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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코브 : 돌고래의 슬픈 진실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상영하고 있는 <더 코브 : 돌고래의 슬픈 진실>을 보고 왔습니다. 국내 유일관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도 하루 1회 상영이더군요. 일본 인디영화를 연이어서 상영하는데 그중 한 회가 배정되어 있었습니다. 이하는 이미지가 생략된 간단 리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일본 타이지(太地) 시(와카야마 현)를 중심으로 한 돌고래 산업의 피비린내 나는 진실을 비춤으로서 잔인한 돌고래잡이를 금지시키고자 하는 것이죠.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는 거의 대부분 돌고래 사냥을 반대하는 쪽의 시각을 비춰줍니다.

이 영화는 일본 타이지 시에 잠입하는 돌고래 보호 운동가들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돌고래 산업이 시작된 계기를 알려주죠. 서양에서는 돌고래를 다룬 TV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돌고래 쇼장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대형 고래의 포경이 금지되면서 식용으로 돌고래의 수요가 급증한 탓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돌고래 포경을 지속할 뿐더러 가능하다면 대형 고래에 대한 포경도 다시 공식화하려는 일본 정부 및 어민들의 태도도 보여줍니다. 또한 다들 알고 계시듯이, 어민들 모르게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사냥의 현장을 촬영한 장면도 보여주지요. 그에 대해 상세하게 묘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으니 제 감상을 간단하게 이야기할까 합니다.

먼저, 끔찍할 수 있는 돌고래 사냥 장면을 최소한만 포함시킨 제작진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내용은 어떻게 사냥 현장을 잡을 것인지 논의하는 과정과 현지 주민 및 일본 정부의 포경에 대한 대응을 묘사하는 데 할애되고 있으며, 돌고래들이 죽어가는 사냥 그 자체에 대해서는 영화 끝부분에서 지극히 길지 않은 시간만 다루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피바다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 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더군요.
만약 제작진이 92분의 상영시간을 돌고래가 죽는 장면으로만 채웠다면, 시청자들의 감정적인 분노는 불러일으켰으되 만만찮은 역공도 받았을 겁니다. PETA의 누드모델 퍼포먼스를 통한 모피반대운동이 도리어 노이즈마케팅과 여성의 성 상품화라는 비난을 초래하듯이, 스크린을 채운 수십 분의 피바다는 말초적인 자극을 통해 감정적 동조만을 추구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따라서 피투성이의 돌고래 사냥 장면을 최소한만 넣은 점은 분명히 제작진이 현명하게 행동한 것입니다.

둘째, 일본 타이지 시의 돌고래 사냥이 전적으로 비인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입증한 것입니다. 지금도 행해지는 대규모의 고래사냥이라면 일본 이외에도 예전에 저도 포스팅한 적이 있는 덴마크령 페로 섬의 사례(이곳의 사냥 방식도 좁은 협만에 고래를 몰아들여 잡는다는 점에서 사실상 타이지와 동일합니다)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동물에게 필요하지 않은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준수하여 칼로 단번에 척추를 잘라 죽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지에서는 창으로 돌고래를 찔러 상처를 입힌 다음 바닷물 속에서 익사하도록 그대로 버려두며, 돌고래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어떤 조치도 없습니다. 익사한 돌고래를 배 위로 건져올린 다음 손질할 뿐입니다.

셋째, IWC(국제포경위원회)에서 지지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일본이 애초에 포경에 별 관심도 없는 약소국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해줘가며 표를 사모으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실상이 정말 개그였습니다. 바다라곤 없으니 고래와도 아무 인연이 없는 라오스가 IWC에 가입하여 일본 편에서 포경 문제에 개입하는가 하면, 명색이 포경 문제를 논의하는 IWC인데, 한 나라를 대표해서 그 회의장에 나온 대표가 자기 나라(섬나라입니다) 근처에 어떤 고래가 사는지도 잘 알지 못할 뿐더러 고래를 본 곳은 TV뿐이라고 하더군요. 이건 뭐 개그쇼도 아니고...게다가 일본이 기껏 2천만 달러를 들여 지어준 어업센터는 이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지역 상인들이 닭 사육장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도대체 뭘 받고 표를 팔았는지 애매해지는 상황. 표 파는 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만, 적어도 뭔가 쓸모가 있는 걸 받고 팔아야 할 거 아닙니까? 차라리 2천만 불을 대통령 호주머니에 넣었다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그 외에 거론된 고래고기 속의 수은이 갖는 위험성이라든가, 일본인들에게 있어서 포경이 갖는 의미 같은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바긴 하지만 여기서도 비교적 중립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반대운동가들 스스로의 입을 통해서기는 하지만, 일본인들이 포경을 생계수단 또는 전통문화로 여긴다거나, 어획량 증대를 위한 수단(경쟁자 제거)으로 여긴다거나 하는 점들을 분명히 설명해 주고 있기는 해요. 또한 자신들이 해오던 일을 <외부의 강압>으로 인해 중단한다는 건 자존심 문제라는 점도 이해한다고 언급하죠.
이런 문제에서 일본측의 목소리가 일본인 자신들의 입을 통해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이상 엄밀히 중립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것은 현지 어민들이 제작진과의 접촉 자체를 거부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대신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들의 입을 통해 다루어 주고 있으니, 제작진 쪽에서는 나름 균형을 맞춰 준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이러 다큐멘터리를 본 이상...더 이상 수족관의 돌고래 쇼를 마음편하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재주를 부리는 돌고래를 볼 때마다 그 녀석들이 추려내진 후 도살당한 다른 돌고래들(돌고래 떼를 몰아오면, 곡예용으로 팔 만한 것들을 먼저 골라낸 후 나머지를 몽땅 죽입니다)이 떠오를 것 같거든요. 저는 고래고기 식용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 축입니다만, 현재 타이지에서 행해지는 것 같은 상업적인 대량학살은 그닥 좋게 생각이 안 듭니다. 아예 먹으려고 키우는 가축도 아니고 야생동물, 그것도 돌고래처럼 영리한 동물이 그렇게 잔혹한 꼴을 겪는 건 옳다는 생각이 안 들더군요. 페로 제도처럼 순전히 자신들이 먹으려고 잡는 것도 아니고(페로 제도에서는 잡은 고래 전량을 주민들의 식량으로 사용하며,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습니다)...정녕 타이지는 고래를 잡아야만 하는 걸까요.

