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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오류 시리즈 - 남의 족보 함부로 바꾸지 맙시다.

모 역사부도 91페이지.


이 페이지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만들어나가던 시대, 특히 세포이 반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세포이 반란과 관련된 두 여자에 대해 거론하고 있는데 두 사람 다 여왕이라는 데서 공통점을 찾은 것 같아요. 뭐,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간단하게 몇 마디만 배경 설명으로 덧붙이자면.....



기, 기왕이면 젊고 예쁠 때(1843년, 24세) 초상으로.....-_-*(잇힝♡)
사실, 이 여왕마마꼐서는 나이든 뒤에 너무 뚱뚱해지셨....;;;;
(사진출처 : http://www.icecastle.org/artwork/images/Queen%20Victoria%20(Winterhalter,%201843)_jpg.jpg)


알렉산드리아 빅토리아(Alexandrina Victoria) 여왕은 하노버 왕가 출신의 마지막 영국 군주이자 63년 7개월이라는 재위기간으로 가장 오래 옥좌에 앉아 있었던 왕이기도 합니다. 지금 엘리자베스2세가 5756주년(1953년 6월 2일 즉위)을 채우고 있는데, 7년8년을 더 산다면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을 깨게 되겠지요. 두 여왕 모두 비교적 어린 나이(빅토리아 18세, 엘리자베스2세 26세)에 즉위한 덕도 있고요.

빅토리아 여왕의 시대, 영국은 세계의 최강국으로서 전성기를 구가했습니다.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초강대국이었고 이는 제가 예전에 포스팅했던 스피트헤드에서의 관함식 장면으로 대표되기도 하지요. 뿐만 아니라 여왕폐하는 자식복도 많아서 9명의 자녀와 42명의 손자녀를 두었고, 이들을 전 유럽의 왕실과 명문가에 출가시켜 "유럽의 할머니"라는 호칭을 얻었습니다. 심지어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조차 빅토리아 여왕을 "큰어머니"라고 부르며 존경했을 정도였죠. 게다가 자기 자손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보지 않고 죽는 복까지.

그런데 빅토리아 여왕이 이렇게 위세를 떨치고 있을때, 이 교과서에 거론된 상대 여왕은....;;;


"잔시의 여왕" 라크슈미 바이(Rani Lakshmibai, 1835~1858).


라크슈미 바이는 인도의 잔시(Jhansi) 지방을 다스리는 토후국 왕의 아내(라자Raja는 남자 토후, 라니Rani는 여자 토후를 가리킵니다)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인 왕이 1853년 11월 21일에 사망하자, 그녀는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1851년에 낳은 유일한 아들은 생후 4개월만에 죽어버렸고, 남편도 계승자를 잃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거든요. 이에 기회를 잡은 영국인들은 직계의 후계자가 없다는 구실로 그녀의 영토를 몰수해버렸고, 18세의 그녀는 자신의 왕국에서 축출되었습니다.


잔시의 위치


당시 인도를 다스리는 영국 동인도회사의 총독, 달후지 경(Lord Dalhousie, 재임 1848~1856)의 정책은 가능한 많은 영토를 직할령으로 확보하여 징세수입을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핑계만 생기면 무력으로든, 모략으로든 토후국의 지배자들을 쫓아내고 그 영토를 병합했지요. 상속자가 없다는 핑계로 영토가 몰수된 토후국은 잔시 외에도 사타라, 나그풀 등이 있었습니다. 그외에 아우드 같은 경우 "너무 지나치게 방탕하다"는 구실로 군주 와지드 알리를 축출하고 직할령으로 만들어버렸죠.

동인도회사 측은 라크슈미 바이에서 단 6만 루피의 보상금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궁전에서 퇴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격렬하게 항의했지만 동인도회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라크슈미 바이는 결국 적의 무기를 사용하기로 하죠. 뭐냐고요?

영국인 변호사를 고용했습니다(...)


이 무기가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는 약간의 연금을 얻어냈고 자기 궁전에서의 거주권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세포이의 난이 발발하게 되지요. 잔시를 지배하던 영국인들은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던 군대를 빼냈고, 라크슈미 바이는 4년만에 자기 영토를 다시 다스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다시 지배권을 확보했다...고 해서 곧바로 영국과 전쟁을 시작하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라크슈미 바이는 자기 영토에서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인도 중북부 일대가 전쟁으로 혼돈 속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녀가 통치력을 발휘한 덕분에 잔시는 평화를 누릴 수 있었고, 주변 지역의 영국인들이 잔시의 요새로 피난을 올 정도였어요.

