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으로 족한 것을 비난하지 말자. "따뜻한 말은 생명의 나무가 되고 가시 돋친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잠언, 15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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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재판의 여러 사례들 3편 + 무생물에 대한 재판사례
3월에 연재했던 지난번 두 번에 이어서 3편. 출처는 몇 번 써먹은 책입니다.

일단 이번에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도 있지만 기존 이야기의 보충도 있습니다.


기원전 4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짐을 나르는 짐승이건 기타 짐승이건, 사람을 죽였을 때 그 행위가 경기 중에 일어난 일만 아니라면, 사망자의 인척이 살인을 저지른 동물을 처벌할 수 있다." 경기중의 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아도 좋다고 하는 걸 보면 당시의 경기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지, 안전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1225년, 뱀장어가 교회에서 추방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1386년, 암퇘지가 팔레에서 추방당했습니다.

1389년, 말이 디종에서 추방당했습니다.

1405년, 소가 디종에서 추방당했습니다.

1451년, 스위스 베른에서 쥐와 거머리가 추방되었습니다.

1487년, 프랑스 생 쥘리앙에서 추방당한 곤충들의 서식지로 꽤 넓고 비옥한 땅을 제공하고, 인간들은 전쟁이 터지거나 마을에 재난이 닥친 경우에만 곤충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그곳으로 피난을 가거나 땅을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내립니다. 이를 위해서 지형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짐은 물론 부지 내에 서식하는 식물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지죠.
그런데 몇 달간 작업이 이루어지는 중에 곤충 측 변호사가 이의를 제기합니다. "그 부지는 내 의뢰인들에게 적합하지 않음!"

그래서 재판 절차가 전면 중단되었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난 후 법원에서는 전문가를 다시 고용하여 부지 조사를 재개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뒤의 기록을 쥐인지 벌레인지가 갉아먹었다는.

이런 식으로 재판을 하는데는 동물 쪽에 주는 합의금(?)이외에도 변호사비, 교회에 내는 각종 의식비 등으로 많은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재판을 한 이유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 시대에는 농약도 없었고, 벌레들을 쫓아내기 위해 무단으로 마법 의식을 하거나 부적을 사용하면 악마와 교통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되어 종교재판에 회부, 고문을 받고 화형에 처해졌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들이 무더기로 화형당한 것도 이 이유 때문이었고요.

1478년, 스위스에서 투구벌레에게 재판이 열렸습니다.

1487년, 프랑스 오탱에서 달팽이에게 사흘의 유예를 둔 추방령이 내렸습니다.

1705년, 영국의 웨스트 하틀풀 해안에 난파선의 마스코트였던 원숭이 한 마리가 보트를 타고 떠내려왔습니다. 마침 영국이 프랑스와 에스파냐 왕위계승전쟁을 벌이던 중이었던 데다, 원숭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주민들은 이 이상한 동물을 프랑스의 스파이로 간주하고 즉시 체포했습니다. 이 원숭이는 군사재판을 받고 곧바로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1750년, 프랑스에서 암탕나귀 한 마리가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성질이 유순하다 하여 사면을 받았습니다.

1906년, 스위스 델리몬트에서 개가 파문당했는데 이것이 아마도 최후의 동물에 대한 파문입니다. 스위스, 의외로 교조적이었군요(...)

한 가지 신기한 것은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파문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고양이의 처지가 좋았던 건 절대 아니에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고양이들도 일반 재판이나 마녀재판에 회부되기는 마찬가지였고, 툭하면 재판도 없이 대량학살을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에-_-;;;

1991년, 아르헨티나에서 주인의 세 살 배기 양자를 죽인 개가 종신형을 받았습니다.

