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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병 지원을 거부한 학생들의 운명은?
태평양전쟁기 학병 지원 통계에서 뒷이야기를 써야 할 것 같아서;

뭐 주재소에 끌려가서 두들겨 맞고, 아버지가 유치장에 들어가고, 징용을 피해 지리산에 숨고(*)...이런 이야기는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공식적인 조치"는 아니니까 말이죠. 여기서는 총독부가 시행한 공식적인 조치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이때 지리산에 숨은 학병/징용 기피자의 수는 꽤 많았고, 이들 중 상당수가 좌익이었거나 후에 좌익으로 기울어 해방 이후 다시 지리산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행로를 걸은 대표적인 인물로 남도부(南道富, 1921~1955)가 있습니다.

학도 동원에 대한 제반 규정이 완료된 것은 학병 지원을 받은 다음해, 1944년 4월 28일입니다. 이날 총독부 정무총감(현 대한민국의 국무총리에 버금가는 위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의 이름으로 내놓은 <학도동원 비상조치에 관한 학도동원 실시요강>에 기재된 <학교별 학도 동원기준>에 의하면, 국민학교 4학년부터 동원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의하면, 대학교/고등학교/전문학교의 이공과 계통 학생들은 졸업자의 경우는 군수산업 분야로 분산배치됩니다. 그리고 2학년은 학교총력대(學校總力隊) 조직으로 편성하여 전공분야에 집단동원, 1학년은 중요 공장 및 사업장, 시험연구소에 임시동원됩니다.
의약과 계통 학생들은 군병원, 공장/사업장의 부속병원, 종합병원 기타 제약공장 등에 고학년은 상시동원되고 저학년은 임시동원됩니다. 문과 계열 학생들은 식량증산/국방시설/운반사업 - 즉, 노가다 - 에 투입되고, 여학교는 학교 내의 재봉설비 등을 활용해 간이공장화함으로써 학교 내에서 그 노동력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남는 인력은 외부의 공장 등지로 보내고요. 국민학교 4학년 이상자는 뭐, 그때그때 여건에 따른 임시동원이었습니다.

이미 1월 18일에는 <긴급 학도 동원 방책요강>, 3월 7일에는 <결전비상조치요강>등의 조치가 나오면서 총독부에서는 정무총감을 본부장으로 하는 <조선 총독부 학도 동원본부>를 설치하고 있었습니다. 44년 8월 1일까지, 그 대상자는 중등/전문/대학을 합쳐 145,644명이었다고 하지요.

대학/전문학교 학도 근로동원 실시개황
학교종별/학교수/출동인원/출동처

농공관계/5/1,412/항공창, 교통국공장, 광산 등
농수산관계/4/748/농축산지도, 어로수산가공장
의약관계/9/2,766/도립병원, 교통국병원 기타
문과계/8/2,126/조병창, 항공창, 비행장
총계 - 26/2,702

중등학교 학도 근로동원 실시개황
학교종별/학교수/출동인원/출동처

공업학교/37/18,559/공장, 사업장
농수산학교/70/21,779/식량증산, 토건공사 등
중학교/81/44,639/식량증산, 국방시설, 토건공사
상업학교/30/15,217/식량증산, 국방시설, 토건공사
여자중등학교/91/38,398/식량증산, 군피복보수 등
총계 - 309/138.952


자, 잘 보셨나요? 하지만 오늘의 주제에서 중요한 건 전체 현황보다는 학병 지원에서 지원을 거부한 학생들에 대한 처우일 겁니다. 그 이야기도 짧게 할게요.

1943년 11월 8일, 문과계통의 대학/전문학교/고등학교 재학자로서 학병에 지원하지 않은 적령자 및 일정한 직업이 없는 졸업자를 대상으로 도지사를 통해 징용영장이 발급됩니다. 이들은 소집된 후 12월 5일부터 18일까지 공덕리에 있었던 <제1육군병 지원자 훈련소>에서 <황민연성>을 받게 되었는데요, 설마 이 2주간의 교육기간이 곱게 책만 읽다가(...) 끝났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이 안 되는군요.
이와 같은 학도병 미지원자에 대한 징계수단으로서의 학도징용은 이후 한 기수가 더 있었고, 2차 징용학도 퇴소식은 1944년 1월 28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작업장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지요.

