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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샤의 기원이 3700년 전이다?
흑인 유대인이 있다 없다?

제목만 보고는 그냥 "이거 몰랐지?"류의 깜짝뉴스라고 생각하고 클릭했더니 이스라엘이 중단했던 아프리카의 흑인 유대인, 팔라샤의 이민을 다시 받아주기로 했다는 뉴스로군요. 그런데 기사 속에 나온 팔라샤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가 제 어이를 가출시켰습니다.



기원전 1700년께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은 시바에서 온 여왕과 동침해 메네릭을 낳는다. 메네릭은 모세의 십계명 돌판이 새겨진 법궤를 가지고 어머니 나라인 시바로 돌아간다. 팔라샤는 메네릭 후손들이고 시바는 지금의 에티오피아 북부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솔로몬이 이스라엘의 왕으로 재위한 시기는 기원전 10세기, 현재 알려지기로는 BC961~922년 경입니다. 이게 왜 난데없이 기원전 1700년, 18세기로 늘어났을까요? 기원전 1700년이라면 아마 요셉이 이집트로 이주하기도 전일 겁니다.

또한, highseek님이 분명히 추가설명을 다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메네릭(Menelik, 국내 서적에서는 보통 "메넬리크"라고 합니다)"이 성궤를 이디오피아로 가져갔다는 것은 이디오피아 측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구약성서의 내용을 참조하면 성궤는 솔로몬 사망 300년 후까지도 분명히 예루살렘 성전에 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시바가 이디오피아라는 내용도 사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디오피아 해안지방에 시바의 영토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멀티"였을 뿐, 시바의 왕국이 갖는 본거지는 아라비아의 예멘에 있었습니다. 이디오피아 해안(지금은 에리트리아 영토겠군요)에는 시바 양식으로 돌을 자랄 만든 "달의 신" 신전의 유적이 남아있으며 옛날 이디오피아 필사본의 일부는 시바 것과 유사한 알파벳으로 기록되었고, 심지어 악숨에서 발견된 유적의 벽에서는 "아라비아에서 시바가 거둔 승리"가 언급됩니다-_-;; 유럽인들도 중세까지는 예멘이 옛 시바라는데 다른 의견이 없었습니다.

그럼 왜 이디오피아가 시바로 인식되었을까요? 이디오피아인들만 그렇게 주장했는데?

이유는 뜻밖에도 세속적이었습니다. 이슬람이 차지한 중근동 너머에 있는 기독교 이디오피아는 유럽인들에게 동맹 대상으로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양자가 합심할 경우 이슬람을 대상으로 한 성전의 가능성도 있었고, 전쟁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이슬람의 배후에 기댈만한 동맹이 있다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었죠. 그런데 굳이 자기들이 솔로몬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이디오피아인들에게 시비를 걸 필요는 없었던 겁니다. 유럽인들이 보기에 이미 성궤고 뭐고 다 전설에 불과한데 자기들이 나서서 꼬치꼬치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거죠. "응 그래 니가 옳아"하고 내버려 두기로 하면서 유럽에서도 "시바 = 이디오피아"설이 자리잡게 됩니다.

시바의 여왕과 메넬리크에 대한 이디오피아 측의 주관이 개입된 기록은 1320년에 예츠하크라는 이디오피아 승려가 처음 명문화하여 저술했고, 이후 유럽에도 퍼져 민중설화로 자리잡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15세기 초까지 시바의 수도가 예멘에 있었다고 생각하던 유럽 지식인들도 차츰 생각을 바꿔 1459년(베네치아)에는 시바의 수도가 이디오피아에 있는 지도가 제작되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옛 학문을 다시 뒤집어 팔 때까지 이런 인식이 유지되죠.

결론 : 일방의 프로파간다를 근거로 한 잘못된 주장에 속지 말자.

덧1 : 성궤가 실제로 이디오피아에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신의 지문"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행콕이 쓴 "신의 무덤"이라는 책을 보면 그 이야기가 나옵니다. 팔라샤의 유래에 대해서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만, 책에서 나오는 결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덧2 : 메넬리크의 솔로몬 계승설을 비판하는 눈으로 우리 한국사를 보면 어떨까요? :)

덧3 : 메넬리크에 대해서 "법궤를 가지고 시바로 돌아간다"가 아니라 "돌아갔다고 한다"고 적었으면 그 부분은 안 깠겠죠?^^

by 슈타인호프 | 2009/07/26 16:24 | 뉴스비판 | 트랙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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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외로움에 사무친.. at 2009/07/26 18:52

제목 : 언약궤가 이디오피아에 있다?
팔라샤의 기원이 3700년 전이다?현대의 고고학자들은 언약궤가 이집트의 아스완 근처 엘레판틴 섬에 옮겨졌다가 이후 다시 사라졌다고 봅니다. 물론 이 엘레판틴 섬에는 폐허가 된 유대 신전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고요. 성경에는 솔로몬에 의해 성소에 잘 안치된 이후 언약궤에 대한 언급이 더이상 없습니다. 이후 신약성경의 히브리서나 요한계시록에 신비주의적으로 묘사되는 것을 제외하면, 어떤 언급도 없죠.자 그럼 "신의 무덤"이란 책에서 나온 것......more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7/26 16:30
그래서 대항해시대 2에서 프레스터 존이라는 국가가 등장하고..(?)