1991년 11월 3일, 캘리포니아에서 제인 질이란 여성이 목졸려 살해당한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녀의 앵무새는 한껏 굶주려 있었는데, 애완동물 전문가가 보살펴 주자 회복되어서는 갑자기 "안 돼, 리처드! 안 돼!"하고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지인들 중에 리처드라는 사람은 그녀와 옛날 동거했던 사람 하나뿐이었지만 판사는 앵무새의 증언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992년, 탄자니아에서 염소 한 마리가 남의 정원 풀을 뜯어먹고 1주일간 구류 처분을 받았습니다.

1993년, 케냐에서 염소 한 마리가 과일장수로부터 2달러 25센트를 훔쳤다는 혐의를 받고 이틀간 투옥되었습니다. 다른 가게주인 한 사람은 자기 빵을 훔쳐먹었다면서 쥐 네 마리를 잡아서 경찰서로 데리고 왔다가 도리어 본인이 정신감정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잡혀온 피의자(...)들을 보건담당자에게 인계했다고 하네요.



무생물에 대한 재판도 꽤 유례가 깊습니다. 플라톤은 무생물의 경우에도 사람을 주깅면 시 경계선 바깥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했고, 받침대 위에서 떨어진 조각상에 사람이 깔려 죽은 경우 그 조각상은 시 경계선 밖으로 던져졌습니다. 어떤 운동선수의 경우, 하필이면 라이벌 운동선수들의 팬들이 모여있는 위에 조각이 떨어지는 바람에 라이벌의 팬 하나가 죽었고, 재판을 받은 조각상은 바다에 던져졌습니다.

러시아에서는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 1591년 러시아 짜르 이반 4세(뇌제 이반)의 아들 드미트리가 유배당한 곳인 유글리치에서 암살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유글리치 성당의 큰 종이 마구 울리기 시작했고, 이 죄로 이 종은 시베리아 토볼스크로 유배를 당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각계의 탄원으로 죄를 감면받은 이 종은 토볼스크 성당의 탑에 매달리게 되었는데, 1892년에는 완전히 사면을 받아 유글리치의 원래 자리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

기이한 역사 - 기록된 그러나 기억되지 않은 세계사 속의 이야기들, 존 리처드 스티븐스, 예문, 1998

by 슈타인호프 | 2009/06/02 13:41 | 역사 : 통사(?~?) | 트랙백 | 핑백(1)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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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포스팅</a>에서 JinAqua님이 이런 리플을 달아주셔서 이렇게 낚였던 책이 하나 더 기억났습니다. Commented by JinAqua at 2009/06/02 21:02 <a onclick="delComment('b0041991','4155526','12680672','ljm0918','0','1','0','0' ); return false;" href="http://nestofpnix.egloos.com/4155526#"></a> <a ... more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6/02 13:45
1.어레 저거 1991년 저거... 무슨 괴담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군요. 근데 실제라니.

2.고양이야 중세 파리에서 심심하면 대량으로 화형당하고 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9/06/02 13:49
모기를 추방하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카바론 at 2009/06/02 13:50
리처드! 안돼!!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02 13:53
Allenait//
1. 실화가 더 기가 막힐 때가 많죠.
2. 넵 사실입니다.

계란소년//일단 모기향을.....

카바론//하지만 무용!!
Commented by soaring at 2009/06/02 13:54
1. 1705년 지못미 원숭이.

2. 고양이나 두꺼비, 까마귀 등은 마녀들과 연관있다고 해서 많이 죽었다고 하더군요.
특히 흑사병이 유행했던 시기에 많은 고양이들이 떼죽음당해서 상대적으로 쥐가 번식, 병이 더 확산됬다는 얘기도.

3. 그런데 추방형당한 동물을 다시 잡아와서 키우는 경우는 없었나요?
Commented by Cicero at 2009/06/02 14:08
왠지 저 캘리포니아 앵무새 사례의 반대되는 이야기-앵무새증언의 인정-도 있을것 같네요.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6/02 14:43
우리나라에서는 동물 재판 사례가 없나요? ㅋ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ㅋ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6/02 14:57
태종 땐가.. 왕이 선물로 받은 코끼리가, 사람을 밟아 죽여서 재판에 오른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 이거 전에 신비한 티비 서프라이즈에 나왔었음..

