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으로 족한 것을 비난하지 말자. "따뜻한 말은 생명의 나무가 되고 가시 돋친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잠언, 15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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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엽기 사냥이라고?

갑부 아들의 호화 엽기 사냥, 파문(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 형제는 아프리카로 날아가 눈에 보이는 모든 야생 동물을 사냥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형제는 표범, 코끼리, 물소, 사슴, 악어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았다. 또 잔인한 방식으로 사냥한 동물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악어의 목에 밧줄을 걸어 나무에 매달고, 동물의 커다란 뿔을 자른 후, 피가 뚝뚝 떨어지는 뿔을 손에 잡고 포즈를 취한 것이다.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저 형제가 올렸다는 사진들 일부를 여기 올려 보겠습니다.






일단 기사의 오류부터.

한국어 기사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뿔"을 잘라서 들고 찍었다고 적었는데, 그런 거 없습니다. 저기 사진에서 트럼프 아들이 잘라들고 찍은 건 뿔이 아니라 코끼리의 "꼬리"거든요.

이건 기자가 트로피 사냥의 개념을 모르고 적은 건가 본데, 트로피 사냥은 뿔이 머리에 붙어 있어야 가치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녹용 자르는 습관이랑 코뿔소 뿔 자르는 습관 때문에 사냥물의 머리에서 뿔 자르는게 당연한 줄 압니다만, 서양에서는 뿔이 붙어 있는 머리 자체가 장식적인 의미를 갖기 때문에 뿔을 가공품으로 만드는 게 아닌 이상 굳이 머리에서 떼어내지 않습니다. 게다가 소목인 영양류의 뿔은 뼈와 연결되어 있어서 피도 통하지 않는데, 피가 뚝뚝 떨어지다니 말이 안 되는 일이죠.

그리고 호화엽기 사냥이라는 타이틀도 봅시다. 호화 사냥이라는 소리는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쟤네들이 뭐 타고 돌아다니면서 사냥했는지는 몰라도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인 건 맞으니까요. 아프리카까지 가는 여행 경비에다가 장비 값, 가이드 비용, 수렵 면허 비용까지 생각하면 일반인이 저렇게 마음껏 사냥을 할 수는 절대로 없습니다.

참, 면허 비용이라고 말씀드렸죠? 저거 다 계획해서 사전에 허가받은대로 잡은 합법 사냥입니다.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잡은 밀렵 아니에요. 짐바브웨 정부에 돈 내고 수렵 허가증 받았고, 담당 관청에서 자기네 홈페이지에 홍보용으로 올린 사진이 퍼진 겁니다. 다만 여기는 지금 예약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형제 때문에 난리가 난 탓인지도.

Matetsi Game Lodges

여기서 사냥 면허를 받는데 필요한 비용도 비싸요. 언급된 영문 기사를 보니 쿠두(저기 뿔 말린 애) 한 마리 쏘는 면허만 해도 2천 달러 정도 된답니다. 그러니 여기에 코끼리에 악어, 표범까지 하면 호화 여행이란 말은 써도 되겠죠.



(18:13) 본문에 쿠두 언급하고 정작 쿠두 사진이 빠졌었네요. 추가합니다.-_-;;



그럼 엽기는?

코끼리 꼬리 자른 건 뭐 그런 소리 좀 들어도 할 말 없겠습니다만, 사실 그거나 저기 악어 매달아 놓고 찍은 거나 원래 사냥꾼들이 하는 거 생각하면 엽기 축에도 못 듭니다. 악어 모가지 잘라서 달랑 들고 찍은 것도 아니고 매달아 놓고 찍은 게 엽기 사진이면...청새치 매달아 놓고 낚시꾼 사진 찍는 것도 엽기죠. 저건 그저 얼마나 큰 악어 잡았는지 과시하느라 몸길이 보여주는 거라고요. 아니, 호그질라 잡아서 거꾸로 매달아 놓고 찍은 사진 가지고는 아무 말도 안 하던 사람들이 왜 악어 매달린 거 가지고는 호들갑인지.



이거 가지고 엽기적인 사냥 운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뭐, 생명 존중 운운하...는 상황에서는 사냥 자체가 비난거리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 기사를 보자니 뭔가 심사가 비틀리는듯한 기분입니다. 트럼프 형제가 한 거는, 60년대까지 사파리에서 하던 거에 비하면 정말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니까 말이죠.

일단 틀린 부분들이 있으니까 그 태그는 넣어줌.

