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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by jiinny
요즘 옆 동네가 재개발을 합니다.
그래서 어제는 귀가하면서 일부러 그쪽으로 돌아서 들어왔습니다. 이미 일부는 철거에 들어갔지만 앞으로 사라질 풍경들을 조금이라도 더 봐두고 싶었거든요.

사실 재개발을 하기에는 그렇게 낡지도 않은 동네였습니다. 원죄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산자락에 있다는 것 뿐, 그리고 30년은 된 낡은 시민아파트가 있다는 것 뿐이었죠. 그것들을 청소하는 김에 동네도 한번...하는 식이라, 그렇게 상태가 나쁘지도 않은 동네였는데 그냥 쓸려나가게 된 겁니다. 괜찮은 가게도 많았는데.

하여간 조합과 회사 쪽에서 설득을 잘 한 편이었는지, 아니면 좋은 조건을 약속받았는지 별 불만 없이 먼저 짐을 빼서 이사를 가는 업주들이 일을 하는 상황에서 동네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쌓여 있는 집기와 상품들을 보면서 지나가려니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그리운 모습들이 또 하나 사라지는구나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지나가던 중 아직 짐을 다 정리하지 않은 헌책방이 눈에 띄었습니다. 문밖에 서서 아, 이런 데 헌책방이 또 있었구나...하는데 건설회사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가서 가게 보는 안경 쓴 아가씨한테 막 야단을 치는 겁니다. 오늘까지 이사하기로 해놓고 짐도 안 빼고 있으면 어쩌냐고요.

너무 하지 않나 싶어하면서 유리문 밖에서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아가씨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내로 처리할테니 그만 가시라고 그 사람을 돌려보내는 겁니다. 그걸 보고 나자 하루만에 책을 다 뺀다는 건 솔직히 무리니, 지금 들어가지 않으면 이 서점도 끝이군...하면서 저도 안으로 들어갔지요.

근데 안쪽으로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가게가 커서, 이건 거의 작은 도서관 수준이었어요. 공간도 넓고 책도 전부 한겹으로만 꽂혀 있더군요. 이건 오늘 안에 다 옮기기는 절대적으로 무리라고 확신하는데...아가씨가 그러는 겁니다.

"사장님이 이사하러 오실 시간이 없어서 어차피 다 버리게 될 것 같네요. 가져가실 수 있는 만큼 가져가세요."

......그쪽에는 미안하지만 횡재........기는 했지요. 하지만 집에 공간이 없는 걸 아느니만큼 마구 집어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냥 쓱 훑어보다가 뭐 괜찮은 게 걸리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대박이 하나 나온 거예요. 무려 70년대에 나온, 포켓판 세계의 전함 시리즈였습니다. 메릴랜드부터 시작해서 각국의 전함이 딱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책 한권으로 스무 권 가까이, 그리고 그 뒤에는 이런저런 전쟁사 책이 잔뜩 꽂혀 있더라고요. 분명 누군가의 컬렉션이 한방에 나온 게 틀림없었습니다.

눈이 뒤집어져서 이것들을 뽑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음악이 흘러나오더군요. 순간 아가씨가 튼 건가...하다가 선율이 귀에 익은 것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깨달았습니다.


..............니미 젠장 OTL



다음 순간에는 각성에서 도망치느라 발악하는 수밖에 없었죠. 그 순간을 조금이라도 오래 느끼고 싶었으니까요.......ㅠㅠ

by 슈타인호프 | 2011/03/31 10:56 | 몽유잡담 | 트랙백(1)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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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동사서독 at 2011/03/31 14:20

제목 : 요즘 옆 동네가 재개발을 합니다. (엉?)
요즘 옆 동네가 재개발을 합니다.그래서 어제는 귀가하면서 일부러 그쪽으로 돌아서 들어왔습니다. 이미 일부는 철거에 들어갔지만 앞으로 사라질 풍경들을 조금이라도 더 봐두고 싶었거든요.사실 재개발을 하기에는 그렇게 낡지도 않은 동네였습니다. 원죄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산자락에 있다는 것 뿐, 그리고 30년은 된 낡은 시민아파트가 있다는 것 뿐이었죠. 그것들을 청소하는 김에 동네도 한번...하는 식이라, 그렇게 상태가 나쁘지도 않은 동네였는데 그냥 쓸......more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11/03/31 10:58
니미 젠장...IIIOTL

정말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로리 at 2011/03/31 11:01
킥 송!!!!!