그런데 이때 문제가 터집니다. 반란군은 잔시에서 보호받고 있는 영국인들에게 안전통과를 약속해서 성 밖으로 끌어낸 다음 모조리 죽여버렸고, 영국인들은 라크슈미 바이에게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 하여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변명 따위는 무시해버리고 다른 지역의 반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잔시 점령을 위한 진압군을 파견하죠-_-;;

영국군이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만 해도 라크슈미 바이는 반란에 동참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858년 3월, 막상 적군이 그녀의 나라를 침략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망설임도 끝나고 최선을 다해 맞서 싸우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성 안에 갇힌 그녀를 구출하려는 외부의 시도는 모조리 실패하고, 결국 라크슈미 바이는 성을 버리고 탈출합니다. 그리고 영국인에 맞서 싸우다 1858년 6월 11일에 전사하게 되죠. 즉 그녀의 항전은 반란 전 기간에 걸친 것이 아니라 단 3개월 정도였습니다. 이것도 상식에 어긋나는 내용인데, 책에 넣었으면 좋았을 뻔 했네요. 쳇, 아쉬워. 왜 그때는 더 사소한 것만 살폈을까.

이후 영국은 인도 통치에 있어서 토후국을 병탄의 대상이 아니라 착취의 동반자로 간주하게 됩니다. 군주들을 쫓아내는 정책은 그들의 반감만을 불러온다는 것을 깨달았고, 세포이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아직 영토를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토후들은 영국 편에 섰거든요. 라크슈미 바이만 해도 영국군이 공격해오기 전까지는 반란군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또한 반란을 일으킨 벵골 군관구의 세포이들 중 많은 숫자가 바로 전해에 병합당한 아우드 왕국 출신이었죠. 이들은 자신들의 왕을 본래 지위로 복위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이런 경험을 하고 나자 영국인들은 남아있는 토후국에 대해서는 병합정책을 포기합니다. 아직 인도 전체 면적의 40% 가량을 점하고 있던 토후국의 군주들은 이제 영국에게 영토를 빼앗길 염려는 안 해도 되었지만, 한층 더 철저한 허수아비가 되어 갔죠. 통치에 대한 모든 실권은 영국인 관리들이 쥐었으며, 군주들은 지배권 유지를 위해 식민권력에 철저히 협조했습니다. 옛날에 포스팅한 세포이의 난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에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가 영국에 제공한 병사들 중 상당수가 이들 토후령에서 나온 것이었죠. 아아, 이런 이야기까지 다 할걸 괜히 책에는 빼고 안 넣었네, 쳇쳇. 지금 넣는 건 무리겠지 F--;;

하여튼 이제 서론(?)은 끝내고, 이제부터 교과서가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짧게" 말해 볼까요?

1. 위치오류
맨 앞 그림을 다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영국 여왕인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 밑에 여왕이 아닌 "락슈미 왕비"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당황스런 일이죠.
뭐 사실 왼쪽에 들어간다고 문제될 건 없지만 그러려면 초상화 오른쪽에 있는 "락슈미 마야"라는 인명 표시도 왼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요.

2. 인명오류
네, 보시다시피 "잔시의 왕비"를 교과서에서는 "락슈미 마야"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이름 뒷부분은 "마야"가 아니고 "바이"입니다. 남의 이름을 함부로 바꾸면 안 되죠. 그죠?
참고로, 결혼 전 처녀때 이름은 마니카르니카(Manikarnika).


참고자료 :

제3세계 문화총서 vol.4 - 인도의 독립운동, 네루 외, 태창문화사, 1979
제국, 닐 퍼거슨, 민음사, 2006

위키피디아(영) - Rani Lakshmibai


by 슈타인호프 | 2009/06/10 17:44 | 세계근대(~1900) | 트랙백 | 덧글(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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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06/10 17:4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6/10 17:53
...이럴수가. 이건 사실 인도가 영국을 지배했다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었군요!(거짓부렁)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10 17:55
비공개//그런 건 못 보신 겁니다! 못봤다 못봤다 못봤다~~_~~~

Allenait//글쎄요오~~?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6/10 18:02
그러고 보니 빅토리아 여왕은 나이든 모습밖에 본 기억이 없군요
Commented by 아브공군 at 2009/06/10 18:11
한번 악희님 스타일로 정리 포스팅을 써 봤습니다.
죄송~~~
(도망간다)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6/10 18:23
빅토리아 여왕은 젊을때도 그닥...젊을 때와 나이들었을 때의 차이라면야 유럽 최고의 미녀-아직도 그 초상화 처음 봤을때 충격은...-라 불리웠는데 나이들어서는 두턱진 모습의 초상화를 남긴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도 만만찮지요^^.

그런데 그 9명의 자녀들이 전부 유럽 왕가로 출가하고 서로 결혼한 덕에...
지금 영국 왕위 계승서열에 유럽 입헌군주제국가들의 국왕들이 전부 포함되더군요. 제일 순위높은 게 노르웨이의 하랄드 5세고, 그 다음이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1세-재미있는 건 그의 아들인 아스투리아스 대공 펠리페 왕세자는 어머니 혈통으로 아버지보다도 계승순위가 위쪽...-군주제가 폐지된 그리스의 콘스탄티노스 2세라든가 루마니아의 미하이(발음 맞나?) 1세에...1차대전의 적국 호엔촐레른 왕가의 후계자까지...아주 대단혀요.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6/10 18:39
지금 엘리자베스2세가 57주년을 채우고 있는데, 7년을 더 산다면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을 깨게 되겠지요.

- 생각해보면 찰스 왕자도 정말 지못미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10 18:44
Allenait//젊을 때보다 나이든 뒤가 영국이 더 잘나가서일지도.

