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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오류 시리즈 외전 - 어떤 대안교과서 : 쿠바 혁명
아까 편에 이어서. 첨에는 그냥 "사실 + 사실 = 오해"라고 생각해서 앞 포스팅의 3번으로 넣으려고 했습니다만 쓰다 보니 작기는 해도 오류도 섞여 있고, 오해의 소지도 좀 있는 것 같아 별도 꼭지로 뺐습니다.



쿠바 혁명에 대한 본문과 사진 설명을 각각 따로 보았을 때는 분명히 맞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입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편집에서는 사진설명이 곧 본문과 같은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이죠. 여기서 생길 수 있는 오해를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카스트로 군의 쿠바 상륙은 11월이 아니라 12월 2일입니다. 원래 예정은 11월 30일이었지만(멕시코 출항은 11월 25일) 항해 도중 폭풍을 만나는 바람에 이틀이 늦어졌죠(이건 틀린 부분이군요).
멕시코에서 출발한 82명의 동지들 중 상륙 후 60명이 사살되었으며 10명이 체포되었습니다. 이때 산속으로 숨은 12명 중에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 외에 카스트로의 동생 라울도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 라울이 권력을 물려받아도 쿠바인들의 불만이 별로 표출되지 않는 겁니다. 라울 카스트로 역시 혁명의 영웅이거든요.


둘째, 위의 이야기만 보면 카스트로가 말한 "70명"이 상륙 후 죽거나 체포된 70명의 동지를 가리킨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이게 맞다면 본문과 사진 설명은 일치해서 한 가지 사건을 가리키는 것이 되겠지요. 하지만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겠지요?

넵, 맞습니다. 이 70명의 동지는 1955년 12월에 잃은 70명의 동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왜냐 하면 카스트로의 혁명운동이 이때 시작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카스트로의 혁명운동이 시작된 것은 1953년 7월 26일, 160명의 병력으로 산티아고 근처에 있는 바티스타(풀헨시오 바티스타, 당시 쿠바의 대통령이자 독재자)군의 몬카다 병영을 공격한 때의 일입니다. 실패한 이때의 습격에서 카스트로는 체포되었고, 재판을 받게 됩니다. "역사가 나를 무죄로 풀어줄 것이다"라는 즉홍적인 연설도 이 재판정에서의 자기 변론(카스트로는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이며, 감옥에서 밀반출한 메모를 바탕으로 지하인쇄물로 출판된 것입니다. "생명을 잃은 70명의 동지"는 바로 이 사건에서 죽은 동지들을 가리키는 거죠. 뭐 카스트로 본인의 기록에 의하면 실제 사망자는 61명이라고 하는데, 진짜 사망자 숫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물론 재판정에서 카스트로는 유죄 선고를 받아 15년 형(동생 라울은 13년 형)을 받았고, 1년 8개월 가량 복역하다가 1955년 5월 바티스타가 재선되면서 행한 일반사면의 대상자로 선정, 석방되었습니다. 이후 잠시 합법적인 비폭력운동을 벌이던 카스트로는 별 성과가 없자 멕시코로 망명하여 게릴라 조직을 만든 후 쿠바로 돌아갑니다. 이 책에서는 그 과정이 다 빠져 있어요.


셋째, 카스트로가 상륙한 후에도 12명의 동지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프랑코 파이스(당시 24세)가 이끄는 300명의 혁명군이 11월 30일에 산티아고에 대한 공격을 실시한 후 카스트로와 합류할 예정이었고, 이들은 24시간 동안 산티아고를 장악하는데 실제로 성공했습니다. 다만 카스트로의 상륙이 늦어졌고 지리멸렬했던 탓에 그와 합류하는데 성공한 숫자는 원래의 300명보다 훨씬 적었고, 이후 산속에서 활동하면서 차츰 숫자를 늘려나갑니다. 12명밖에 없었다는 건 좀 어폐가 있죠. 게다가 쿠바에는 카스트로의 일당 말고도 수많은 반바티스타 게릴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스트로의 게릴라전은 민중을 방패로 한 성격이 컸습니다. 3년간의 게릴라전에서 카스트로군의 수는 가장 많았을 때도 3천 명을 넘지 않았고, 1958년 8월에 1만 2,000명의 바티스타군을 상대로 벌인 최대규모의 전투(당시 카스트로군은 300명)에서도 정부군의 손실은 300명인데 반해 게릴라들의 전사자는 단 40명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한 거 없는 싸움처럼 보이겠지만, 이때 카스트로파가 아닌 반 바티스타 저항분자의 사망자가 1500~2000에 달합니다-_-;; 그리고 바티스타 정권에 최후의 일격이 된 산타클라라(Santa Clara)시의 함락(이 도시의 함락에 충격을 받은 바티스타가 도미니카로 탈출) 당시 전사한 카스트로파 병사는 6명 뿐이었죠.

이만하면 맞는 내용이라고만 보기에는 조금 많이 난감한 게 맞죠?


참고자료 :

리더스 다이제스트 - 20세기 대사건들, 리더스 다이제스트, 동아출판사, 1991
한마음신서 vol.15 - 세계현대사(3), 폴 존슨, 한마음사, 1993

위키피디아(한) - 쿠바 혁명

by 슈타인호프 | 2009/05/27 12:15 | 한국현대(~20XX)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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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5/27 12:57
.....이건 좀 많이 난감하군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5/27 13:05
바티스타는 쿠바를 떠나면서 카스트로를 사면해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을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5/27 15:21
이런 오류가 나는 건, 체 게바라 빠돌이들이 그동안 많이 퍼진 덕분 아닐까요.
Commented by Binoche at 2009/05/27 15:31
전 체 게바라 평전을 읽으며 느낀게 대단한 영웅 이라기 보다는 이상만 높은 바보 라는 느낌 이었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5/27 17:14
Allenait//조금 많이...^^

행인1//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네비아찌//잘 모르겠습니다.

Binoche//읽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슈팅스타 at 2009/05/28 03:03
이거 지학사 교과서 아닌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5/28 11:30
지학사면 정규 교과서죠. 이건 데목에도 명시했듯이 "대안"교과서입니다. 사실상 일반도서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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