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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세계사 - 사실면에서의 수많은 오류들
발칙한 세계사 - 읽다 보니 입맛이 씁쓸해지는 정말 발칙한 내용에 이어서 씁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 책에는 사실적인 면에서의 오류도 한둘이 아닙니다. 한번 살펴볼까요-_-
순서는 책 내용에 따라서 처음 썼다가 시대순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 페이디피데스는 실존인물인가
전투를 치른 직후 42.195km를 달려 마라톤 전투의 승리 소식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리고 그 자리에 쓰러져 사망했다는 전령은 페이디피데스, 또는 필리피데스라고 그 이름이 전하지만 이는 그저 전해지는 "영웅담"일 뿐, 실제로 존재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실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적었네요. "그런 전설이 있다"고만 했으면 더 좋았을 듯 합니다.


- 이슬람은 제2차 십자군 전쟁에서 예루살렘을 탈환했다?
저자는 십자군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2차 십자군 전쟁(1147~1148)에서 회복했다"고 쓰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기독교도들이 지배하던 예루살렘이 술탄 살라딘에게 함락된 것은 3차 십자군 직전, 1187년의 일입니다. 2차 십자군이 실패하고 근 40년 뒤-_-


- 비잔티움 공격을 위한 루멜리 히사르
성채의 건설 자체는 분명히 비잔티움 공격을 위한 것이 맞습니다. 헌데 저자는 루멜리 히사르를 "해협을 두고 비잔티움과 마주한 소아시아의 요충지" 즉 아시아 쪽 해안에 지었다고 적고 있어요. 이는 명백히 틀린 서술로, 루멜리 히사르는 해협의 유럽 쪽 해안에 있었으며 같은 지점의 아시아 쪽 해안에는 "아나돌루 히사르"라는 성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치도 콘스탄티노플과는 좀 떨어져 있었어요. 루멜리 히사르에 대한 상세한 포스팅은 이쪽(교과서 오류 시리즈 - 루멜리 히사르는 언제 지었을까?)을 참고해 주세요.


- 합스부르크가가 15세기부터 에스파냐를 지배?
합스부르크가의 군주가 에스파냐를 지배하게 된 것은 "유럽 최후의 기사" 막시밀리안 1세가 아들 필립을 에스파냐 왕녀와 결혼시킴으로서 가능해졌습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카를 5세(1500~1558)가 외조부 페르난도 왕의 사망으로 1516년에 즉위하면서 합스부르크가의 에스파냐 지배가 처음 시작되죠. 15세기라니, 말도 안 되는.


- 레판토 해전의 그리스도교 함대는 300척?
저자는 1571년 레판토 해전 당시 투입된 "유럽연합(정식 명칭은 신성동맹) 함대"의 전력이 300여 척이고 이슬람 측은 250여 척이라고 하고 있습니다만, 실제 양측의 주전력인 갤리선은 기독교 함대(갈레아스 6척 포함)와 터키군 모두 210척 가량이었습니다. 연합함대에는 그 외에 비전투함으로 보급 및 운송을 담당하는 범선 30척과 연락 등의 임무를 담당하는 소형 쾌속선 50척, 터키군도 상당수의 비전투선이 있었지만 이들은 전력으로 치기는 곤란합니다.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또한 이 책은 레판토 해전이 오스만의 내리막이 시작되는 계기였다고 하고 있는데 오스만 제국은 이 해전의 패배를 단 1년만에 복구했고, 이후 17세기에도 내내 유럽을 위협하는 존재로서 남아있었습니다. 뭐 말하자면 계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확대해석이 아닐까 싶어요. 토이토부르거 숲의 패전이 로마제국 쇠퇴의 계기가 되었던가요-_-


- 프랑스가 30년 전쟁에 구교측으로 참전?
저자는 이 책에서 "프랑스는 구교의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1635년 신성로마제국을 침범하는데"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30년 전쟁에서 프랑스는 구교 국가이면서도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등과 한편이 되어 신교 편으로 싸웠습니다. 왜냐고요? 유럽 최대의 경쟁자인 합스부르크 가문을 견제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이걸 구교 편이라니.


- 1차 대전에서 독일 본토는 아무 피해도 없었다?
참호선 남부, 스위스 국경에 인접한 지구에서는 참호선의 "일부"가 독일 영토인 알사스 지방 내에 형성되었습니다. 전 전선이 프랑스-벨기에 국경에만 형성되지는 않았어요. 독일 본토에는 포탄 한 발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에는 어폐가 있죠.


