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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방은사금 - 꼭 비밀자료라도 찾아낸 것 같은 이 기사는 뭐야?
매국·친일 '은사금' 누가 얼마 받았나(연합뉴스)

기사만 보면 꼭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자료들이 새롭게 햇빛을 본 것 같습니다.

친일파 귀족 등이 한일 병합에 협조한 대가로 일왕한테서 받은 돈을 일컫는 '은사금(恩賜金)'의 수령자와 구체적인 액수가 14일 공개됐다. - 근데 인터넷 서점에 소개된 책 출간은 6월 30일자인데? 책에 찍히는 발매일자보다 일찍 나올 때는 있어도 늦게 나오는 일은 거의 없다는 걸 생각하면 보름은 늦게 보도가 된 건데, 보도자료를 이제야 돌리다니 담당자가 부지런하지 못하군요--;;; 혹시 책이 생각보다 안 나가서 이제야 보도자료를 돌렸다거나 한 건 아니겠지?

기사 첫문장만 봐도 그렇죠?

헌데 이들 조선인 "귀족"들이 이른바 한일합방과 동시에 귀족의 작위를 수여받고 거액의 은사금을 받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그 명단 및 수령액에 대해서는 약간만 시간을 들이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걸 꼭 자신들이 최초 발굴한 것처럼 서술하는 건 뭐...좀 그렇네요. 하긴 <대략 남작은 얼마, 후작은 얼마 받았다>가 아니고 <이XX는 ***,***,***엔, 김XX는 ***,***,**#엔>하는 식으로 총액을 따져서 모조리 넣었다면야 그런 식으로 모아놓은 자료로는 최초겠죠.
그런데 그래24에서 제공하는 목차를 보니, 그런 식의 자료집의 성격이 강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친일파 소유 재산의 몰수가 갖는 당위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뿐, 누가 어떻게 얼마 하는 식의 부분은 별로 길지가 않네요. 서구하고 결론 빼면 4개 챕터인데, 누가 은사금으로 얼마를 받고 한 부분은 그중 하나 중에서도 일부 뿐입니다. 나머지는 친일파 까는 파트.

Ⅲ. 친일재산, 어떻게 만들어졌나
1. 나라는 팔아먹고 받은 돈 (→이건 '를'의 오타일 듯)
2. 대표적 친일파의 재산규모
3. 친일파는 어떻게 재산을 모았나
4. 무절제한 조선 귀족들의 몰락
5. 돈 되는 곳에는 친일파가 있었다


책 전체 목차를 보실 분은 각자 자기가 애용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친일재산"으로 검색하면 바로 뜹니다. 책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여간 "조선귀족"의 명단 및 은사금 수령 액수 등에 대해서는 이미 공개되어 있으며, 그 자료가 은폐되거나 한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웹검색이 되는 조선왕조실록 순종실록에도 이중하(간도 이야기에 나오는 그 이중하 맞습니다)가 합방 은사금을 거부한 이야기가 나오지요. 그 부실하기로 이름난 순종실록임에도...심지어 작위 수여자 중 일부는 한국어 위키의 해당 인물에 대한 항목에도 각자가 받은 은사금의 액수가 기재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위 기사는 "밝혀졌다"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마치 그동안 학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을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마치 "최초 발굴"해낸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 전체 규모를 서술한 것도 아니고 대표 사례 몇 개만 집어낸 것 같은데 말이죠. 영 입맛이 쓰군요-_-;;; 물론 소개기사가 일부 인물만 발췌했고 책 본문에는 은사금 수령자 전원이 기재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실물을 본 후에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기사가 간단하게 소개하고 넘어간 부분을 잠깐만 짚어보겠습니다.