찾아보니까 최근에도 있더군요. 05년도에 경부 고속전철 공사 때문에 산에 사는 도룡뇽이 죽어가고 있다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원고인이 도룡뇽이랍니다 -_-;;

http://cafe.naver.com/ArticleRead.nhn?clubid=11049607&articleid=86&menuid=21&boardtype=L&page=1
출처는 조선일보 기사. 코끼리 이야기도 이 기사에 나오네요.
Commented by 개멍 at 2009/06/02 14:58
앵무새의 발언을 "증언" 으로 인정했다간 조작사례가 넘쳐날거 같고... 문제는 앵무새의 "고발" 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경찰이 못 찾았다는 얘기겠죠 결국.
Commented by Binoche at 2009/06/02 15:11
사례들이 다 빵빵 터지네요. 특히 1750년, 1993년 사례는 지대 굿
Commented by ▶◀천마 at 2009/06/02 15:58
1. 플라톤 시대뿐 아니라 스포츠 자체가 사실 폭력적인 의식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푸는 방법이라는 면도 있어서 말이죠. 사실 안전의식이 확립된 지금도 스페인의 "투우"나 "소축제"행사중 부상이나 사망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금도 비슷하달까요.

2. 각종 동물 추방이야기를 여기와서 읽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재판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생각해봤는데 이 글에도 나오지만 피해입은 사람들의 민원을 풀기위한 용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갈등을 권력기관이 들어주고 어떤형식으로든 해결책을 제시하고 행동한다는 건 어쨌든 백성의 사정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고 보여줄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3. 아무리 그래도 동물을 스파이취급해서 처형하다니. OTL

4. 아르헨티나는 지금도 동물재판을 하나보군요. 그런데 어린이를 죽인 개는 죽이는거 아닌가요?

5. 앵무새의 말은 그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알 수 없으니 리차드를 용의선상에 올리는 단서는 될지라도 증언으로 채택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나저나 무생물까지 "재판"을 했다는게 재미있군요. 조각상 같은 경우는 요즘 같으면 시설관리 책임자가 처벌받은 일인데 역시 안전의식이 희박하던 시절이라 그런가보죠.^^;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6/02 16:25
뭐, 중세 유럽에는 동물들은 사실 인간보다 먼저 창조되었고, 노아의 방주에도 동승했었으며, 안식일에도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들을 관대하고 정의롭게 취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해요.

게다가 경제적인 이유도 좀 있었는데, 동물재판을 하면 그 경비는 주로 소송을 거는 마을사람들이 다 부담해야 했습니다. 또 재판을 시작하려면 마을 사람들은 교회에 십일조를 완납해야 했고요. 그래서 동물재판을 하면 변호사들이나 교회에 많은 돈이 흘러가게 되죠. 따라서 교회 입장에서는, 좋은 돈벌이가 되는 동물재판을 마다할 리가 없고.. 그래서 본문에도 있듯이, 재판을 거치지 않고 주문장이나 부적 등을 사용하는 행위를 악마와 소통하는 행위라고 엄격히 규제하죠. 불만이 있으면 교회법정을 통해 재판을 청구해라(즉 돈을 내놔라) 라는 거.
Commented by ▶◀천마 at 2009/06/02 16:52
전 해충피해등 각종 민원을 권력기관이 일일이 재판하는게 백성들 민원관련으로 일종의 생색내기로 봤었는데 종교관련과 경제적인 이유였다니....그럼 제가 완전히 헛짚은거군요.OTL
Commented by highseek at 2009/06/02 17:38
당시엔 교회가 권력을 잡고, 정치권력에도 교회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으니.. 그런 생색내기의 요인도 있긴 했을 겁니다 :) 지금처럼 종교와 정치가 분리된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

문제는, 판결이 어떤 실제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 (인간이 판결을 하던 말던 동물들이 알게뭐..) 특히 1487년 곤충에 대한 판례 같은 거 보면 저런 재판 자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죠. 경계를 제한한다고 해서 걔들이 그걸 지킬 것도 아니고..

