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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육일에 먹을 수 있는 고기 아닌 고기들
사순절 금식을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가톨릭 신자이신 분들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으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사순절(四旬節, Lent)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리는 부활절 이전 40일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기간 동안 신자들은 금식하면서 정진하게 되어 있어요. 금요일에 그러하듯, 생선은 먹을 수 있으나 고기를 먹을 수 없을 뿐더러 원래는 버터도 먹지 못합니다. 프랑스의 루앙에서는 대성당 건설비를 조달하느라 "사순절에 버터를 먹어도 좋은" 특허장을 특별히 판매하기도 했는데, 그래서 루앙 대성당의 남쪽 탑은 별명이 "버터탑"이라고 하네요. 이와 같은 괴로운(...) 40일을 견디기 위해 그 전에 미리 한번 진탕 노는 자리가 사육제(謝肉祭), 또는 카니발(carnival)이라는 정도는 다들 한번쯤 들어보셨지 싶습니다^^;


이런 것들을 먹을 수 없는 40일간



그런데 이 사순절, 또는 금요일에 고기를 금한다는 규정이 중세에 수행된 양상을 보면, 오늘날의 시각으로 볼 때 그다지 철저하게 지켜졌다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특히 고기를 먹을 능력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고기"가 무엇인지 규정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더더욱 안 지켜졌던 셈이죠. 한번 볼까요?


일단, 중세에는 고래는 짐승이 아니었습니다. "바다에서 나오므로" 고래고기는 생선으로 취급되어 금육일에도 먹을 수 있었어요. 금지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짐승의 고기"였으니 말입니다.


내, 내가 물고기라니!!!;ㅁ;


사실 비슷한 예는 일본에도 있습니다. 에도 시대 불교를 숭상한 일본 막부가 금육령을 내려 물고기와 새만 식용할 수 있게 하자 일본 사람들은 토끼를 새라고 불렀거든요(먼산). 그리고 토끼고기는 새고기다~~하면서 유통했습니다. 이런 것만 봐도 위에서 금지하면 밑에서는 피해나갈 궁리만 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그 외에도 금육일에 먹을 수 있는 고기는 더 있습니다. 무려 이런 것들도 있었거든요.



갓난 새끼토끼나 방목한 토끼의 태아 또는 태반

토끼 꼬리


그리고 이런 것들을 구하려면...수도원에 가면 되었다고 합니다(먼산)

수도원들이 대규모로 토끼를 키우는 경우가 많아서 그랬다고 하네요. 그저 숲에다 풀어놓기만 하면 되니...게다가 수도원 수도사들은 새끼 밴 토끼를 잡으면, 바로 먹지 않고 사순절을 위하여 비축해 두었다고 합니다. 뭐랄까, 정말 뭔가 금지규정이 있으면 사람들은 다들 뚫을 궁리를 한다니까요^^;

by 슈타인호프 | 2009/03/27 14:00 | 세계중세(~1453) | 트랙백 | 핑백(2) | 덧글(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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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인1 at 2009/03/27 14:02
버터도 못먹게 하다니...
Commented by IEATTA at 2009/03/27 14:16
토 토끼꼬리!! OTL
Commented by Esperos at 2009/03/27 14:20
트랙백이 들어와서 꽤나 놀랐습니다. 중세-근대로 넘어오는 기간 동안 전례적 지침을 보면, 규율을 뚫고자 온갖 뒷구멍이 난무하죠 (___) 그러니까 또한 근본주의라고 할까, '이 시대는 타락했다! penitengiam agite!'하는, 종교적 열정에 사로잡힌 사람이 또한 성인으로 대우받기도 하고요. 제가 본문에서 말했던 '제9시 이후 금식을 해제한다'라는 것도 아마 그런 편법(?)의 일환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또한 그런 엄격한 규율이 있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던 시대기도 하지요.
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9/03/27 14:24
토~ 토끼 꼬리!?
Commented by 제너럴마스터 at 2009/03/27 14:32
토끼하니 이번에 나오는 Cat Shit One 애니판이 생각난...(....)