뭐, 이 정도면 충분?


참고자료 :

현대한국사 vol.5 - 광복을 찾아서(1919~1945), 편집부, 신구문화사, 1969

by 슈타인호프 | 2009/02/17 20:42 | 한국현대(~20XX)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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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SUNAMI at 2009/02/17 20:55
'황민연성'이라는 것은 황군 기피자들에 대해 '정신주입교육봉'으로 신체의 연성화 시술을 시행하는 것으로서....(그러면 죽거든?)
Commented by Allenait at 2009/02/17 21:04
결론은 거부하든 안하든 간에 부려먹겠다 이거군요.

어디선가 이런 표현을 본 게 생각납니다.

"놈들은 우리를 죽을 때까지 부려먹을 셈이야. 계란 빨아먹듯 쪽쪽 빨아먹고 다 먹은 껍질은 쓰레기통에 버리겠지."
Commented by rumic71 at 2009/02/17 21:04
荒泯연성이었겠군요.
Commented by 고어핀드 at 2009/02/17 21:51
갑자기 강철의 연금술사가 생각나는...

구조파악 → 분해 → 재구축의 연성작용...(어?)
Commented by 레인 at 2009/02/17 21:09
결론은 들어와였군요 - -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9/02/17 21:19
1. 해방후 이런 저런 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이현상"의 경우도 이런 케이스로 지리산에서 숨어있었습니다. 남도부(원래 이름은 하준수입니다. 해방후에는 주로 이 이름으로 행세했지요. 북한군 장성 칭호를 받은후에 주로 쓰는게 남도부이고)의 경우는 아직 북한 정권이 수립되기 전에 남한의 신문에 양산박을 빗대서 자신의 경험담을 연재하기도 했습니다.(눈치채셨겠지만 이병주의 지리산 초반부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활극이 이 경험담을 복사기 한겁니다. 물론 하준수도 주요 조연으로 나오지요)

2. 당대에 유명한 (여명의 눈동자 같은데서 소개되는 부민관 사건때문에 가려진 면도 있지만) 대구 학병 집단 탈영 사건도 있었지요. 이건 지금 생각해도 당시로서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고 - 아아 만주로나 가야쥐~ 수준의 꿈과는 차원이 다른일입니다- 그래서 보복이 좀 심했지요. 당사자 뿐만 아니라 방조혐의로 주변 여자 -_-;;들까지 기소되었고 재판도 길었고 검사의 구형량을 초과하는 형을 받았습니다.(그나마 나중에 남한의 장성을 역임하는 김석원 -_-;;의 중재및 일갈로 사형까지는 안 갔지요)

개그인건 이 가담자들이 최종 선고를 받은후에 몇달뒤 해방이 되는 바람에 "중형"을 받았음에도 형을 실제 산 날이 얼마 안되서 유공자 심사때 불이익을 받았다고 합니다..OTL;;;
Commented by Esperos at 2009/02/17 21:36
음. 그러고 보니 도서관에서 집어드는 대로 읽느라 제목이 전혀 기억 안 나는 어느 책에서 인용한 글이 문뜩 생각나네요. 세계대전 패배의 기색이 짙어져가던 즈음, 가미카제 특공인원으로 선발된 어느 병사가 이를 잡다가 멈추고 일기에다 쓰기를

"너나 나나 어차피 곧 죽을 운명인데 널 잡아 무엇하겠냐!"

누구나 죽고 싶지 않기는 마찬가지겠지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2/17 22:18
황민연성이라... 저는 왜 자꾸 세뇌공작으로 읽히는거죠...
Commented by 瑞菜 at 2009/02/17 22:22
학교 교사들은 공익근무요원 비슷하게 일단 소집되어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이후 예비역 하사관 계급을 받고 다시 교단으로 돌려보냈다 합니다.
이 훈련이 정말 공익근무요원처럼 정식 훈련소 훈련인지,
아니면 방학 때마다 받는 동원 예비군 비슷한 훈련인지는 저도 헷갈립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2/17 22:34
TSUNAMI//적당~~히!

Allenait//게다가 시범케이스거든요.

rumic71//정신적으로는....