일단 합방 당시 일본 정부에 의해 임명된 이른바 "조선귀족"은 76명입니다. 후작이 6명, 백작이 3명, 자작이 22명, 남작이 45명이에요. 다만 이 작위는 실제 친일행위를 한 사람 뿐 아니라 합방 당시의 지위가 반영되어 부여되었으므로 수여 대상자들 중 거부한 사람도 있습니다. 남작위를 수여받은 김석진(金奭鎭)은 독약을 마시고 자결하였으며, 조정구(趙鼎九)는 역시 작위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을 베었으나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그 외에 민영달(閔泳達)·유길준(兪吉濬)·윤용구(尹用求)·조경호(趙慶鎬)·한규설(韓圭卨)·홍순형(洪淳馨)의 6명이 작위를 거부했으므로 일제로부터 남작위를 실제로 수여받은 것은 37명입니다. 이중 조희연은 "내가 죽으면 작위를 반납하라"고 유언했고, 자손들이 이를 지켰으나 그 전에 한 짓이 있어서...(먼산)
혹시 후작이 백작보다 많다고 이상해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그건 후작을 받은 사람들이 황족이거나 황실의 친척들이기 때문입니다. 6명 중 이재각, 이재완, 이해승, 이해창은 황족이며 박영효는 고종황제의 사위, 윤택영은 순종황제의 장인입니다.

은사금의 지급 액수는 기본적으로는 후작이 15만원, 백작이 10만원, 자작이 5만원, 남작이 3만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최소 지급 사례로 2만 5천원 지급이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는 2만 5천이 특이사례인지 본래 가이드라인이 그거였는지 확인이 좀 더 필요하겠네요. 기사에서는 이완용이 "백작이라서" 15만원을 받았다는 투로 쓰고 있는데 그건 아닙니다. 합병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데다 이런저런 "공이 많으니까" 기본 액수보다 더 받은 거고, 이건 밑에 거론된 송병준이나 고영희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헷갈리실 분들이 계실 듯 하여 말씀드리는데 이건 현찰을 준 게 아닙니다. 이건 "공채"지급이며, 일본은 이들 귀족들에게 공채 금액의 5%에 해당하는 돈을 매년 이자로 지급(10민 엔 공채를 가지고 있으면 매년 5천엔을 받는 겁니다)했습니다. 50년 후에 공채 원금을 상환하겠다고 했다지만 뭐 아시다시피 그 50년을 채워서 원금을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죠 ㅋㅋ

그리고 기사에서는 당시 궁내부 대신이던 이재면이 83만엔을 받아 최고액수에 도달했다고 했는데, 이건 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이재면(이희李熹라고도 합니다)은 고종의 친형이자 대원군의 적통 상속자로서 공작 작위를 보유한 운현궁의 주인이었거든요. 한때 "얼짱 왕족"으로 유명했던, 히로시마에서 원자탄에 맞아 사망한 이우 공이 바로 이재면의 장손자(친자는 아니고 양자)입니다.
당시 조선에서 공작의 작위를 받은 것은 단 두 사람으로 하나는 이재면이고 하나는 의친왕 이강인데, 신기하게도 이런 류의 기사에서는 이강을 들어 이야기하는 경우는 절대로 없더군요. 이강과 이재면 모두 같은 액수의 공채를 받았는데 말입니다(먼산). 그리고 황족 출신의 후작/백작들은 기존에 받던 세비의 5할을 표준으로 한 금액의 공채를 받았습니다.

다만 이들 왕공족들의 경우, 거액의 공채는 다른 몫의 재산을 포기한 대가도 일부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일제 후 토지조사사업 쪽 이야기를 아시는 분들은 들으셨겠지만, 현재 역사책에서 소유권 분쟁 사유로 거론되는 사유들 중 다수가 궁방전(왕실 소유 토지)의 소유권 문제거든요(어느 동네 어느 땅 식의 구체적 사례가 거론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왕실에서는 국가가 부과하는 토지세를 피하려는 지주들에게 소유권 명의를 빌려주는 대신 어느 정도 세를 받아먹었을 게 분명하고, 일제로서는 이를 차단할 예정이므로 그에 상응하는 수입을 인정해 주어야만 했을 것이니 말입니다. 물론 그 줄어들 수입 액수가 꼭 공채 액수만큼일 것 같지는 않고, 합방에 반대하지 말라는 입막음 뇌물의 비중이 크긴 할 겁니다.