by 슈타인호프 | 2009/12/13 00:22 | 영화잡담 | 트랙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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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에너지 탐정의 초록 돋보기 at 2010/06/05 23:06

제목 : 다큐는 지루하다고? &lt;코브&gt;를 봐라
객석에서 웃음과 탄식이 번갈아 터져나왔다. 유쾌하면서도 끔찍히 슬펐다. 상영관을 나와서도 얼굴이 한동안 뜨거워 얼얼했다. 영화 는 폭로 다큐다. 냄새 나고 더러운 세상의 이면을 날것으로 보여주기. 우리의 편한 일상이 사실 잔인한 착취로 유지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응시하기. 그런데 이 영화는 왜 이렇게 유쾌할까. 1급 보안시설 못지 않게 은폐된 현장을 필사적으로 포착하려는 이들이 스스로를 오션스 일레븐에 비유하면서 우스꽝스럽게 온몸을.....more

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9/12/13 01:42
아아, 그 피바다....돌고래는 인간 다음으로 지구에서 지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생명체인데 정말 안타깝네요.
돌고래 고기는 고래 고기랑 비교하면 별로 맛도 없다고 알고 있는데 굳이 잡아서 왜 파는 건지 이해도 잘 안가고...
Commented by 진리는42 at 2009/12/13 20:40
지구상에서 돌고래보다 지능이 높은건 쥐죠. 인간은 세번째.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12/13 02:13
포경에 '문화적 자존심'이 끼어들어간 이상, 타이지 시의 어민들이 포경을 그만두거나 포경 방식을 바꾸지는 않겠지요....
Commented by luckysix at 2009/12/13 04:42
참 미묘한 문제이지요. 한쪽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는 너무 많은 문제가 얽혀있는것같습니다.

허나 일본의 표사기, 비인도적 수렵등등 고쳐야될 문제를 잘 끌어올려준 영화였네요.

간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답니다.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12/13 06:35
고래나 돌고래에 대한 글들을 보면 약간 불편한 것이...
그들이 지능이 높다는 점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종종 언급한다는 점입니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점을 언급하는게, 마치 지능이 그렇게 높지 않은 동물이라면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처럼 보여서요.... ....
Commented by 행인1 at 2009/12/13 10:01
수족관의 돌고래가 그렇게 온 것이었군요. 그나저나 우리나라에서도 "포경 다시 합시다아~"하는 친구들이 있던데 거 참...
Commented by 면도날고토 at 2009/12/13 10:03
내용도 좋지만 연출이나 편집은 그 이상인 다큐영화라는 점에서 강추영화입니다.
논픽션이라서 등장인물들이 전부 배우가 아닌 실제인물이고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상적으로 워낙 편집을 잘 해놔서 정말이지
생각없는 악당은 생각없는 악당답게('사유지' 맨...),
머리좋은 악당은 머리좋은 악당답게(IWC일본대표...)
뻔뻔한 공무원은 뻔뻔한 공무원답게(일본 수산청 부국장... 이사람은 마지막까지 보면 왠지 불쌍하지요;;)
여실히 영상에 드러난다는게 놀라웠다죠.^^;

대놓고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타이지 시+일본 정부가 돌고래 포경에 있어 가지는 여러 부조리함을
조리있고 때론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점이 좋았습니다.
Commented by 파파라치 at 2009/12/13 10:48
사실 "인도적"이란 측면에서 보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이라는 것 자체도 비인도적이지요.
전 세계의 동물원이 없어지고 동물 다큐로 대신한다면("동물의 왕국"같은) 찬성표 하나를 던질 의향이 있지만, 그럴 가망은 없겠지요?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12/13 11:50
말초적 자극에 의존하지 않고 실상을 알리기는 힘든데.. 좋은 영화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12/13 11:54
더카니지//일본에서는 돌고래도 맛있다고 먹는 모양입니다.

