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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 생도대대장 조암 중령은 어떻게 되었나
6월 28일이니까, 역시 한국전쟁과 관련된 포스팅 하나쯤은 있어야죠.

일전에 했던 육군사관학교 생도대대의 전선투입, 그리고 그 배경이라는 포스팅에서 저는 육사 교관으로서 생도대대장을 맡았던 조암 중령에 대한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육군사관학교는 채병덕 참모총장의 명령을 받고 재학중인 생도 1기생과 2기생 530여 명(일부 1기생 외출)으로 전투부대를 편성, 포천 방면의 인민군과의 전투에 투입했습니다. 대대장인 조암 중령(함경북도)은 일본군 학병 출신에 군사영어학교 출신으로, 당시에는 육사 교무처장을 맡고 있었지요.

그런데 생도대대와 지원차 배치된 경찰대대의 지휘권까지 가지고 있던 조암 중령은 전세가 불리해지자 전투지휘중에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곧 '대대장 실종, 적에게 투항'이라는 루머가 돌았지만 생도대대는 부대대장 손관도 소령(육사 5기)의 지휘하에 전투를 계속하다가 육사 교장 이준식 교장의 철수명령을 받고 철수합니다. 결국 서울이 함락되자 대부분의 생도들도 한강을 건너 철수, 이후 수원으로 향하게 되지요.

그런데 이 조암 중령은 뒷날 멀쩡한 상태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 사람이 인민군의 포로가 되었었다는 것. 26일 생도대대가 교전하고 있을 때 조암 중령은 "육사에 가서 육군본부와 연락을 해야겠다"면서 전장을 이탈했는데, 이때 3명의 부하 장교들(대대 인사장교 최재명 대위(육사 5기), 대대 작전장교 이승우 대위(육사 5기), 대대 군수장교 최영규 소령(육사 3기))과 함께 지프를 타고 망우리고개 방면으로 가다가 인민군과 조우했습니다.

사실 이 시점에 이미 의정부는 인민군 손에 들어가 있었으므로 구리 방면으로 우회해서 태릉으로 가고자 한 의도는 이해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미 길을 장악하고 있던 인민군의 기관총 사격을 받고 차를 회전시켜 빠져나올 때, 무슨 의도에선지 충분히 함께 빠져나올 수 있던 조암 중령이 "차와 떨어져 거리를 두고 있다가" 적에게 생포되었다는 겁니다. 총격을 받고 부상을 입거나 차에서 떨어져 잡힌 것도 아니고 말이죠.

살아돌아온 대대 참모들이 이 사실을 분명히 상부에 보고했는데 투항한 당사자가 살아서 돌아왔으니 문제가 됩니다. 조암 중령은 즉시 체포되었고, 적에게 투항한 것-대대장으로서 전투지휘를 방기한 것 등의 "이적행위"로 인해 전시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사형 판결을 받고 8월 16일자로 총살형에 처해졌습니다.

물론 조암 중령이 진짜 적에게 포섭되어 이적행위를 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포천에서는 그저 전선이 무서워 이탈했고, 망우리에서는 적의 총격을 받자 오금이 굳어 도망가지 못했으며, 얼결에 적의 포로가 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죽을 힘을 다해 탈출해서 돌아온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망하느냐 마느냐의 판이던 당시 국군으로서는 적전도주로 부대의 지휘체계를 와해시킬 뻔 한 데다 "제 발로 투항"하기까지 한 조암 중령의 개인적인 사정 따위 살펴 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제까지 한 짓을 보아 적에게 포섭된 후 국군의 와해를 위해 침투공작을 펼치는 걸로밖에 안 보였겠죠. 그러니 조암 중령이 사형 판결을 받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전쟁통의 당연한 결말일 듯.

별 재미는 없는 이야기죠?


참고자료 :

육군종합학교, 박경석, 서문당, 1990
육사생도 2기, 박경석, 홍익출판사, 2000
육사졸업생, 장창국, 중앙일보사, 1984
6.25전쟁사 vol.02 - 북한의 전면남침과 초기 방어전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2005
한국전쟁사 vol.2 - 북한 괴뢰군의 남침(1950.6.25~1950.7.31).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1968

by 슈타인호프 | 2009/06/28 20:06 | 한국현대(~20XX) | 트랙백(1)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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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시베리아의.. at 2009/06/28 21:51

제목 : 생도대대장 조암 중령 이야기를 보고 생각난 쪼가리
육사 생도대대장 조암 중령은 어떻게 되었나 오늘은 반드시 결판을 내야 했다. "쯧." 7월, 장마가 막 끝난 벌판에는 짜증스러운 공기만이 가득했다. 벽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사방이 탁 트인 벌판이 그랬다. 이놈의 공기는 어디론가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아무리 흘러흘러 가본다 해도, 그 흘러간 곳에도 역시 똑같은, 짜증스러운 공기만이 존재할 뿐이다. 빌어먹을 한반도의 7월이란 그랬다. 트인 벌판이 그 지경이다. 미제 캔버스......more

Commented by 갑옷을 그리는 젊은이 at 2009/06/28 20:12
이런 일이 있었군요. 아, 근데 예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괴뢰군' 인 건가요?ㅎㅎ;; 북한 정부가 소련의 괴뢰정부라서 그런건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8 20:20
그런 거죠. 북한이 "소련의 괴뢰(꼭두각시 인형)"이므로 북한 정부는 괴뢰정부, 군대는 괴뢰군이라고 불렀습니다. 북한도 똑같이 남한을 "미제의 괴뢰"라고 불렀고, 지금도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괴뢰군이라고 안 부르지만.

