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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했던 국군 부상병 학살사건 포스팅, 내용 일부를 정정합니다.
사건을 다른 편에서 보았을 때 - 서울대병원 부상병 학살사건에서 셀프 트랙백.

어제 포스팅에서 저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북한군 쪽이 조금만 생각이 있었다면 서울대병원이나 서대문 적십자병원처럼 어느 정도 이상의 저항으로 교전이 발생한 곳 이외에, 서울 시내에 산재한 개인 병원에서까지 국군 부상병을 뒤져내어 학살할 필요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다른 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 적십자병원에서는 서울대병원 같은 교전 또는 즉각적인 부상병 학살이 없었습니다. 국방부 공식 기록에 의하면 28일 오전 10시에 2대의 전차를 앞세운 인민군이 적십자 병원을 점거하였고, 병원 정문에 3명의 입초를 세운 후 인민군 군관이 병실마다 돌면서 국군 부상병의 숫자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던 군의관 1명에게 계속 자리를 지키며 부상병을 돌보라고 했고, 병실마다 돌면서 이런 소리를 했다는군요.

"국방군 동무 여러분! 여러분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미 제국주의자의 앞잡이 이승만이며 그는 일본으로 도망갔다. 동무들은 가만히 누워 치료를 받은 다음에는 고향에 돌려 보내겠소. 앞으로 10일이면 부산까지 완전 해방될 것이오."

부상병들이 긴가민가 하면서 떨고 있는데, 아니나다를까 14시가 되자 인민군 부상병들이 병원으로 밀려들어오면서 간호원들로부터 국군 환자들에게 침대를 비우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 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릅니다.

여기까지는 어떻게 아냐고요? 부상으로 입원중이던 하사 한 사람(강종철)이 이 시점에서 탈출에 성공했거든요. 강 하사는 침대를 비우라는 요구를 받자 3명의 동료와 함께 각자 수류탄 한 발씩을 가지고 변소에 가는 척 탈출하려고 했고, 이때 담당 간호원에게 발견되어 "우리가 죽는다"는 호소와 함께 병실로 돌려보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2명의 동료와 재차 탈출하여 겨우 성공했다고 하네요. 강 하사의 이야기로는 남아있던 군의관도 어차피 환자들을 지킬 수 없게 되자 탈출하려고 숨어있다가 체포되었다고 합니다.

강 하사는 피난민 사이에 끼어서 한강을 넘었는데, 이때 인민군이 국군 낙오병을 찾기 위해 검사한 것은 이마, 손, 발이었답니다. 이마에는 모자 자국(이건 경찰이 더 해당되겠지만), 손에는 못박힌 흔적(일해서 박힌 못과 총을 다뤄서 생긴 못은 위치가 다릅니다), 발에는 무좀이 있는 자(일반인은 구두를 신을 일이 거의 없던 시대죠)였다고 하네요.

싸그리 전멸당한 서울대병원과 비교해 볼때, 위 기록대로라면 서대문 적십자 병원 접수는 분명히 정상적, 분명히 일단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승리한 편 군대에 의한 부상 포로 접수 및 인도적인 처우의 약속까지는 분명히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어요. 게다가 민간인과 섞이지 않도록 장교(군관)에 의한 현황 파악에 선무작업(?)까지 이루어졌습니다. 역시 인민군이 승리하던 순간이라 마음이 넓은 때였던 덕이겠죠(실제로 개전 1달 정도는 이렇게 인민군의 "마음이 넓은" 분위기가 지속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어제 포스팅에서 제가 적은 "인민군이 서울에 입성하자마자 시내에 있는 각 병원을 뒤져서 국군 부상병을 샅샅이 찾아내 죽였"다는 서술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어제 포스팅에서 완전히 대규모 떡밥질을 해버렸군요.

물론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침대를 비워 포로수용소에라도 몰아넣었는지 대충 치료해서 인민군에 현지 입대시켰는지 구덩이 파고 다 쏴죽여버렸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증인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일부 반공서적의 서술처럼 눈에 띄는 대로 보자마자 다 사살해버린 것은 분명히 아닌 듯 해요. 역시 서울대병원에서는 저항이 심했다는 것에 학살의 결정적 원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1개 소대의 경비병력 이외에도 환자병사들 중에도 상당수가 총을 들고 저항했다고 하니까요.

이 점은 적십자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습니다. 강 하사는 운이 좋아 무기를 쓰지 않고 탈출에 성공했지만, 만일 인민군의 병원 진입 단계에서 저항이 있었다거나 혹은 탈출 시도 과정 등에서 숨기고 있던 총기나 수류탄에 의해 한 발이라도 공격을 받았을 경우 인민군들이 병원 내에 있는 사람들을 싸그리 죽여버리는데 별 양심의 가책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어쩌면 강 하사가 탈출한 후 누군가 숨기고 있던 수류탄을 인민군에게 던졌고, 이를 빌미로 남아있던 환자들이 싸그리 총살당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적어도 제가 현재까지 가진 기록만으로는 확인할 수가 없네요.