네비아찌//국가 감정의 영역으로 이미 넘어가 버렸으니까요.

luckysix//네, 보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상대편의 시각도 상당히 반영했다는 점에서 참 좋은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미스트//맞는 말씀입니다, 차별이죠. 하지만 모든 동물을 한꺼번에 보호한다는 것이 공감을 얻기 솔직히 힘든 이상 하나씩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가능한 접근법이기도 합니다

행인1//어쩌다 걸리는 혼획이야 몰라도 본격적인 포경 재개는 반대입니다.

면도날고토//말씀대로입니다. 내용 구성이 정말 잘 짜여 있더군요.

파파라치//현대의 동물원은 멸종 위기의 종 보존이라는 점에서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게 사실이니까요. 동물원 전시를 위해 사냥이 가속화되는 측면도 있지만 자연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애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하니 동물원의 가치에 대해 뭐라고 단언하기가 어렵습니다.

알렉세이//네, 정말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12/13 14:16
자칫하면 너무나 불편한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도, 유머러스한 편집과 구성, 적절한 배경음악이 관객들을 편안하게 해준 듯 합니다. 구글어스에서 타이지 마을을 검색해보니, 영화 덕분인지 the famous cove?1, 2가 있군요.(애교스런 물음표;)
http://pds17.egloos.com/pds/200912/12/65/b0019065_4b23a25641fe7.jpg
http://pds16.egloos.com/pds/200912/12/65/b0019065_4b23a2578d2e9.jpg
Commented by 망나니 at 2009/12/13 14:46
광화문에 인디영화 상영관이 있었군요. 예전에 저예산 영화 많이 상영하던 씨네큐브인가?는 몇번 갔었는데...(지금은 없어졌던듯?ㄱ-)
Commented by 산중암자 at 2009/12/13 18:00
한쪽의 시각을 가진 상태에서 반대편의 시각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담아내려 노력한 점이 눈에 보이던 영화더군요.
(개인적으론) 포경 자체의 문제의식보다 '대화나 설득은 이렇게 하는거구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12/13 23:54
소년 아//맞는 말씀입니다. 참 잘 만들었어요^^

망나니//직접 가본 건 처음입니다. 상영 전 광고시간에도 일본 인디영화를 틀어주더군요.

산중암자//네, 정말 잘 만든 다큐멘터리였습니다.
Commented by d/s at 2009/12/14 23:39
2천만달러라. 설마 인구비례로 표를 세지는 않을테니, 인구 얼마 안되는 섬나라(ex나우루)라면 이런 돈 뜯어서 주민들끼리 나눠먹어도 꽤나 장사가 되겠습니다.(응?)....이런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른 저는 꽤나 타락한 인간인듯.
Commented by 드레드노트 at 2009/12/14 23:52
근데 요새 디스커버리에서 해주는 포경관련 다큐(시셰퍼드 관련)를 보면 포경 반대쪽 손도 선뜻 손들어주긴 뭐하더군.

플랜카드 들고 포경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위험하게 남의 배 위에 올라타고 화염병(이었나 연막탄 이었나) 같은 걸 던져대니 내가 일본이라도 일단 자존심때문에 포경을 포기하진 못할 듯.

근데 연구목적이랍시고 고래를 천마리나 잡는 일본도 참...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12/15 10:27
d/s//물론 상당액은 정치가나 관료들 주머니에 들어갔겠죠.

드레드노트//그 단체는 나도 별론데, 일단 대의 자체는 틀린 게 아니니 말이지.
Commented by 아이 at 2010/04/15 01:36
저는 어제 처음 보았는데.. 울고싶어지더군요 ㅠ_ㅠ
인간이라 미안합니다. 참.. ㅠ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0/04/15 14:40
그냥 뭐....(...)
Commented by 먹통XKim at 2011/06/25 13:13
이걸 두고 일본 찬양하는 얼간이들은 인종차별적이라고 헛소리하더군요

백인인 노르웨이나 페로제도 지역에서도 고래고길 먹는 것도 모르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1/06/29 09:43
웃기는 일이군요,
Commented by costzero at 2011/07/02 16:34
돌고래도 먹는 군요...돼지고기 비슷하려나.
고래는 식용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불필요한 살생은 안하면 좋을 텐데 자본주의 속성상...
Commented at 2012/07/22 19:2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12/07/23 17:09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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