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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의 오인사례(2) - "너 어디 소속이야?"
1. 한국전쟁 당시 대구전선에서 있었다고 하는 일입니다. 어느 안개 낀 날 국군 정찰대가 위장을 위해 인민군 복장을 하고 정찰을 나갔는데,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찬가지로 국군 복장을 한 인민군 정찰대와 조우했습니다. 곧 총격전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양측 병사들 모두 날고 기는 숙련된 베테랑들이었으므로 피차간에 인명피해는 없었고, 애초 임무가 전투도 아니었으므로 이들은 잠깐 총격을 교환한 후 곧 귀대했습니다.

그런데 대장이 생각하기에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숫자를 세 보니 숫자가 원래보다 하나 많네요? 고참 부사관을 조용히 불러서 귓속말로 의논한 후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확인해 보니 국군 복장을 한 놈(즉, 인민군)이 하나 끼어 있는 겁니다. 안개 속에서 총격전을 벌이다가 방향을 잃는 바람에 국군 정찰대 뒤로 잘못 따라붙었던 거죠.

저놈 잡으라고 소리라도 질렀다간 눈치를 채고 도망치거나 총질을 해서 아군에게 사상자를 낼 것이니 일단 안심을 시켜야 했지요. 그래서 월남자 출신 병사 하나가 조용히 그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동무 안심하라우야. 우리는 진짜 공산군이니끼니."
"아, 물론이지요. 동무."


.........부대까지 간 뒤에 어떻게 됐을지는 알아서들 상상하시길.


2. 해병대가 서울을 탈환하고 북악산 자락을 따라 인민군 패잔병을 추적(당시의 서울은 지금보다 좁았지요)하던 9월 28일 밤이었습니다. 병사들을 잠시 쉬게 했던 한 소대장은 행군을 재개하려는 참에 소대원이 하나 남는 것을 알았습니다. 각 분대장에게 명령하여 인원수를 체크하게 해서 한 명이 남는 걸 확인했지요.

"너 소속이 어디냐."
"3소대입니다. 여기 3소대 아닙니까?"
"멍청한 놈. 여긴 1소대야. 3소대는 저기 뒷쪽에서 오고 있지 않나."
"예, 죄송합니다."


그 "남는 병사"는 소대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어둠 속을 향해 발길을 내딛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병사 하나가 소대장에게 살짝 귀엣말을 하네요?

"소대장님, 저놈 철모를 안 쓰고 있습니다."

.......뭐시라? 한국군이라면 전투상황에서 철모를 안 쓰고 있을 리가 없습니다(이에 반해 인민군은 철모를 거의 쓰지 않고 전투모를 주로 썼습니다). 게다가, 그러고 보니 옷매무새도 국군 것과 약간 다르네요?

잡고 보니 역시나 인민군 낙오병이었습니다(먼산). 해병대가 북쪽으로 가는 것만 보고 이쪽도 자기네 편인 줄 알고 따라붙었던 거죠. 역시, 이런 상황은 진지전보다는 기동전에서 많은 듯 합니다.

by 슈타인호프 | 2008/12/21 20:13 | 한국현대(~20XX) | 트랙백 | 덧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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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tore at 2008/12/21 20:24
;ㅅ; 아, 이거 웃으면 안돼는데 왜 자꾸 배가 아프지.
Commented by tore at 2008/12/21 21:04
헉 철없이 웃는건 저밖에 없나요!?(죄인이 된 기분)
Commented by 요조 at 2008/12/21 20:32
....아래 포스팅도 그렇고, 참 웃지 못할 사례가 많군요. 허허[...]
Commented by 행인1 at 2008/12/21 20:33
그나저나 당대 군복이 어떠했길래 피아분간이 잘 안갈정도였는지...(양측 다 훈련 부족으로 그랬을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8/12/21 21:56
양쪽이 다 보급이 막장이었던고로, 심지어 북괴군의 경우 미군 시체에서 벗겨다 입고 신고 하는 일도 흔했다더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1 22:02
한국군이 북한군 보급창의 소련제 군복을 털어입은 사례도 있지요.
Commented by 광대 at 2008/12/21 20:43
동족끼리여서 그런건가 -ㅁ-...
Commented by Frey at 2008/12/21 20:51
저 병사들을 생각하면 웃으려고 해도 웃기 힘든 이야기로군요;;;
Commented by 곤충 at 2008/12/21 20:53
애초에 국가가 제대로 잡혀있던 상황도 아니었으니...
저런 경우는 국가가 세워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비슷한 민족-혹은 같은 민족-시 자주 발생하는 듯 하더군요.
국민간의 이동이 활발해도 저런 경우가 생기는 듯 하고요. -걸프전시 사우디측에서 이라크출신 사람들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한 두명도 아니고 따로 관리하던 것도 아니라서...-
Commented by 瑞菜 at 2008/12/21 21:16
할머니께서 예전 할아버지가 그러셨다고 하더라고요
밤에 잘 안보이니 우선 서로 머리를 더듬어 봐서 잡히면 아군이고
빡빡머리면 서로 살육을 시작했다고요.
Commented by 에르네스트 at 2008/12/21 21:41
할아버지가 북한군 출신이셨나봅니다?
전투모 잡히면 아군이고 철모쓰면 안잡히니 적이다! 였나봅니다.
Commented by 한푼줍쇼 at 2008/12/21 21:53
에르네스트님/
빡빠기가 인민군이고 더벅머리가 국군이 맞습니다 맞고요.
Commented by band at 2008/12/21 21:53
인민군및 중공군은 대개 머리를 박박밀었었고 한국군은 상고머리스타일(잦은 전투로 이발할 시간이 없어 상당히 긴머리일때도 많았습니다)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전 수기에 많이 나오는 대목이 瑞菜님이 말씀하신 바로 이 장면이죠....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8/12/22 00:37
통영상륙작전 당시 원문고개 육탄전에서도 머리 만져보고 빡빡머리면 찔러죽이는 식이었죠.