덧 : 참, 쟤네는 죽은 짐승을 썩으라고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평소 고기 구경하기 힘든 근처 마을사람들한테 먹으라고 나눠줬다는군요. 그리고 자기들도 좀 먹은 듯.
사건이 알려진 뒤에 봇물 터지듯 하는 동물보호단체의 비난에 대해서는 "난 원래 사냥 좋아하고, 내가 내 손으로 사냥하고 사냥감을 먹은 게 무슨 죄야? 사과 못 해!"로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by 슈타인호프 | 2012/03/18 00:19 | 뉴스비판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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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셔먼 at 2012/03/18 01:13
끝에 털이 달렸다는 것만 봐도 저게 뿔이 아니라는 건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엑스트라 1 at 2012/03/18 01:23
아무리 봐도 좀 비싼 보통 수렵 여행일 뿐인데 태클들이... 저 인간들은 자연보호구역 내에서 개체수 조절을 위해 안락사도 시킨다는 사실을 알려나 몰러요.
Commented by 미니 at 2012/03/18 01:24
기자들이 그런거 생각할 지능이 있을리가 없죠.
Commented by 대공 at 2012/03/18 01:31
이렇게 부자들의 이미지는 우리들의 기대에 맞게 되어 갑니다
Commented by 청풍 at 2012/03/18 01:44
뭐 뿔이냐 꼬리냐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요...
Commented by MoGo at 2012/03/18 02:06
다른 건 모르겠는데 대형 고양이과 동물들은 개체수가 그리 안전한 수도 아니고 특히나 저건 표범인데 왜 사냥 허가를 발급해줬는지 좀 의아하긴 합니다.
Commented by Leia-Heron at 2012/03/18 02:08
밀렵도 아니고 합법적으로 사냥한건데 왜 사냥꾼에게 뭐라고 하는걸까요 ㅡㅡ

정 누구를 탓하려면 짐바브웨 정부를 탓하든지.
Commented by 萬古獨龍 at 2012/03/18 03:32
돈주고 사냥해서 욕먹는 사람들이로군요
Commented by Mavs at 2012/03/18 04:02
생명존중이니 동물보호니 하는 사람들은 파리나 모기도 안잡는 지 궁금하더군요.
Commented by 놀리팝 at 2012/03/18 07:09
님. 기자도 밥은 먹고 살아야죠. ㅜㅜ
Commented by BigTrain at 2012/03/18 09:07
정치할 생각이 없으니 배짱을 튕기네요. 아, 트럼프는 아직도 헛된 꿈을 안 버렸으려나..
Commented by dreamygirl at 2012/03/18 10:52
아잉 근데 동물들 불쌍하다. ㅜ.ㅜ 물론, 세상엔 알 수 없는 (혹은 내가 무관심해서 잘 모르는) 더욱 잔인한 ㅜ.ㅜ 일들이 많겠지만여 ㅜ.ㅜ 엉엉
Commented by 미도리 at 2012/03/18 11:01
읅 .. 쟌인해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2/03/18 11:03
일단 유희를 위한 스포츠 사냥이라는 것부터가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기는 하니까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2/03/18 11:02
셔먼//제대로 보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엑스트라 1//아마 모를 걸요.

미니//번역만 기계적으로 했을 겁니다.

대공//그렇지요 ㅋㅋ

청풍//그게 그렇죠 ㅋ

MoGo//표범 같은 건 그만큼 비쌀 겁니다 아마. 게다가 저기가 돈에 목마른 짐바브웨라는 점도 감안해야겠죠. 그리고 사실 짐바브웨는 다른 나라들보다 동물 개체수 관리가 잘 되어서 개체수가 많은 편입니다.

Leia-Heron//합법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진 않죠 뭐.

萬古獨龍//그러게 말입니다.

Mavs//아니 일단 생명이 중요하긴 합니다(먼산(.

놀리팝//그건 안 말리는데.....(먼산)

BigTrain//서라 지금까지 그렇지는 않겠죠. 아들들은 그냥 속편히 사는 길을 택한 듯.

dreamygirl//그쵸 뭐.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더 편하기도 해요(쓴웃음).
Commented by 오엠지 at 2012/03/18 11:58
코끼리의 뿔 ㅋㅋㅋㅋㅋ
Commented by 구상인 at 2012/03/18 13:09
적어 놓으신 부분 중에 한 가지 의심스런 부분이 있는데...

쿠두라면.. 뿔이 꼬불꼬불 말린 놈 아닌가요? http://en.wikipedia.org/wiki/Greater_Kudu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가젤이나 임팔라 종류 같아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2/03/18 18:12
아, 그게 원래 쿠두가 나온 사진이 따로 있습니다. 올리다가 빠트려서 그래요-_-;;

저기 나온 녀석은 워터벅입니다.
Commented by 은화령선 at 2012/03/18 15:04
일단.... 아까 MBC다큐로 나오던데.. 한화로 따지면 각 한마리당 거의 몇천만원가를 .... 능가하는 거니깐..
거기에 정부의 허가를 받고 한거라면.. 괜찮다고보는데..
미쳣다고 정부가 마구잡이로 허가내주지도 않을거고...

근데 꼬리가 뿔로 둔갑하는건 신기하네요.
아! 엉덩이에 뿔달렸다!
Commented by ㅋㅋㅋ at 2012/03/18 16:42
엉덩이에 뿔ㅋㅋㅋㅋㅋ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2/03/18 18:20
오엠지//모 교과서는 매머드 상아를 가지고 뿔이라고 적어 놓은 적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은화령선,ㅋㅋㅋ//코끼리 엉덩이 뿔...ㅋㅋㅋㅋ 대박입니다
Commented by 바람불어 at 2012/03/19 16:06
외신을 '판단'없이 그대로 옮겼군요.
Commented by 누군가의친구 at 2012/03/20 13:48
저걸 엽기라고 하다뇨!...(...)
개인적으로는 동물 사냥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엽기까지는 아닐텐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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