<군사소식통에 의하면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이 5월에 각종 사명의 전략 및 전술정찰기들을 집중투입하여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여차나 더 많은 200여차에 달하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공중정탐행위를 악랄하게 감행하였다.
우리 공화국에 대한 공중정탐행위는 미제침략군이 110여차, 남조선괴뢰군이 90여차이다.>

- 2009년 6월 1일 조선중앙통신
Commented by 갑옷을 그리는 젊은이 at 2009/06/28 20:26
아, 북조선 간나들도 우릴 괴뢰로 불렀군요 오호 ㅋㅋㅋ;;; 북괴군이 그 북한괴뢰군의 줄임말이 맞는 거겠죠?ㅎㅎㅎ;;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6/28 20:27
요샌 수꼴에 대한 풍자 반, 북한 정권에 대한 풍자 반 목적으로 '북괴'라 부르지요. -ㅁ-;;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8 20:27
넵 "북(한)괴(뢰)군"을 줄인 게 북괴군입니다^^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9/06/28 20:54
지금이야 괴뢰의 뜻이 뭔지 알지만, 어릴 때는 괴뢰가 괴물이랑 비슷한 의미인 줄 알았습니다. ㅡㅡ;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8 22:33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 괴뢰가 괴물 비슷한 건줄 알았죠.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6/28 20:31
저 이야기를 보니 왠지 집결호가 떠오르는군요.

구지디는 살아서 전쟁영웅까지 되었지만.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6/28 20:46
왠지 독소전쟁 느낌이...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9/06/28 20:56
억울할지도 모르겠지만, 전혀 의도치않은 민간인 희생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군인이라면 더더욱 엄격히 따질 수 밖에 없긴 했겠죠.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6/28 21:07
억울은 무슨... 경찰과 생도들은 생사를 오가면서
싸우고 있는데 전선지휘관이 튀면 뭘 어쩌자구요.
Commented by 만슈타인 at 2009/06/28 21:26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를 아스트랄한 상황...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6/28 21:54
'군사영어학교'를 '군사잉여학교'로 읽어버리다니.-ㅅ-

장진호 전투에 관한 책에서도 미군 지휘관이 비슷한 일로 사라져서는 돌아오지 않은 일에 대해 나오더군요.

당장 지휘관이 사라지면 정말 밑의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다가 괴멸될 건 당연지사겠죠.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다른 사람눈에는 일부러 투항한 것이라고밖에는 설명이...
Commented by minz at 2009/06/28 22:12
중령이면 활용 가능한 인재인데도 총살이라니
저는 읍참마속이 먼저 떠오르네요..

6-28이면 9-28이랑 딱 3개월 전이네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8 22:30
천지화랑//전 집결호를 보지 않아서...

행인1//흠흠 사람에 따라.

을파소//억울해도 이런 경우엔 뭐 당연한 처분입니다.

dunkbear//동감.

만슈타인//근원을 따지면 누구 탓일까요.

알렉세이//인간으로서의 약점이 너무 두드러진 케이스겠지요.

minz//육사보다 먼저 개교한 최고참인 군사영어학교 출신인데 고작 중령에 육사 교무과장이면, 별로 유능한 인재는 아니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9/06/28 23:04
1.일벌백계의 의미가 상당히 있는 거니까 억울은 아닙니다만 저 케이스보다 더 악질적인 모씨의 경우는 잘먹고 잘살았다는게 문제지요.(왜 그 계XX 선생말입니다. 마눌님은 미국에서 슨상님 험담에 광분하고 계시는)

2. 북한관련 문제때문에 일본 서적 같은데서 "괴뢰" 관련 단어는 전부 "마리오네뜨 인형"내지는 "마술사" 로 의역하는게 지침입니다. 김전일에 나오는 "지옥의 마술사" 역시 "지옥의 괴뢰사"(인형 조종 기법으로 사람 하나를 완전히 토막내지는 매달아버리니)였고 이토 준지 만화에서도 "괴뢰 인형"이 모두 "조종 인형"으로 의역되지요.

3. 저 케이스중에 아직도 논란이 많은게 최남근 케이스였지요. 이기봉 같이 삘소리 하는 종자가 있긴 하지만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6/28 23:09
전시에 저런 모습을 보인 고급장교라면 총살 안시킬 군대는 세상에 없을겁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8 23:12
이준님//
1. 아아, 그쪽은 상세한 사정을 제가 몰라서요. 찾아봐야겠습니다.
2. 음 그렇군요.
3. 워낙 평이 갈려 있으니....;;

네비아찌//절대적으로 동의합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6/29 00:25
전시에 저런 모습을 보여준 고급장교면 어느나라 군대건 환영받지 못하겠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9 02:58
당연한 결괍니다.
Commented by ZECK-LE at 2009/06/29 05:16
좀 1~2년 산골짝서 버티다가 포로교환 시절에 나타낫다면 살았을텐데.... 하는 것이 좀 안쓰럽군요.
Commented by zxman at 2009/06/29 08:17
그...뭐랄까............ 전선이 불리해지면 안전한 후방으로 빨리 빼야할 생도들을 최전선에서 교전시킨 황당명령의 최고위층 당사자들이 서둘러 입막음시키려했던 것은 아닐까요? ^^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9 10:02
ZECK-LE//정말 포로교환으로 돌아왔다면 저렇게 죽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zxman//뭐 그건 아닐 것 같아요. 다른 관계자들도 전부 말짱하게 살았지, 아무도 책임 안 졌거든요.
Commented by 비도승우 at 2010/09/18 23:35
웬지..좀 억울한 느낌이 드네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0/09/19 12:28
전쟁중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던 셈이죠. 세세하게 무죄 여부를 가릴 여유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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