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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모필라이의 그리스군 : 1년 넘게 박아둔 책을 이제야 본 결과
초록불님이 쓰신 300의 진실에서 저는 이런 리플을 단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때 저는 테르모필라이에서 싸운 레오니다스의 결사대에 대해 300명의 스파르타인 이외에는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나마 700명의 테스피아인 이야기를 한 것도 지금은 연재가 중단된 모 웹툰에서 본 때문이었지요. 헌데...2007년 와우 북페스티벌에서 사온 책을 오늘에야 읽다 보니 해당 부분에 대한 서술이 있었습니다.-_-;;



페르시아 전쟁 : 최초의 동서양 문명 충돌, 지금의 세계를 만들다, 톰 홀랜드, 책과함께, 2006

이 책 7장 <만에서>를 보면 해당 사건에 대한 저자의 조사가 나옵니다.

일단, 레오니다스가 적의 우회를 알게 된 것은 길목을 막고 있던 천 명의 포키스(테르모필라이 바로 옆에 있던 폴리스. 주변 지형에 밝기 때문에 레오니다스가 이들을 선택했습니다) 병사들이 연락해서가 아니라, 페르시아 진영에서 탈영한 이오니아인 병사를 통해서였습니다. 이 탈영은 당연히 위장탈영이었고, 그리스군이 적절한 시점에서 제풀에 관문에서 물러나게 하여 퇴각도상에 섬멸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스파르타 결사대 300명은 친위대를 해체하고 아들이 있는 나이든 자들로 충원한 병력이 맞습니다.
그리고 같이 참전한 "노예"는 페리오이코이가 아니라 전원 헬롯으로, 그 숫자는 300명 가량이었습니다(스파르타 병사 1명당 헬롯 1명이 따라간 것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의함).

테스피아이 병사 700명은 뒷길을 막은 게 아닙니다. 본진과 함께 있었고, 뒷길을 막은 건 앞에서 말했듯 포키스 군대였죠. 레오니다스는 가능한 많은 숫자의 병력을 탈출시켜 다음 전투에 참가시키기 위해 스파르타인과 헬롯만 남기려고 했으나 원래 고집이 세기로 유명한 테스피아이 인들이 철수명령을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스파르타군과 함께 싸우다가 전멸했습니다.

테베군 400명은 배신자가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테베 시 자체가 친페르시아파로 기울었던 것은 맞지만, 전체가 페르시아로 기운 것은 아니었고 친그리스파와 친페르시아파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리고 테르모필라이에 참전한 400명의 테베군은, 친페르시아로 기운 테베 지도층이 "죽으러 갈" 병력을 지원해달라는 레오니다스의 솔직한 요청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버릴 생각으로 내준 친그리스파 시민들이었다고 합니다-_-;;;(디오도로스 시쿨루스)
때문에 이들 테베군은 "돌아가 봐야 우리는 숙청될 뿐"이라고 하면서 철수를 거부했고, 스파르타군 및 테스피아군과 어깨를 맞대고 끝까지 싸웠습니다. 이들 두 폴리스의 군대는 말 그대로 한명도 남지 않고 전멸했지만 테베군은 길을 잘못 들어 다른 두 동맹군과 분리된 후, 끝까지 버티던 일부 생존자가 결국 항복했습니다. 제가 봤던 모 웹툰에서처럼 싸움이 시작되자마자 항복한 게 아니었고요-_;;;;

결국 최후 항전에 참가한 그리스군은 총 1700명이지만 이 인원은 전투개시 전의 각 부대에 속한 숫자이므로, 이틀 간의 소모가 감안되어야 합니다. 위 책의 저자는 결국 1500명 정도가 남아 싸웠을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그럼 테베군에 대한 인식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이는 전적으로 헤로도토스 탓입니다. 헤로도토스는 아테네인들이 갖는 테베에 대한 비하인식을 받아들여 애초에 인질로 테베군을 잡아두었는데 얼른 항복했다고 적었다는 것이죠. 이에 반해 테베와 같은 보이오티아 출신인 플루타르코스가 주장한 바를 보면, "인질로 잡았다면, 왜 펠로폰네소스로 보내지 않고 테르모필라이에서 죽게 했겠는가?"라는 것이고 이는 충분히 논리적인 주장입니다. 죽여버리면, 그것으로 인질의 효용가치는 끝이거든요.