어제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포스팅을 하여 오류 섞인 떡밥질을 한 것에 대해서 정말 사과드립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또 생기지 않도록 자료 조사에 유의하겠습니다. 하루만에 제 포스팅을 제가 뒤집게 되다니, 무지 쪽팔리군요-_-;;;

참고자료 :

한국전쟁사 vol.2 - 북한 괴뢰군의 남침,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1968

by 슈타인호프 | 2009/06/25 21:48 | 한국현대(~20XX)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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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adenijoa at 2009/06/25 22:08
사실 저렇게 해서 부상병들을 죄 돌려보내는 거까진 좋은데, 이후 패주 모드일땐 다시 필사적으로 찾아서 학살한 일이 비일비재했다죠-_-;; 개전 초기때도 학살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살려준 인물이 많은데 패배에 직면하면서 대거 학살했다고...

도망치기도 바쁜 것들이 학살한 시간은 있는지 원-ㅅ-;;

어쨌든 서울대병원 사건은 암묵적인 비교전지역/부대로 지목된 의료시설 접수 와중의 교전으로 인한 보복으로 봐야겠군요. 그래봤자 학살인건 똑같지만-ㅅ-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9/06/25 22:14
'게임' 시작 모드였으니까, '이게 왠 떡?'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그림은 ... ㅎㅎ ;;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9/06/25 22:17
이렇게 "신속"하게 수정글이 올라 오다니 ... 감탄 그 자체입니다.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6/25 23:24
뭐 승승장구할때야 넓은 아량을 베풀어 살해할 가능성은 적습니다만 패전해서 도망갈때는 오히려 살해 가능성이 클 수도..

근데 나치 친위대나 수용소의 경우는 승리하고 있을때나 패전해서 도망칠때나 학살은 여전히 저질러서 어느쪽에 넣어야할지는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sinis at 2009/06/26 10:25
그쪽은 특수한 경우죠...
Commented by 미스트 at 2009/06/25 23:36
이기고 있을 때는 그냥 포로지만, 지고 있을 땐 그냥 두고 도망가면 적 전력 증강이니까... ....처리하고 가는거겠죠.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6/25 23:40
처음에 승승장구할때니까 선전효과도 있을 것 같군요..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6/25 23:49
애쓰셨습니다. 자료가 하나 뿐이라서 포스팅이
쉽지 않았던 것 같네요. 더 많은 자료가 있으면 좋을텐데...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6 00:00
Ladenijoa//뭐 한국 군경도 철수하기 바쁜 판에 이거저거 많이 했다능.

organizer™//뭘요;; 첨부터 제대로 할 수 있는 걸 부실하게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만 듭니다.

알렉세이//걔들은 정말 특이케이스입니다.

미스트//그게 정답이죠.

Allenait//그런 면도 있습니다.

dunkbear//더 많은 책이 필요합....(퍽퍽)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6/26 00:54
그 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수 없는 점으로 볼 때 역시 구덩이 파고 드르르륵.....했을 가능성이 크겠네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6 00:57
구덩이도 안 파고 그냥 골짜기에서 했을지도;;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9/06/26 01:25
그런데 그렇게 되면 그건 발견되지 않았을까요? 환자들을 데리고 골짜기...로 어떻게 하긴 좀 그랬을테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6 01:44
서울 수복시에 대한 기록을 더 찾아봐야 할 듯 합니다. 그때 시체더미를 발견했다는 기록을 찾으면 확실한 거고, 아니면 뭐 미아(MIA) 처리겠죠.
Commented by ~_~ at 2009/06/26 01:15
아 긴급히 수정해야 했어야할 대목이군요 오해를 할뻔 했습니다. ㅎ
Commented by ㅇㅇ at 2009/06/26 01:36
만약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다시 터진다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것 같나요?
국가,가족을 위한 전쟁이 될까요 아니면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전쟁이 될까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6 01:41
~_~//네, 사실왜곡을 할 뻔했죠-_-;;

ㅇㅇ//글쎄요, 국가의 입장과 개인의 입장은 다르지 않겠습니까.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힘들 듯.
Commented by 산중암자 at 2009/06/26 19:15
사실 서울대병원 사건도 "저항했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벌이는것 자체가 당시 전투에 투입되었던 부대의 수준파악이 되는듯 합니다. 이건 병사들이 문제가 아니라 군관(장교)들 수준이 뭐..;;;
야전병원이나 치료소에서의 전투및 학살은 바탄반도 전역쪽 관련 이야기나 영상을 제법 접해서인지 왠지 눈에 보이는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6 20:49
그쵸. 병원이라는 거 뻔히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3,4사단은 장교들도 속성으로 양성한 쪽이라 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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