한국군은 개전 하루 전날까지 무려 3개월에 걸쳐 비상대기였기 때문에 특히 규율 엄한 부대들은 이발 목욕할 시간도 제대로 없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 원빈이 머리 길게 나오는게 괜히 멋있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지요.[먼바다]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8/12/21 21:23
... 역시 IFF가 필요한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1 21:59
tore//웃긴 거 맞아요 ㅋㅋ

요조//인간사가 다 그런 겁니다.

행인1//안개 끼고 어둡고 하면 헷갈릴 수 있는 거죠. 첫 케이스는 아예 서로 군복을 바꿔입고 있었고요.

광대//음 그것보다는 상황이...

Frey//개인으로서야 물론 비극입니다(먼산)

곤충//음, 제가 예시로 든 상황은 순전히 전시의 순간적인 혼란입니다만....

瑞菜//네, 그랬다는 이야기가 많지요.

에르네스트//잡히고 안 잡히고의 구분은 철모와 전투모가 아니라 모자를 쓰지 않은 맨머리 이야깁니다. 어두운 밤중에 백병전을 벌이다 보면 전투모고 철모고 다 벗겨지게 마련이고, 이때 머리카락을 잡고 상대를 구분하는 겁니다. 인민군은 머리를 빡빡머리로 밀었고 국군은 길렀거든요. 확실하지도 않은 걸 가지고 상대에게 그런 말을 하시는 것은 실례라고 보는데요. 사과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계원필경//있으면 좋은 물건이죠, 확실히.
Commented by 에르네스트 at 2008/12/22 09:43
전또 전투모 관련 이야기인가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Commented by band at 2008/12/21 22:00
비슷한 경우로 부대를 잘못찾아온 인민군 소년병을 "밥많이준다...쪼꼬렛 추가로 준다...."로 전장편입시킨 일도 많이 있더군요. 뭐...서로 포로잡으면 우리편할래...? 를 먼저물어봤다고 하니......(최장기록이 3번인가..5번왔다갔다....한 사람(최종 국방군..-;-..)도 았었죠.)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1 22:03
돌아온 포로가 적은 데는 그 이유도 있잖습니까.
Commented by 장갑묘 at 2008/12/21 22:05
웃으면 안 되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습니다. 으하하하하!
저런 일이 정말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는 꽤 많더군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8/12/21 23:03
예전에 어떤 잡지에서 읽은 글이 생각나는데요. 잘 기억은 안나지만 글 쓴 분은 서울 살던 학생이다가 피난을 못가고 인민군 학도병으로 끌려갔지만 인민군이 패퇴할때 국군에게 투항하고 국군에 현지 편입되었으나, 며칠 뒤 전령 임무를 띄고 혼자 가다가 미군을 만났는데 미군이 빡빡머리를 보고 인민군이라고 붙잡아서 거제도로 보내져버린 케이스였답니다.
Commented by organizer at 2008/12/21 23:29
전쟁 때는 뭐든지 조심... <-- 비참하군요...
Commented by 페리 at 2008/12/21 23:06
이것참... 웃으면 안되지만 웃게되어버리는 이야기네요;;;
Commented by bearstone at 2008/12/21 23:13
중공군 개입으로 후퇴하던 영국군과 인민군이 조우했던 얘기도 있지요.
영국군이 북쪽에서 남으로 후퇴하고 반면에 남쪽에 있던 인민군이 북쪽으로
가다가 만났는데 영국군은 인민군을 국군으로 착각하고 인민군은 영국군을
소련군이 참전한 것으로 착각했었다는 얘기였습니다. 서로 반갑게 인사하다가
영국군이 먼저 알아채서 인민군이 몰살했다던가 하는 얘기였는데,,,,,,
Commented by bearstone at 2008/12/21 23:15
이런 죄송,,,,밑에 포스팅이 있군요,,,orl
Commented by 윙후사르 at 2008/12/21 23:43
웃으면 안될 것 같은데 웬지 이거...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1 23:56
장갑묘//웃자고 한 포스팅입니다 ㅎㅎ

네비아찌//거참 재수없는 경우군요--;;

organizer//뭐든지 조심해야죠.