아....역시 새 책을 입수했으면 얼른 대충이라도 읽어야 하는 겁니다. 15개월이 지나도록 박아뒀더니 그때는 그토록 궁금했던, 그리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헛소리를 했던 내용이 상세하게 나와있는 줄도 모르고 넘겼으니까요. 젠장, 저 리플 남길 때 이 책을 읽은 상태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_;;;

by 슈타인호프 | 2009/01/15 22:52 | 세계고대(~476)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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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ore at 2009/01/15 22:55
similar case : 기말고사 보고나서 책을 본 경우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1/15 22:58
오호, 이거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군요. 언제 포스팅을 다 뜯어고치든지, 새로 조사를 해보든지 해야하겠습니다...^^
Commented by 행인1 at 2009/01/15 23:06
당시 테베 사정이 좀 복잡했군요. 안 그런 그리스 도시가 없었겠지만...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9/01/15 23:13
그런데 그러고보니 <전쟁의 역사>나 <고대전쟁사박물관>이나 모두 레오니다스가 이끈 병력은 7천이라고 나오는군요. (물론 그 중에 스파르타인은 300이고요.)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9/01/15 23:14
그럼 결과적으로 테르모필레는 몇대 몇인거죠? -ㅁ-;;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1/15 23:20
tore//오오 비슷.

초록불//예, 상당히 복잡하더군요. 그리고 애초에 레오니다스가 거느린 병력 중 약 5천은 펠로폰네소스의 다른 폴리스에서 데려온 동맹군이었다고 합니다.

행인1//적전의 사정이라는 것이...

천지화랑//페르시아군의 정확한 숫자를 모르므로(...)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9/01/16 01:19
저기서 죽은 테베인들은 결론적으로 두번 죽었군요...(한번은 페르시아군에게 다른 한번은 헤로도토스에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1/16 01:54
뭐 그런 셈입니다.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9/01/16 09:02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함대가 살라미스 해협으로 의심없이 들어오도록 거짓 도주를 했던 코린트 함대도 나중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아테네와 코린트가 적이 되자 아테네 역사가들에게 "코린트 놈들은 진짜 도망가려 했다가 그리스측 승세가 확실해지자 그때야 돌아와서 전리품 따갔다."라고 욕을 먹고 후대 역사가들도 한참동안 정말 코린트 함대가 진짜 도망간 걸로 잘못 알고 있었지요. ^^;
Commented by leopord at 2009/01/16 11:03
확실히 역사적 진실이 밝혀지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사료에만 의존해서는 정황을 가능한 사실에 가깝게 파악할 수 없겠지요. 문제는 사료가 그 때까지 남아있느냐;;;
Commented by BigTrain at 2009/01/16 11:38
보이오티아 지방의 폴리스들은 테베처럼 좌고우면 or 페르시아한테 붙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페르시아 군이 자칭 백만, 실제로는 25만의 대군이다보니... 거기에다 대왕의 식수까지 오리엔트에서 그리스까지 수송해 올 정도로 병참도 선진적이었고 말이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1/16 15:15
네비아찌//확실히 서술자의 시각에 따라서 역사적 사실들이 많이 빠지는 듯 합니다.

lropard//네, 그래서 1차 사료는 가능한 많이 쌓아놓고 봐야 하는 거죠.

BigTrain//그게 선진적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좀 그렇습니다. 결국 병사들의 식량은 현지에서 조달해야...
Commented by 이준님 at 2009/01/16 18:42
그러고 보니 상당히 수정주의적으로 고대사-심지어는 중국까지도!!-를 서술한 고어 비달의 "크리에이션"이 생각나네요. 바르바로이와 페르시아인의 혼혈인 저자(무려 석가나 공자와도 회담하고 진나라에 본의아니게 철기 문화를 전파합니다 ) -_-;;;의 입을 통해서 그리스 폴리스들간의 관계가 얼마나 막장인지. 그리고 페르시아 전쟁의 "승리"가 얼마나 허상인지를 꼬집지요. 살라미스 해전의 영웅도 "자살"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하구요. 역시 압권은 중간 중간 나오는 헤로도투스에 대한 비난이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2/11 19:53
헉, 읽어보고 싶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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