그 외에 일진회 등의 정치단체가 받은 은사금도 총액 8,246,800엔에 달한다고 하나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회장 이하 간부들이 열심히 횡령한 탓에(...) 말단 회원들은 땡전 한 푼 못 받은 사례가 허다하다죠 아마. 그리고 합방 당시 현직에 있던 구한국 관리 3,559명을 대상으로 은사금이 나왔으며 양반과 유생 9,811명도 그 대상이었습니다. 앞에 이야기한 이중하 같은 사람이 여기 해당되죠.
그리고 이건 마치 새 왕이 즉위할 때 하던 식인지 효자와 열녀 3,200명 및 과부와 노인 70,920명을 상대로도 은사금이 나갔죠. 다만 마지막 사례의 경우 민심 회유를 위한 수단일 뿐 친일행위와 전혀 인연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잘 거론이 되지 않긴 합니다. 물론 이쪽에서도 일본이 주는 돈 따위 받지 않겠다고 거절한 사람이 꽤 있었다고 하는데, 혹시 역사에 기록된 것보다 실제 거절한 사람의 수가 더 많았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좀 드는군요. 받기 싫다는 사람 몫은 지급 담당 관리가 슬쩍 자기 주머니에 넣고 태연하게 "수령"에 체크하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리고 이런 경우에 또 늘 하는 행사로...사면령으로 1,700명의 죄수를 석방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거절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 거라는데 50원.

하여간 책을 직접 본 게 아니라서 정말 책이 어떤 어조로 얼마나 자세히 저 부분을 썼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구를 비판해야 할지는 일단 미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미 뻔히 알려진 사실들을 책에다 쓰면서 우리가 최초로 "발견"했다고 적지는 않을 것이니, 기사에 나온 "공개" 운운은 보도자료 작성자의 부풀리기(를 그대로 옮긴 기자) 아니면 기자의 과대평가밖에 없겠죠. 현재로서는 양자 모두 가능성이 있겠지만 말입니다.


덧 : 제가 합방과 병합, 원과 엔 등을 좀 오락가락하면서 적었군요; 뭐 뜻은 전달되죠?ㅋ




by 슈타인호프 | 2010/07/14 10:14 | 뉴스비판 | 트랙백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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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0/07/14 10: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10/07/14 11:19
은사금도 공채로 줬다니 참 주는 놈이나 받는 놈이나 안습이군요^^;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10/07/14 13:53
메이지 유신 이후 신분이 변한 일본 화족들도 그렇게 받지 않았나요? 일본 근대사는 아는 게 전혀 없는 바탕에 그냥 들은 풍월 정도니...^^^;;;
Commented by 진성당거사 at 2010/07/14 14:04
저런 낚시를 또........;; 어휴우,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0/07/14 15:17
비공개//다 우리의 과거.

네비아찌//공채를 지급한 데는 거금 조달의 불편 외에 다른 이유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여차하면 이자 지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거죠. 수급자에 대한 행동 통제의 수단이 되지 않겠습니까.

위장효과//판적봉환 이후 다이묘들이 채권을 지급받다가 재정곤란으로 중간에 폐지당했을 겁니다 아마.

진성당거사//책으로 정리한 건 분명 좋은 일인데, 저런 식으로 부풀린 보도는 좀 아니라고 봅니다;;;
Commented by 紫輝 at 2010/07/14 16:54
고종의 친형이라는 사람이 작위와 은사금을 받은 건.. 음..
기사에는 안나왔지만 의친왕도 83만엔 받았다고 하더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0/07/14 17:23
의친왕도 이재면도 둘 다 합방 전에 왕으로 봉작되었으니까요.

그리고 돈의 액수로만 따지면 고종과 순종이 훨씬 많이 받았습니다.