그리고, 민간 수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재판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게끔 함으로써 결국 백성들을 수탈하는 결과를 내었다는 것. 이래저래 백성들 입장에서야 좋을 게 별로 없겠지요.
Commented by 瑞菜 at 2009/06/02 16:40
스위스 하면 쯔빙클리와 칼뱅의 나라 아닙니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02 17:51
soaring//
1. 지 팔자인 겝니다 :P
2. 그렇지요.
3. 잘 모르겠습니다. 돼지 같은 건 몰래 키우는 사람이 있었을 듯.

Cicero수사의 계기 정도라면 몰라도, 결정적 증거 인정은 곤란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일턴//조선시대 코끼리 재판이 유일한 사례입니다.

highseek//그 도롱뇽 말고 황금박쥐도 있는데, 두 번 다 재판부가 각하했습니다.

"도롱뇽 중 어느 도롱뇽이 제소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변호인이 제소권을 위임받았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각하한다고 하더군요.

개멍//아마도요.

Binoche//세 편 다 읽어보시면 기절하실 듯^^

▶◀천마//
1. 하긴 확실히 그런 면이 있습니다.
2. 그런 용도도 분명히 있습니다.
3. 아마 변장한 난장이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아요 F->-;;;
4. 저도 의외였습니다. 평소에 애가 개를 때리기라도 했는지;;;
5. 그러게요^^;;

highseek//그것도 맞는 이야기.

▶◀천마//완전히 헛짚으신 건 아닙니다^^;;

highseek//그게 정답.....

瑞菜//하긴 그렇군요.
Commented by 조이 at 2009/06/02 17:51
원숭이 불쌍함. ㅠ.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02 17:52
불쌍하죠(.....)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9/06/02 19:48
1.'스파이' 원숭이 안습... ㅠㅠ

2. 유글리치 성당의 종의 운명도 참 기구하군요.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6/02 20:21
무생물의 경우에도 사람을 주깅면 -> 죽이면

스파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쓴 원숭이가 불쌍하네요... ㅠ.ㅠ

근데 다른 동물들은 그렇다 쳐도 왜 뱀장어가 교회에서 추방을??
Commented by JinAqua at 2009/06/02 21:02
앵무새 이야기는, 그 상황을 상상했더니 섬뜩해졌어요.
아이고 앵무새야 못 볼걸 봤구나 ㅠ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02 22:26
소시민//
1. 가엾은 원숭이(...)
2. 그러게요. 그나마 현지에서 녹여서 재활용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듯.

dunkbear//저도 모르겠습니다.

JinAqua//가엾은 앵무새(...0 사실 이 리플 보고 http://nestofpnix.egloos.com/4155759에 다신 리플인 줄 알았습니다. 제가 여기 낚인 적이 있어서-_;;;
Commented by 눈팅 at 2009/06/03 11:24
스위스가 신교의 나라라고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아닙니다.
언어만 4개 쓰는 나라가 종교가 통일되어 있겠습니까?
카톨릭 쪽 주도 잇고 여성 참정권을 제일 늦게 인정한 주도 있습니다.
그리고 교황청에서 스위스 용병을 쓰는데 개신교도를 설마 쓰겠습니까?

그래도 오해 풀어 주시고 계시는 호프님의 기록이 계속 되길 바랍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9/06/03 12:12
no! Richard. No!


이걸 보고 19금을 생각한 저는 뭔가요....ㅠ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6/03 12:16
눈팅//교조적...이라는 말은 가톨릭에도 쓸 수 있지 않나요;; 아무려면 제가 스위스 전체를 신교국가로 알고 있겠습니까. 스위스근위대 포스팅도 몇 번 했는걸요^^;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뚱띠이//글쎄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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