T_T
Commented by Allenait at 2011/03/31 11:01
니미 젠장...IIIOTL (3)

그런 순간은 정말.... 싫죠
Commented by Spearhead at 2011/03/31 11:01
아...Kick...ㄱ-)......
Commented by 까날 at 2011/03/31 11:04
줄줄이 이어지는 공감의 댓글.
Commented by 아르니엘 at 2011/03/31 11:05
아아... 현실은 꿈보다도 더 잔혹하리니.
Commented by 키르난 at 2011/03/31 11:09
아............................. 그런 이야기였군요. 어허허허헉;ㅂ;
Commented by 뚜비 at 2011/03/31 11:15
안경 쓴 아가씨가 나왔다는데 주목하면 되는건가요? ㅎㅎㅎ 물론 취향은 존중해드리겠습니다 (...)
Commented by 누군가의친구 at 2011/03/31 11:17
그래도 현실적인 꿈이잖습니까? 저는 현실성이 전혀 없는 꿈을 자주 꿔서 말입니다.ㄱ-
Commented by 少雪緣 at 2011/03/31 11:19
빠빠~빠빠빰~빰빠라빰밤빰빰빰~ 기상입니다!!
Commented by 듀란달 at 2011/03/31 11:19
침대에 누운 미녀에게 루팡 다이브를 하는 순간 "굿모닝~ 굿모닝~ 따따따딴단 따따다단~ 따따따딴단 따따다단~ 굿모닝~"을 들으신 기분이겠군요.
Commented by 정호찬 at 2011/03/31 11:24
안경쓴 아가씨에서 눈치깠음!
Commented by 초록불 at 2011/03/31 11:28
파닥파닥~
Commented by 뚱띠이 at 2011/03/31 11:30
저럴 때는 꿈에서 깨기 싫죠....

저같은 경우는 집들이 하는 꿈...ㅠㅠ
Commented by 고양고양이 at 2011/03/31 11:57
꿈이라 해도 0.1초라도 더 붙들고 싶은 심정...ㅡㅜ 완전 공감이네요.ㅋㅋ

Commented by 별마 at 2011/03/31 12:03
비로그인 해제 풀어서 간만에 와서 덧글 달아봅니다.

많이 설레셨겠군요. 꿈에서나마 ㅋ
Commented by 레인 at 2011/03/31 12:32
아악 킥~~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1/03/31 13:07
레알 인셉션!!!^^
Commented by dunkbear at 2011/03/31 14:14
으헝헝... ㅠ.ㅠ
Commented by 미니 at 2011/03/31 14:20
으움럼ㄴㄹ함'넗ㅁ!~!! ;ㅁ;
Commented at 2011/03/31 17: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우마왕 at 2011/03/31 18:00
다행히 내 컬렉션은 아니었던 모양....(읭?)
Commented by RegnaCroxe at 2011/03/31 18:28
서점주인 나이아가 떠오르는 시추에이션이군요.
Commented by 푸른미르 at 2011/03/31 21:00
뭔가 했더니. 아! 꿈이었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1/03/31 21:25
all// ㅠ.ㅠ/
Commented by deokbusin at 2011/03/31 22:11
정말 욕만 나올 수 밖에 없는 꿈을 꾸셨군요. 안되셨습니다.--;

저도 오후 느게 낮잠자면서 꾼 꿈이 괴악하게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군사분야 책들이랑 인문학 책들을 읽다가 꿈인 걸 알고 깨어나는 것에서 발버둥 치는 것이라.....
Commented by 獨步 at 2011/03/31 23:04
저는 위 상황과 비슷한 것을 현실에서 겪었네요.

얼마 전 사는 동네의 오래된 골목 쪽을 거닐어 보았는데 곳곳에 폐업딱지가 붙어있더군요. 한창 만화 열심히 보던 시절 찾던 만화방(동네에서 거의 마지막 남은 퍼질러 앉아 볼 수 있는 '만화가게'이기도 했음)에 한 번 들렀는데 가격이 반값으로 떨어져 있어서 어 이거 무슨 일이래 했더니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한 단골들이 묻는데 주인할머니께서 가게접기로 하셨다는... 연세도 있으시고, 마침 할아버지도 병환이 깊어지셔서... 마지막 서비스니까 혹시 못본 것 있으면 이 때 다 보라고 웃으시더군요. 데츠카 오사무 정발판 완전콜렉션에 사이보그009 등등 보통 작은 대여점에서는 찾기 힘든 만화장서를 자랑하던 곳인데 참 아쉽더군요. 그제 다시 들러보았는데 닫겨 있더라는...

동네가 괴악해서 대여점 자체가 거의 없어서 보고는 싶은데 사기는 뭐하고 도서관에 들어올 가능성도 낮은 책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싶습니다(한숨).
Commented by scharnhorst at 2011/04/01 10:54
아.... XX 쿰....같은 안타까운 느낌이 ㅠㅠ...
Commented by 내모선장 at 2011/04/01 11:10
이게 뭔소린가... 하고 다시 읽어 봤더니 현실 ver. 인셉션이었군요. 그런데 킥용 음악이 대체 뭐였을지 심히 궁금...(설마 영화처럼 에디뜨 삐아프?)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1/04/01 15:03
deokbusin//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들...

獨步//많이 슬프셨겠습니다;;;

scharnhorst//흑흑 ㅠㅠ

내모선장//듣기 좀 상당히 불쾌한 음악입니다 -_;;
Commented by 나르디엔 at 2011/04/01 22:02
으앜ㅋㅋㅋㅋㅋㅋㅋ
팽이가 돌고있었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1/04/03 09:41
휴우우~~~(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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