그리고 보니까, 한때 디스커버리 채널인가 히스토리 채널에서 신의 무덤에 나오는 '성궤가 에티오피아에 있다능!' 이라는 주장 가지고 탐사해 봤던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납니다.

결론은 : "어림잡아서 알 수는 있지만 자세히 파헤칠 수는 없다" 라는 식으로 좀 흐지부지하게 끝나더군요
Commented by 아슈 & 코왈스키 at 2009/07/26 16:57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이 동침했다는 것도 근거가 없지요....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9/07/26 17:30
저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스캔들'가지고 만든 일본만화가 우리나라에 번역되서 출간된 적도 있었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7/26 17:47
Allenait//일단 집주인이 안 보여주겠다는데 부수고 들어갈 수는 없으니 말이죠.

아슈 & 코왈스키//모든 전설에 확증은 없습니다. 웅녀가 실은 곰을 토템으로 한 부족이라는 것도 "명확한" 근거는 없지요. 추론일 뿐이지.

뚱띠이//음 저는 처음 듣는.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7/26 18:17
...웬지 추가설명을 안 달면 안 될 듯한?;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9/07/26 19:00
1. 솔로몬과 시바 여왕에 관해서는 율브린너가 나온 상당히 걸작영화가 있지요.,의외로 야시런 장면이 좀 나왔습니다.(성전 앞에서 야시런 짓하고 다니면 여호와가 노해서 솔로몬을 버리고 그러면 유대를 냠냠할수 있다는 거대한 전략이었다능-여호와의 말씀 :내가 그런거에 넘어갈 호구냐?)

2. 개인적으로 희대의 괴서적이라고 할수 있는 에로찌라시 "에로틱 바이블"2권 마지막 쳅터가 시바여왕과 솔로몬왕의 대화록이지요. 여기서 서로 지혜를 설법하는게 개그입니다"(에로 서적 답게 체위와 여성 성감대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ps: 율브린너가 나온 영화에서 솔로몬왕 율브린너는 매끈한 가발을 쓰고 나옵니다. "대머리 시대 끝났나?"라는 의문이 당시에도 들었지만 사실 이 작품에 원래 캐스팅된 배우가 촬영중 사망하는 바람에 이전에 찍은 필름 재활용때문에 율브린너도 같이 가발을 썼다고 하더군요.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7/26 19:22
이런 시바!
Commented by jeltz at 2009/07/26 19:47
프레스터 존 왕국 전설의 동기가 됐던 왕국들 중 하나가 에티오피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몽골의 기독교도 부족들이었고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7/26 20:34
몽골의 케레이트족 지도자였던 토그릴 완 칸은 마르코폴로에 의해 프레스터 존으로 기록되긴 했지만, 웅장하고 거대하고 장엄한 기독교왕국을 기대했던 서유럽인들 취향에 맞지 않았던지 잊혀져갔죠.

그리고 실제로, 오스만에 의해 이디오피아가 무참히 패한 것과 동시에 프레스터 존 왕국에 대한 환상 역시 붕괴되어 사라진 걸 보면, 당시 사람들은 오스만에 대항해 같이 싸울 이디오피아의 기독교세력을 프레스터 존으로 굳게 믿고 있었나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7/26 23:11
highseek//어차피 달 거였잖아요 ㅎㅎㅎ

이준님//
1. 시바의 가나안 정복 시도입니까;;
2. 에로틱 토론회(...)
ps: 대머리가 아닌 율브린너라니 왠지 낯설군요;;

rumic71//이런 ㅅㅂ!!

jeltz//네스토리우스 파가 동방전도에 성공을 거둔 덕이었죠.

highseek//이스람의 뒤통수를 쳐줄 동맹세력을 원했으니 말이죠^^
Commented by 끝소리 at 2009/07/28 21:08
'흑인 유대인'은 에티오피아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프리카 남부의 남아공, 짐바브웨 등지에도 유대인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렘바인들이 있습니다. http://en.wikipedia.org/wiki/Lemba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7/29 00:56
헉, 이건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로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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