아무튼 이걸보면 카니발로 불태우고 사순절을 견디는것보단 낮에 금식하고 밤에 종땡치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라마단이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거기다 라마단은 군인이나 어린이, 노약자들은 피해갈 수 있는 규정까지 만들어놨으니...
Commented by 은현 at 2009/03/27 14:32
토끼보고 새라니~~~~~~ 과연. (?)
Commented by dunkbear at 2009/03/27 14:49
토끼꼬리... ㅡ.ㅡ;;;
Commented by 아일턴 at 2009/03/27 14:49
사순절 동안에는 술도 아주 약간 밖에 못먹게 했다던데... 덕분에 사제들이 도수 높은 맥주를 개발해서 마시기도 했다네요. 독일에 가면 monk's beer라는 맥주 브랜드도 있습니다;;
Commented by 가고일 at 2009/03/27 15:01
12도짜리 XO비어가 그래서 생긴거였군요...
Commented by 페리 at 2009/03/27 15:02
ㄷㄷㄷㄷㄷ 토끼꼬리 ;ㅁ;;ㅁ;;ㅁ;;ㅁ;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3/27 15:04
그런데 왜 일본도 유럽도 토끼(...) 여기저기서 구하기 쉬워서였을까요?
Commented by 프랑켄 at 2009/03/27 15:18
토끼란 놈이 번식력이 무지 좋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죠. 한 배에 적어도 2~4마리씩 낳는데 일년에 두번씩은 출산할 수 있기 때문에......
뭐 이쯤 되면 굳이 설명 안 해줘도 다 아셨을 테고 ㅋㅋㅋ 이놈의 번식력 땜에 작살날 뻔한 나라가 바로 호주인데, 영국인들이 이주하면서 유대류 포식자는 아작 내 버리고 토끼 고기 좀 먹어 보겠다고 무대뽀로 풀어놨다가...... 목축산업이 아작날 뻔했죠 ㅡㅇㅡ
한참 땐 2억 마리까지 있었다고 할 정도이니.........결국엔 인위적으로 토끼 전염병을 퍼뜨려 겨우 진압시켰음.
Commented by band at 2009/03/27 18:11
토끼의 다른 목적이 털과 가죽입니다. 뭐 80년대중반까지만 해도 토끼사육 장려하는 동장/반장님의 권유(국민학교에서도 토끼많이 길렀죠. 잘자라면 어디론가 사라지고 다음날 교장선생님 얼굴에 기름기가 반지르했다는......)도 많았고 토끼장수도 제법 있었으니까요.