- 에벤에마엘 요새 기습에 단 10분?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독일 공수부대의 에벤에마엘 요새 기습작전은 단 10분이 소요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 공수부대가 요새 꼭대기에 강하한 후 수비대가 모두 항복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거의 24시간....-_-
이 10분은 뭘 기준으로 한 건지 모르겠는데, 아마 말 그대로 공수부대가 "내리는 데" 걸린 시간만 계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떨어트리는 폭격작전도 한 3분 걸렸다고 할 수 있겠군요(먼산)


- 독일은 왜 프랑스를 직접 통치했나
2차 대전 당시, 전격전으로 프랑스를 굴복시킨 독일은 프랑스 본국 면적의 약 2/3를 "점령지구"라는 이름으로 직접 통치했습니다. 그건 맞는데요, 이 책에서는 마치 독일이 순전히 프랑스에 모욕을 주기 위해서 프랑스 영토를 점령한 것처럼 적고 있어요. "근대에 들어와서는, 강화조약이 맺어지면 물러가는 것이 상례인데 직접 통치함으로써 프랑스는 독일의 식민지와 같은 위치로 전락했다"고 말이죠. 이게 맞는 의미의 서술일까요?
그렇다고 하기는 좀 곤란합니다. 왜냐 하면, 프랑스의 전쟁은 항복으로 끝나버렸을지 몰라도 독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독일은 아직 영국과 전쟁을 하고 있었고, 영국을 공격하고 영국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프랑스 해안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실제 독일의 점령지구는 대서양 해안을 따라 빙 둘러져 있어요.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해야 했던 이런 배경들을 이야기하지 않고 독일이 순전히 프랑스를 모욕할 심산이었던 것처럼 적는다면 좀 곤란하지 않을까요. 만약 이 시점에서 영국과 강화조약만 체결되었다면, 독일로서는 프랑스 점령에 병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까운 병력을 왜 전쟁도 끝난 프랑스에 박아둡니까? 소련 쳐야죠-ㅅ-


- 미드웨이 해전은 400년만의 패배?
저자는 미드웨이 해전(1942.6)이 일본해군이 400년만에 당한 참패라고 적었습니다. 이순신 장군에게 당한 이후 처음이라는데, 이게 400년은 말이 안 되죠. 이순신 장군이 처음 일본 수군을 쳐부순 건 1592년, 마지막으로 쳐부순 게 1599년입니다. 400년은 커녕 아무리 길게 잡아도 350년-_-
게다가 이 책에서는 미드웨이에 투입된 미군 항공기들의 이름도 헷갈리고 있어요. 당시 미군 급강하폭격기로 SBD 돈틀리스(Dauntless)"라는 비행기가 있었는데, 이게 SBD와 SDB를 왔다갔다합니다. 이쯤 되면 "만신창이"를 "망신창이"로 쓴 것 정도는 가벼워 보일 지경. 도대체 편집을 하는 거야, 안 하는 거야?



그리고 이제 최악의 오류덩어리, 탄넨베르크 전투 파트가 이어집니다. 하도 할 말이 많아서 아예 그걸로만 포스팅을 따로 만들었습니다-_-

by 슈타인호프 | 2009/06/21 03:10 | 역사 : 통사(?~?) | 트랙백(1) | 덧글(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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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슈타인호프의 홀로 꿈꾸.. at 2009/06/21 17:45

제목 : 발칙한세계사 마무리 - 탄넨베르크 전투 : 과연 봉..
발칙한세계사 - 사실면에서의 수많은 오류들에서 이미 말씀드린대로, 최악의 오류모음집 탄넨베르크 전투 파트입니다-_- 간단하게 사전설명을 드리자면 탄넨베르크 전투는 1차 세계대전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이 거둔 첫 승리이자 최대의 승리 중 하나로, 당시 독일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했던 러시아군은 독일군의 두 배가 넘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분산운용하다가 각개격파당해 투입병력의 절반 이상을 상실하는 대참패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두 명의 러시......more

Commented at 2009/06/21 03: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6/21 06:14
.... 저자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군요.

아니면 편집부가 병맛이거나.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9/06/21 06:55
위험합니다. 위험해. 개인블로그도 아니고 거대 언론사랑 연계된 분 잘못 건드리면 그것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위험하게 됩니다.

ps: 모 사이트 관련자가 모 경제신문에 올린 기사 생각나네요. 구데리안이 모스크바 "점령" 운운하던... 그것도 공식적으로 뭐라 그런 사람들 신문사 차원에서 한번 문제 걸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asianote at 2009/06/21 07:10
레판토의 전투는 심리적인 결과가 컸다고 시오노 나나미는 분석하더군요. 결과적으로 터키제국의 힘을 꺾지는 못하였다고는 말을 못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었던 서구세력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줬다는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그나저나 시오노상은 고도의 이슬람까 성향이 너무 나타나 읽을 때 조심하지 않으면 이슬람 변태들 소리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당. 저도 예전에 꽤 많이 낚여서ㅡㅡ.
Commented by 萬古獨龍 at 2009/06/21 09:08
우와.... 저건....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6/21 09:38
합스부르크가가 15세기부터 에스파냐를 지배?