페리//웃긴데 어떡하겠어요 ㅎㅎ

bearstone//죄송하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윙후사르//웃어도 된다니까요 ㅎㅎ
Commented at 2008/12/22 00: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minz at 2008/12/22 00:17
동족상잔의 희극이군요.......(저런)
Commented by Skibbe at 2008/12/22 00:29
2번 케이스는 어리버리한 이등병이 떠오르네요-ㅅ-;;;
Commented by 水聯天 at 2008/12/22 00:36
아.. ..왜이리 슬플까 ㅠ_ㅠ..
어여 통일이 되야 ㅠ_ㅠ;;
Commented by 천지화랑 at 2008/12/22 00:38
그나저나 '꾸벅'한 놈은 바로 쪼인트 안 까인게 신기하군요. -_-;;
Commented by 동사서독 at 2008/12/22 01:26
우리는 진짜 공산군이니끼니 이 표현보다는

우리는 진짜 인민해방군이니끼니 .... 요 표현을 추천해드립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2 02:44
비공개//그분들 다룬 책 본 적 있는데...정말 고생하셨더군요. 그런 분들께는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minz//뭐 우리 입장에선 그저 웃어야.

Skibbe//보충병이었겠죠 그 녀석도.

水聯天//전쟁이 사라질 날이 오면....

천지화랑//전시잖아요. 뒷총 쏘면 어떡합니까 ㅎㅎ

동사서독//원문이 저렇게 되어 있습니다.
Commented by 풍신 at 2008/12/22 05:22
같은 민족끼리 싸우면 이렇게 되는 것이군요.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08/12/22 07:37
말그대로 안습 그자체네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12/22 10:33
.........................무지하게 안습하군요-;;;;
Commented by 미친과학자 at 2008/12/22 10:57
...벌지에서 유명한 오토 스콜체니 소령의 부대가 생각나는군요.

.......차이가 있다면 웬지 이쪽은 양산형의 느낌이..;;;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2 12:19
풍신//전혀 다른 타민족끼리 싸울 때도 이런 일이 없지는 않습니다. ㅎㅎ

어릿광대//좀 웃기죠.

比良坂初音//인간사라는 것이 뭐~

미친과학자//약간, 야~~악간 차이가^^
Commented by 프랑켄 at 2008/12/23 12:42
북한군도 초창기엔 철모를 쓰고 전투를 했죠. 적어도 낙동강 전투 때 까지는요. 흔히 알고 있는 인민군 모습은 서울 탈환 후 거의 지다시피했다가 중국군에 의해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의 인민군 모습이죠. 이 땐 전투물자가 부족했으니....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3 19:27
북한군 침공 초기부터 전투모 쓰고 돌아다닌 사진 많습니다만....-_-;;
Commented by 프랑켄 at 2008/12/24 12:27
초창기엔 대부분 다 쓰고 다녔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감독진도 북한군이 철모 쓰고 다녔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예산압박 때문에 걍 죄다 전투모 설정을 했다는 안습 ㅡㅡ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4 19:01
흠 그랬나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애프터스쿨 at 2009/05/08 22:03
풉....ㅋㅋㅋㅋ 피식 했습니다...ㅎㅎ 슈타인호프님 블로그에 참 재밌는 내용들이 많아요...ㅋㅋ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9/05/09 01:50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감사^^;
Commented by 비도승우 at 2010/09/19 00:27
늘 궁금한 한강철교 위의 T-34에 인민군다수가 탑승한 사진이 있습니다.

거기보면 경찰복색의 인원하나가 통제용 혹은 작은깃발을 들고 있고

2-3명의 인민군이 철모를 쓰고 얼룩무니 위장복을 입고있습니다.(이 사진을 구해와야 정확한건데..)

그중 한명은 철모에 그물위장망 까지 있구요. 제 해석으로는 경찰복장인원은 아마도 경찰내부의 적색분자가

서울실함후 인민군을 돕는거 같구요. 얼룩무늬 위장복혹은 위장판초는 독소전당시 독일군에게서 노획한 물자가

지급된걸로 보이는데..궁금한게 위장그물망 철모입니다. 한국전쟁당시 인민군도 위장그물망 철모를 사용했는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국군것을 노획한건지..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0/09/19 12:34
그 사진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일단 위장복은 독일군보다는 소련군도 일부 운용한 패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전문가분들 의견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철모 역시 소련군도 위장포를 씌워서 운용했으니 그닥 무리는 아닌 것 같고요.
말씀하신 검은 제복은 저도 뭔지 모르겠습니다. 해당 장면이 열차를 이용한 도강이라면 철도원일 수도 있지 않을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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