호주에서의 토끼문제는 영국출신들이 고향에서 하는 것처럼 여우사냥좀 해보자.....여우먹이가 있어야 갰다.....토끼를 풀어놓자.....어..? 무한레벨로 자라내...?.....였었죠. 영국산붉은여우에게 호주의 기후는 남부쪽에서만 활발한대 토끼는 개체주기가 짧으니 적응력도 좋아 중-북부까지 급속도로 확산......한때 동물사료(개,고양이먹이회사)에서 잡을려하다가 너무많이 실패....인위적방법동원(토끼장벽, 전기철망(감전사용..)으로 개채수 확산은 진압했는대....아직도 켕거루와 함께 문제시 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한단인 at 2009/03/27 15:07
토끼보고 ''새고기' 라고 불렀다는 대목에서 키보드와 모니터에 대참사 발생...(그러면서 댓글을 달 수 있는 경지란..)
Commented by 프랑켄 at 2009/03/27 15:24
토끼를 새로 취급하여 먹은 것은 비단 에도 시대 때뿐만 아니라 전 시대가 다 그렇습니다. ㅋㅋ 일본이 메이지 유신 전까진 철저한 불교 국가여서 조류*물고기 제외한 육류를 기피했죠. 그래서 일본엔 제대로 된 전통 육류 요리가 전무하다는.... - 돈까스니 샤부샤부 같은 것들은 메이지 유신 이후에 생겼으니 -
근데 토끼고기가 얼마나 맜있었으면 '넌 새야'하면서 먹어댔을까요^^ 궁금하군요 ㅎㅎㅎ
Commented by 소년 아 at 2009/03/27 15:37
먹어본 바로는 맛있었습니다+ㅅ+b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3/27 17:56
기름기가 많아서 그걸 처리잘 해야지 안 그러면 누린 맛이 좀 돕니다. 하지만 맛있었다는...^^b
Commented by Eraser at 2009/03/27 15:26
..아 갑자기 손발이 오그라드는듯한 이것은! (...)
Commented by catsbluse at 2009/03/27 15:34
토끼고기.... 아버지 말로는 참 맛있다고 하시더군요..( ..)
Commented by amish at 2009/03/27 15:47
토끼고기는 육류중에서 재미있는게 다른고기 기름이랑 섞어놓으면 그 고기 맛이 나게 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즉 아주 담백하다는거죠. 양념이나 요리에 따라서 변화가 무쌍한 고기가 토끼고기입니다.
Commented by 코코볼 at 2009/03/27 16:08
어디에나 뒷구멍은 있는 법이로군요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09/03/27 16:41
기독교에서도 사순절 지키죠..
아 근데 고기 금식은 몰랐네요 OTL;;
근데 토끼가 새가 되었다니 토끼들이 봤으면 황당했을듯;;
Commented by 티이거 at 2009/03/27 16:54
뜬금 없는 소리긴 하지만... 문화적으로 영국에서도 금요일은 피시 앤 칩스 먹는 날^^ 가톨릭 영향이 강하죠?
Commented by 게온후이 at 2009/03/27 17:16
'내가 어류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어류라니!' - by 고래
'내가 조류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조류라니!' - by 토끼
이 둘의 안습담이군요
Commented by 하늘이 at 2009/03/27 17:20
역시 "상부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는 건 진리... -ㅅ-;;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3/27 18:01
동서양 여기저기서 잡혀먹힌^^; 토끼 지못미.....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9/03/27 18:10
토끼 꼬리곰탕? -.-;
Commented by 데프콘1 at 2009/03/27 18:44
요세 사순절이죠. 아버지가 독실하셔서 꼭 지키십니다. 그리고 술과 고기를 먹고 새벽에 들어오는 저와 출근길에 마주치시죠-_-;;
Commented by 문제중년 at 2009/03/27 18:46
일본의 경우는 토끼만 아니라 멧돼지도 산고래라 불렀답니다.
뭐 그런거죠.

p.s:
일본의 경우는 불교 영향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직적인 문제 - 밥숫가락 숫자 대
쌀가마니 숫자 - 도 봐야겠죠.
Commented by minz at 2009/03/27 18:55
토끼 꼬리에 고기가 몇 그램이나 있다구요....;
그런데 고래 고기는 생선이랑 비슷해요? 일반 육류랑 비슷해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3/27 19:14
행인1//버터도 사치품인거임.

IEATTA//아, 아니?!

Esperos//앗, 신고 드리는 거 빼먹었군요(...) 말씀하신 것 같은 점들도 있고, 역사는 이래저래 재밌는 구석이 참 많은 듯 합니다.

더카니지//토끼 꼬리!!!

제너럴마스터//헉 언제 나옵니까 저도 보고 싶;;;;
하긴 이슬람이 그런 면에서는 좀 더 널널하긴 하군요.

은현//어떻게든 피하면 그만~~

dunkbear//고기가 얼마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저도 먹어봤지만-_;;

아일턴//적은 양이면 독하게...인가요;;

가고일//아마도...

페리//저도 놀랐어요(...)

소년 아//손이 안 가고, 알아서 잘 늘어나기 때문에......

프랑켄//그것도 애들 저항력이 올라가서 다시 늘고 있다고 합니다.

band//저희집도 한 2년 키우다 집어치웠었다는.

한단인//그야 한단인님이 고수...

프랑켄//흠 그렇군요. 토끼고기 맛은 뭐....음, 전 좀 질겼습니다.

소년 아//풀어서 키워서 그런지 전 좀 질겼다는(...)

위장효과//누린내는 괜찮은데, 전골로 했는데 좀 질겼어요 쩝;;

Eraser//아, 아니 왜?!

catsbluse//질기긴 하지만 맛은 있었죠(...0

amish//넵 질긴 것만 빼면 괜찮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코코볼//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죠~~

어릿광대//음 뭐 모르셔도 요즘 세상에 별 탈은.

티이거//그런 듯 합니다^^

게온후이//오오 그게 그렇게 처분을?

