칼같아서 대민피해를 크게 입히지 않았었는데, 아랍인들 상대로 사고친 넘들은 후속하는 예비군들이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Commented by KittyHawk at 2013/03/22 16:50
어느 전장에서나 그런 패턴은 예정된 거라고 봐야 하겠군요...
Commented by FREEBird at 2013/03/22 10:51
감히 끼어들만한 지식이 없기에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데, 이정도까지 오는거 보면 저양반은 박사니 뭐니 이전에, 병원부터 먼저 찾아가 봐야 하지않나 싶어요..
Commented by 명림어수 at 2013/03/22 13:01
병원보다도, 군대를 안 갔을 가능성을 살포시 짚어봅니다.
전에 황산벌 사이드카 사태때도
군대가 작전에 하루 이틀 늦는 건 그럴 수 있지만,
짬밥이 하루늦는건 심각한 문제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거든요.
군대 갔다온 사람이면 상상도 못할 발언 아닙니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3/03/22 13:36
아빠늑대//박사는 가야사, 석사는 한국전쟁입니다. 학사는 모르겠네요.

딜레마//저도요.

해색주//이글루스에 오시지 않는 게 서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후//그냥 뭐 웃지요.

빅트레인//한국에서도 비슷했습니다.

프리버드//의도는 알겠습니다만 심하게 들릴 수 있는 말씀은 조금 삼가주세요.

명림어수//아니죠, 그래서 전형적인 사병 마인드일 수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메이즈 at 2013/03/22 18:47
1. 사실 후방부대일수록 군기가 엉망이고 대민범죄도 잘 저지르고 정작 이겨야 할 적을 상대로는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는 건 만국 공통인 듯합니다. 당장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조차도 후방에서 빨치산 토벌하던 부대들은 온갖 행패를 다 부리고 심지어 학살도 저지르면서 정작 토벌은 제대로 못 했는데 반대로 백야사를 중심으로 한 전방에서 차출, 투입된 부대들은 정반대였으니.

2. 저분은 그냥 인터넷에 글을 올리지 않는 게 올리는 것보다 덜 까이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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