1910년 기준으로 덕수궁(고종저)이 총독부 회계에서 교부받기로 한 1년 예산이 16만원, 창덕궁(순종저)이 38만원입니다. 이건 공채도 아니고 "매년 지급받는" 돈입니다.
Commented by 하지만 at 2010/07/14 17:44
"이미 뻔히 알려진 사실"은 역사를 관심있게 공부하고 있는 분들한테 그런 것일테고, 그런 것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 혹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거라고 생각할 여지는 있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moduru at 2010/07/14 19:34
은사금 받았다는 사실, 아니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 많은데요.
이미 알려졌다 해도, 그건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일 뿐.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0/07/14 20:38
하지만, moduru//모르는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야 좋은 일입니다. 제가 문제삼은 건 "기자"가 이 사실이 "이제까지 은폐"되었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알린다는 거죠.
Commented by 티이거 at 2010/07/14 20:39
윤택영... 순종의 장인이지만 빚쟁이로 악명높았죠.... 저 채권들도 빚잔치 하느라 다쓰고 순종에게 가서 빚좀 갚아줘요. 징징댄...
Commented by 누군가의친구 at 2010/07/14 21:21
기존에 있음에도 새로 밝혀낸 걸로 인식하는 걸 보면 그만큼 역사에 관심이 적다는걸 반증하는 셈이지요. 아흑...
Commented by 행인1 at 2010/07/14 23:22
이종찬 전 참모총장의 경우는 작위 세습(따라오는 돈까지)을 거부한 일이 잘 알려져 있죠. 친척들이 난리가 났다나 뭐라나... 유길준이 작위를 거부했다는 건 처음알았습니다.
Commented by 소시민 at 2010/07/14 23:36
조정구(趙鼎九)는 역시 작위를 거부하고 스스로 목을 베었으나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 이거 많이 고통스러웠을듯 하네요...
Commented by 들꽃향기 at 2010/07/15 01:11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얘기를 엄청난 비밀문서라도 발굴한듯이 보내는 기사 센스에 경의를 ㄷㄷ;;;
Commented by 아마도.. at 2010/07/15 15:50
이 기사를 쓴 기자는 이 사실을 처음 알았다.. 가 정답 아닐까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0/07/15 18:33
티이거//뭐 윤택영의 파산행각이야-_-;;

누군가의친구//그러게요;;;

행인1//저거 명단 의외로 흔하게 돕니다.

소시민//어디를 어떻게 찔렀는지 모르니 일단 판단은;;; 다만 살아나고도 작위는 거부했으니 장난이나 연극은 절대 아니었을 겁니다.

들꽃향기//그저 한숨;;;

아마도..//그건 아마 맞을 겁니다. 자기가 알았으면 보도자료가 저렇게 나왔더라도 아니라고 썼겠죠.
Commented by 천리주단기 at 2011/02/11 17:38
공족을 공작으로 표현하나요? 다르지 않나요.

"조선에서 공작의 작위를 받은 것은 단 두 사람으로..."
"다만 이들 왕공족들의 경우..."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1/02/12 13:39
왕공족은 실제 그 당시 이씨 왕실을 뜻하던 표현입니다. "왕"의 지위를 받은 건 직계 계승자인 영친왕 한 사람 뿐이었고 방계 가문의 당주들은 공작 작위를 받았으니까요. "왕공족"은 이들을 통칭하는 명칭입니다.
Commented by 천리주단기 at 2011/02/12 15:08
제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본문에서 공족의 공과 오등작의 공작이라는 표현이 혼용되어 사용된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공은 화족인 공작과는 다른 개념으로 공족은 "조선귀족령"이 아니라 "왕공가궤범"에 의해서 따로 규율되는 계층이라 공과 공작은 구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는 글을 예전에 봐서요..^^;

"공작 작위를 보유한 운현궁의 주인..."
"조선에서 공작의 작위를 받은 것은 단 두 사람으로..."
→ 병합 당시에 이재면과 이강은 처음에는 화족급인 공작으로 대우하려다가 황족에 준(?)하는 대우인 공의 지위를 부여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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