하늘이//만고불변이라능!

네비아찌//뭐 그게 다 운명인 겝니다(...)

정호찬//어떤 수도원에서는 그거 저며서 소시지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데프콘1//넵 마침 그래서 포스팅했습니다 ㅋ

문제중년//헉 멧돼지도 그렇게 부른 줄은 몰랐습니다;;

minz//실제로야 당연히 고기죠. 포유류니까.
Commented by AprilChild at 2009/03/27 20:42
토끼 꼬리 사진이 너무 귀여운데 식용이었다니! ㅠㅠ
Commented by tore at 2009/03/27 21:05
그럼 꼬리 없는 토끼를 몇마리나 봐야하나요(...)
Commented by 계원필경&Zalmi at 2009/03/27 21:15
조만간 토끼가 하늘을 날겠군요...(랄까나 자이나교정도는 되야...)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3/27 21:31
대략적으로 특히 가톨릭에서는 토끼는 영 좋은 동물이 아닙니다. 토끼가 번식성이 좋으니까, 일종의 육욕을 상징하는 동물로 본 셈입니다. 그래서 성화에서 토끼가 뛰노는 들판은 욕망이 가득찬 세속이고, 성모 마리아께서 토끼를 밟고 있거나 누르는 성화도 꽤 있더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3/27 21:57
AprilChild//귀여운 만큼 맛있...(퍽퍽)

tore//아니 그보다는 325일 동안 꼬리를 안 먹고 남기는 거죠. 그리고 40일간 꼬리를...

계원필경&Zalmi//일단 두고봐야...

Allenait//아, 그런 의미가 또 있는 줄은...
Commented by 瑞菜 at 2009/03/27 22:10
그래서 일본어로 짐승을 셀 때는 "히키"(匹) 새를 셀 때 "와"(羽)를 쓰는데,
토끼 셀 때는 "와"를 쓴다 합니다. 
Commented by 프랑켄 at 2009/03/28 12:13
저도 이말 쓸려고 했었는데 그놈의 깃 우 자가 생각 안 나는 바람에....... 결국 선수를 놓쳤군요. ㅜㅇㅜ
Commented at 2009/03/28 00:1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3/28 01:53
瑞菜//그것도 적으려고 했는데 생각이 안 나서 못 적었죠^^;;

비공개//몰라유~~
Commented by vicious at 2009/03/28 01:56
내가 고자라니..내가 고자라니..가 귓가에 맴도는 까닭은 뭘까요? ㅋㅋ

언제나 유도리는 있는 법...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3/28 02:13
그런 게 다 세상사~~
Commented by 이네스 at 2009/03/28 02:23
역시나 뒷구멍은 어디에나 있군요.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9/03/28 13:49
갓난 새끼토끼라고 하시니 우리나라의 애저하고 중국의 삼삑채 생각-그런데 삼삑채는 정말 있는 건지 의문입니다. 허영만 화백이 그린 적이 있긴 한데^^-

Commented by 배길수 at 2009/03/29 00:00
누군가 지중해 인근에 버터탑의 예가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거긴 올리브 기름을 먹었으니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3/29 02:04
이네스//그게 인간사회죠^^

위장효과//삼삑채...가 뭔가요?

배길수//오오, 그거 정답일 듯. 루앙은 노르망디 일대 도시니 말이죠.
Commented by 上杉謙信 at 2009/03/30 22:19
네발달린 짐승을 먹는걸 금지한 일본도 메이지유신전에는

일반서민들도 병에 걸리면 보약이라는 명분으로 고기를 섭취한 일이 많았다고합니다

문제는 자기집 식기로 조리하면 부정탈까봐 (-_-) 이웃에게 그릇을 빌려다가 하는경우가 많았다고하더군요 ㅋ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3/31 01:54
하긴, 우리도 개고기가 "보약"이었으니까요^^;;

옆집 그릇 빌려다 요리한 건 좀 깨네요.
Commented by 우리다 at 2009/11/07 02:07
유명한 다케다 신켄은 중이 되었으면서 폐병을 알아 닭으로 만든 약? 을 먹었다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11/07 09:58
어디든 빠져나갈 구석은 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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