- 이 말대로라면 현재 세기는 20세기군요(...)
Commented by 알렉세이 at 2009/06/21 10:32
거 참 오류가 많군요.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6/21 10:42
일본 해군의 경우는 동경만에 뜬 페리제독의 함선을 어찌할 수 없었던, 그 사실 역시 완전무결한 패배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1 10:52
비공개//레판토 이후 오스칸의 성장세가 멈추고 서유럽의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로 한 말인 것 같기는 한데, 그러려면 아직 100년은 더 필요했죠.

이네스//편집자의 전공이 역사가 아닌 경우 편집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들을 다 걸러내지 못할 수는 있습니다만, SDB와 SBD, 망신창이 같은 건 충분히 걸러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준님//들어보니 엄청난 대인배신 것 같던데 변방의 쪼깐한 블로그가 찌질대는게 그분 귀에 들어가기나 할까요. 제 존재도 모를 거고 한 이틀 지나면 밸리에서도 저 멀리 밑으로 내려가 안 보일 텐데(웃음).
일단 말투나 이런 쪽으로는 최대한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문제걸만큼 그 신문사가 좀스럴 것 같지는 않고, 혹시라도 걸면 전 졸지에 민주투사 될지도 모르겠군요(쓴웃음).

asianote//저도 시오노상 책 꽤 읽었지만, 레판토가 서유럽의 자존심을 세우는 의미가 있었다는 이야기에는 뭐 별 이의를 제기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萬古獨龍//기가 막히죠.

소시민//뭐 모를 일입니다.

알렉세이//읽으면서 펜을 손에서 뗄 수 없었습니다.

초록불//그때는 "해전"이 없었으니까 아예 논외였던 듯 합니다.(>.>)
Commented by Cicero at 2009/06/21 11:08
얼마나 엉망이길래 별도 포스팅이 필요할지 기대가 되네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6/21 11:22
필자 : 으허허허 오해입니다.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6/21 11:28
예전에 슈타인호프님과 크레타섬의 나치 공수부대 투하에 관한 얘기로 약간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제 소스가 바로 저 책의 저자인 august님이 쓰신 블로그 게시물이었
습니다. 슈타인호프님과 의견 나눌 때 위키 등 다른 소스로 찾아보니 핵심적이라고 할 수
있는 빠진 부분들이 많아서 좀 당황했었습니다. 그 뒤로는 재미로 읽고 더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고 있지만요... ㅡ.ㅡ;;;
Commented by 계원필경theNatural at 2009/06/21 11:38
사실 전문적이지 않는 사람이 전문적인 내용을 전문적으로 기술할려다보니 한계(라기 보다 오류)가 많은 거 같군요... (나중에 그분의 또 다른 '작품'인 히든 제너럴도 분석해주시길...)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6/21 12:34
발칙한 세계사(x) -> 발로쓴 세계사(o)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1 13:45
Cicero//처음부터 끝까지 맞는 부분이 별로 없어요-_-;;

rumic71//오호호호 오해군요.

dunkbear//흠, 그 게시물 주소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계원필경theNatural//읽게 되면 해보겠습니다.

highseek//뭐 그렇게 말할 것까진.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6/21 20:50
http://blog.chosun.com/xqon/2840757

이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꽃잎이 되어 사라지다'라는
제목으로 총 8개의 게시물로 되어있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2 00:11
다 봤습니다. 구멍이 좀 여러 개 보이더군요-_-;;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6/21 13:55
하기야 많이 좀 발칙하긴 하죠
Commented by 길 잃은 어린양 at 2009/06/21 14:03
말씀하신 책은 저도 조금 읽어 봤습니다. 왜 이런 것을 책으로 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더군요.
Commented by TSUNAMI at 2009/06/21 14:21
'발칙한 세계사'뒤에 '떡밥'을 붙이면 참 아름다운 저작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1 18:06
Allenait//이런 책이 하나가 아니겠죠.

길 잃은 어린양//저도 모르겠습니다.

TSUNAMI//그런 게 될 리가.
Commented by 페스츄리 at 2009/06/22 06:37
그래서 30년 전쟁은 종교전쟁으로 시작해서 결국은 대량학살과 파괴 정략적 이익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추저분한 전쟁으로 끝났죠..리슐리외가 그런 점에서 아주 특이한 존재죠. 가톨릭 교회의 성직자이면서도 과감하게 프랑스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행동했으니까요.. 리슐리외의 간섭이 없었다면 아마 베스트팔리아조약같은 것은 한참 나중에나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델카이저 at 2009/06/22 10:32
위 포스팅을 먼저 보고 여기 왔는데.. 심하네요..ㅡㅡ;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22 14:28
페스츄리//리셜리외와 마자랭, 두 사람은 정말 추기경의 붉은 옷이 아니라 재상의 예뽁 쪽이 어울리는 사람들이죠.

델카이저//좀 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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