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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병대장의 항복서를 받은 만세시위대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 만세시위가 시작된 그날 전국 각지에서도 만세시위가 있었습니다. 황해도, 평안북도 등 기독교-천도교 세력이 강한 지역들이 주로 그랬는데, 이런 곳들은 대개 서울의 중앙 교단과 사전 연락을 통해 미리 모의할 수 있었던 지역들이죠. 이중 황해도 수안읍에서의 만세운동은 주둔 헌병 분견대장으로부터 항복서를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3월 3일, 수안읍에서는 주로 읍 북쪽에 거주하는 천도교도 수백 명이 헌병 분견대로 몰려가 독립만세를 불렀습니다. 만세를 부르던 중 감정이 고조된 시위대가 분견대 건물 안으로 진입하여 "조선은 이미 독립하였다"고 하며 항복할 것을 요구하자 요시노(吉野匡)라는 이름의 분견대장은 할 수 없이 항복서를 써 주고 도장까지 찍어 주었습니다. 항복서를 받고 사기가 오른 시위대는 거리를 누비며 독립만세를 부르다가 천도교 회당으로 돌아가 잔치를 벌이며 기뻐했다고 하네요.

여기서 사태가 종료됐으면 참으로 바람직하고 재미있는 결말이었겠지만...문제는, 이게 그렇게 좋게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_-;;;;

의도치 못했을 일이기는 했지만, 읍 안에서도 시위대간의 행동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은데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읍 북부지역의 천도교도들이 헌병대를 쓸고 나서 얼마되지 않은 후에 또 한 패의 시위대가 들이닥쳤거든요. 이번에는 읍 남부지역에 살던 천도교도들이었습니다. 이들도 읍내를 돌면서 만세를 불렀고, 헌병대로 밀려가서는 헌병대장에게 자신들에게도 항복서를 써낼 것과 헌병대의 시설 및 장비 일체를 인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런 요구를 받자 안그래도 아까 시위대에게 항복한 것 때문에 굴욕을 느끼고 있던 헌병대장 요시노의 야마가 돌았지요.(...)

"한번 항복했으면 됐지 또 하라고?! 못 해!"

그리고는 말이 통하지 않겠다 싶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발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무력충돌이 시작되어 그날 하루에만 헌병대에 대한 세 차례의 습격이 있었고, 오후 2시경 30명의 지원대가 도착하고서야 시위대에 대한 본격적인 진압이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이날 하루에만 9명이 총에 맞아 죽고 18명의 중경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수안의 시위는 3월 19일까지 계속되었고 일본군이 출동한 사례도 2번 더 있었지만 그나마 첫날 이후로는 발포가 없어 추가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체포된 인원은 10여 명.

* 위 수치는 신동아 1965년 3월호 <지방운동회상기> 및 일제의 공식 기록에 의한 것이며,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는 수안에서의 피해를 사망자 80명에 중경상자 32명, 피체자 15명으로 적고 있습니다.

이날의 시위에서, 읍내의 시위대가 둘로 갈라지는 대신 한 덩어리로 뭉쳐서 만세를 불렀다면 위세도 더 컸을 것이고 그날의 발포도 없었을 것라는 점을 생각하면 좀 많이 아쉽습니다.크...

by 슈타인호프 | 2009/04/24 11:44 | 한국현대(~20XX)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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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我行行 at 2009/04/24 11:51
죄송합니다만

수안읍에서는 주로 읍 북쪽에 거주하는 천도교도 수백 명이 헌병 분견대로 몰려가 독립만세를 불렀습니다.

읍 북부지역의 천주교도들이 헌병대를 쓸고 나서 얼마되지 않은 후에 또 한 패의 시위대가 들이닥쳤거든요.

아래 천주교는 천도교의 오타가 아닌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4/24 11:53
감사합니다. 모두 수정했습니다.
Commented by 제노테시어 at 2009/04/24 12:46
저때의 황군은 3~40년대의 '항복 그게 먹는건가염 우걱우걱' 그 황군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_-;;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4/24 13:17
..어라 30~40년대의 '반자이!!!' 황군은 도대체 어디서 등장한 걸까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4/24 14:31
제노테시어//저때 헌병은 사실 정규 군인과는 좀 거리가 있기도 했고, 상대가 워낙 수가 많은 데다 민간인이라 망설이는 것도 있었을 겁니다.

Allenait//뭐 쟤네 후세대?
Commented by 애프터스쿨 at 2009/04/24 14:42
얼마 전에 SBS기생전을 보니, 기생들도 독립만세 운동을 했더군요...
Commented by 월광토끼 at 2009/04/24 18:31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군요. 항복서만 받고 유혈사태 없이 끝났다면 훈훈한 일화로 남았을텐데.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4/24 21:42
그러고보니 당시 헌병대의 인원은 어느정도였을까요?
Commented at 2009/04/24 22: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4/25 00:54
애프터스쿨//넵, 경성 거리에 기생들이 줄줄이 나서는 사진도 있습니다.

월광토끼//그러게 말이죠.

천지화랑//헌병 주재소는 일종의 파출소 정도 개념이라, 보조원까지 해도 10명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비공개//아무래도 "미화"라는 게 있으니까요. 말씀해주신 내용들은 저도 처음 듣네요.
Commented by Cicero at 2009/04/25 18:21
예전에 경기도에서 만든 3.1운동관련 영상자료가 생각네요. 그영상에서는 "경기도내에서도 하루동안 광복을 되찾은 곳이있었다."라는 언급이 잠깐 나왔습니다. 그런데 한창 어릴때 본거라 정확히 어딘지는 기억이 안나네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4/25 20:32
혹시 찾게 되면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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