아브공군//감사감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위장효과//하노버 왕가 자체도 그런 식으로 독일에서 들어온 왕손이죠 ㅎㅎ

소시민//그래서 윌리엄한테 바로 넘겨버리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덧 : 57주년이 아니고 56주년입니다. 중간에 수정했는데, 날아가버렸을 때 복구가 안 됐더군요. 말씀하신거 보고 안 고쳐진 거 알았습니다-_;;
Commented by 獨步 at 2009/06/10 18:44
조금은 상관없는 댓글인데... 영화 'The Queen'에서 총리즉위후 알현온 토니 블레어에게 엘리자베스2세가 "즉위하고 처음 알현온 총리가 윈스턴 처칠이었지. 어리다고 아주 날 가르치려 들더군."

...혹시 윈스턴 처칠의 심정은 소녀시대를 바라보는 삼촌팬의 그것과 같았을까요(후다닥).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Commented by 海凡申九™ at 2009/06/10 19:17
저거 보고 좀 이상하긴 했어요

에혀 역시나.....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6/10 19:51
빅토리아 여왕님의 젊은 시절 초상화를 보고 감탄하고 갑니다.
Commented by B군 at 2009/06/10 19:53
잘 보았습니다 ㅋ
Commented by 페리 at 2009/06/10 19:53
빅토리아 여왕 이쁘네요...ㅎㅎ
그나저나 이름도 맘대로 바꾸고 -_-;
Commented by 요츠바랑 at 2009/06/10 20:36
저는 토후국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네요 ㅋ-ㅋ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10 20:44
獨步 //비슷했을 겁니다, 크크


海凡申九™//에? 저 책으로 배우셨어요?

행인1//의외로 미인이죠?

B군//어이쿠 뭘요. 저야말로 배군님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페리//여왕님 미이닝죠? 마야는 어디서 나왔나 모르겠어요.

요츠바랑//우리나라에선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ㅎㅎ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6/10 20:58
...락슈미는 비슈누의 아내이자 연꽃 위에 앉아 손에 꽃을 들고 태어난 행운과 다산과 풍요와 미의 여신이며 대지모신..

마야는 환영(幻影)이란 뜻을 지닌 단어로(측정하다, 재어서 나눠주다, 창조하다, 짓다, 드러내다 등의 뜻을 지닌 어근 ma에서 유래), 환영을 창조하는 힘과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가상을 의미하죠. 마법사와 마법의 여신이기도 하고, 마야는 매혹이자 매력, 특히 여성적 매력..

뭐 석가모니의 어머니 이름도 마야임..

바이는..에또..(..)
Commented by 사불상 at 2009/06/10 21:35
큰어머니 한 미모 하시네요.
Commented by StarSeeker at 2009/06/10 22:00
정말 한 미모 하는 여왕폐하는 마리아 테레지아 오스트리아-헝가리 여제 폐하시지요.ㅎㅎㅎ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6/10 22:09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건 두턱진 모습이니 원...
Commented by StarSeeker at 2009/06/10 22:27
그래도 10대 후반과 20대 초반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모에한 이미지 셨지요. ㅠ_ㅠ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6/11 00:24
그러니까 말입니다. 젊을 때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더라면...ㅠㅠ.

헝가리 왕위 계승할 때의 동시대 그림을 보면...윤곽선이 희미하긴 한데 이미 얼굴이 둥그스름해지기 시작합니다(말위에 올라 칼로 헝가리 왕관을 들어올리는 그림)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10 23:14
highseek//마야부인 이름은 저도 아는데, 그걸 왜 여기다 갖다붙였는지가 의문인 거죠(...) 마야가 그런 의미를 가진 줄은 처음 알았군요. 감사감사.

사불상//그러게 말이에요.

Starseeker//저도 포스팅에서 한번 뫼셧었죠 ㅎㅎㅎ

위장효과//그야 뭐 다른 여제분들도 죄다;;;
Commented by 계원필경theNatural at 2009/06/10 23:34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성을 바꿔버리다니... 이래서 망국의 여왕의 운명은...orz...
Commented by 雨影 at 2009/06/11 00:00
라크슈미 바이만 해도 영국군이 공격해오기 전까지는 반란군 편에 서지 않았습니다. 또한 반란을 일으킨 벵골 군관구의 세포이들 중 많은 숫자가 바로 전해에 병합당한 아우드 왕국 출신이었죠. 이들은 자신들의 왕을 본래 지위로 복위시켜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오타나신듯?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11 00:17
계원필경theNatural//에 그게 또 성은 아닐 겁니다.

雨影//맨 끝에 "의"자 하나만 빼면 될 듯. 오타는 아니고 오자군요. 필요없는 글자가 들어간.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9/06/11 00:26
결론은 변호사가 최강의 무기...(퍽)
Commented by 세실 at 2009/06/11 00:36
교과서 만드는 사람이 귀찮아서 대충 만들었나봅니다...[어?]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11 00:56
변호사//그러게 말입니다. 지옥이 천국에게 승소할 수 있게 만드는 존재들.....

세실//모르지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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