고어핀드//음 전 본 적이 없는고로.

레인//결론은 순순히 입대해라인 거죠.

이준님//
1. 이현상도 있었죠 참;;
2. 가장 냉정했던 사람들은 순순히 입영해서 화북에서 탈영한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 학병들의 운명은...개그군요;;;

Esperos//젊음도 지고, 사꾸라도 지고...아닌지?

행인1//비슷한 레벨이었을 겁니다.

瑞菜//저도 그쪽은 잘 모르겠네요. 훈련을 받았다고만 했으니.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9/02/17 22:55
이젠 이런 떡밥 좀 안 돌았으면 합니다만....꿈이겠죠.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9/02/17 23:30
망명해서 독립운동 하던 거 아니면 다 친일파다, 라고 하면 물타기라고 욕할 거면서 그런 입장에 근거를 보태주면 어쩌자는 걸까요?
Commented by Karl at 2009/02/17 23:57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 김수환 추기경이 일군 장교였다는 사실


.....이라고 여전히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oTL
Commented by 천마 at 2009/02/18 00:12
결국 이 글과 아래글을 정리하면 "거부한 사람들은 끔찍한 꼴 당했다 당신들이라고 별 수 있어? 다 그런거지"라는 의미로 보이는군요. 그런데 정작 그 힘든 저항을 한 사람들은 "빨갱이"취급받고 역사속에서 밀려나 잊혀지고 "굴복"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존경받고 살았다는 말인데.... 뭔가 입맛이 상당히 씁쓸한 일이네요. 단순히 떡밥이라고 하긴 좀 그렇군요.(-_-)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2/18 00:45
뚱띠이//이루어지지 않기에 꿈입니다(응?).

을파소//그러게요. 어휴.

Karl//이미 널려 있습니다;;

천마//그게 그만큼 획일적으로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학병 참가자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다 잘 먹고 잘 산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아시지 싶어요.
Commented by 깽판 at 2009/02/18 02:21
진짜 금와왕추종자들은 답이 없네요.
이제는 뭐 이것도 저것도 안돼니까 그 당시 학도병들의 머리속에는 무슨 생각을 가졌을지 출세를 위했을지 누가아냐니 운운하거나
혹은 학도병 출신이 독립군 출신보다 존경받는게 맘에 안든다느니 어쩌니 괜한 뻘소리를 연발하네요.

1944년이면 일본이 패망하기 일보직전이고
군인이 되면 죽는거 뻔히 아는 상황인데 "출세"를 생각할 겨를이 있었을지..

하물며 요즘같이 평화로운 시대에도 군대 다시가라하면 손사래를 치고 피할 녀석들이
전쟁말기에 군대를 출세하러 갔을거라고 생각하는거 보면 참 할말이 없네요...

그렇게나 까고 싶어서 안달인지 원....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2/18 03:21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군대 가기를 싫어하는 분위기였지요.

뭐, 실제로 출세하러 군대에 간 사라밍 없는 것도 아니니 전적으로 부인하기도 그렇습니다. 다만 출세하려고 입대한 사람은 대부분 하류층 출신.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2/18 08:43
그러고보니 금와왕 그인간은 아직 조문도 안왔지요? 심지어 전낙지도 오늘 조문한다 하던데.
시골에서 별 스케줄도 없는 금와왕 그양반 뭐가 바쁘다고 조문도 안오는지. 이번 일로 금와왕한테 더 정이 떨어집니다.
Commented by 바보이반 at 2009/02/18 12:23
경칩이 아직 안왔으니 겨울잠 중이겠지요.
Commented by Binoche at 2009/02/18 12:43
"문과 계열 학생들은 식량증산/국방시설/운반사업 - 즉, 노가다 - 에 투입되고" 어익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예나 지금이나 이공계가 나은듯....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2/18 13:45
네비아찌//뭐 오겠죠.

바보이반//입춘 지나고 15일이면 경칩이던가요....ㅋ

Biniche//일제시대에는 확실히 이공계를 눈에 띄게 우대했지요.
Commented by 윙후사르 at 2009/02/19 11:39
결국은 자발적이라고 쓰고 강제적이라고 읽는 상황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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