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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카를로스 2세 대신 왕이 되었을 사람
지나간 앞의 포스팅(에스파냐 왕위를 둘러싼 루이 14세와 레오폴트 1세의 경쟁, 그 배경)에서 펠리페 4세의 아들 카를로스 2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죠?

그런데 원래 카를로스 2세는 왕위에 오를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왜냐 하면 넷째 아들이었거든요. 그에게는 원래 돈 발타사르 카를로스(Don Baltasar Carlos)라는 이름의 맏형이 있었습니다.



승마중인 돈 발타사르 카를로스(1629~1646), 디에고 벨라스케즈 작. 1635년.
(사진출처 : http://farm1.static.flickr.com/11/13279873_056c3f5d85_o.jpg)



형인 돈 발타사르 카를로스는 카를로스 2세보다 무려 32세나 연상으로, 동생인 카를로스와는 달리 비교적 정상인이었습니다. 펠리페 4세도 장남에게 거는 기대가 무척 컸지만 이 왕자는 16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만 병을 앓다가 죽고 말았죠. 둘째인 펠리페 프로스페로는 4살 때(1661), 셋째인 토마스 카를로스는 1살 때(1659) 모두 죽었으므로 유일하게 살아남은 넷째 아들 카를로스가 에스파냐의 왕위에 오르게 되었던 겁니다. 펠리페 4세의 딸들도 별 차이는 없어서, 다섯 명은 한 살이 되기 전에 죽고 한 명은 세 살이 되기 전에 죽었습니다. 성년이 될 때까지 살아남은 딱 둘이 각각 루이 14세와 레오폴트 1세의 왕비가 되었던 거죠.


말이 나온 김에 하는 이야기지만, 에스파냐 왕실 역사를 보면 카를로스라는 이름의 왕자 중 순탄하지 못한 운명을 겪은 사람이 많은 것 같네요. 최초의 카를로스인 카를로스 1세 이후, 에스파냐 왕실에서 태어난 첫 카를로스는 카를로스 1세의 맏손자, 펠리페 2세의 장남인 돈 카를로스입니다. 하지만 그는 정신질환을 앓은 데다 아버지와의 불화 끝에 독살당한 것으로 소문이 돌 정도여서 실러의 희곡에 소재로 등장하기까지 했지요. 펠리페 2세의 아들인 펠리페 3세에게도 카를로스라는 아들이 있었는데(차남), 25세까지 살기는 했으나 결혼하지 못하고 죽었지요. 그리고 그 계승자인 펠리페 4세의 네 아들 중 카를로스라는 이름을 일부라도 사용한 왕자는 셋이나 되었는데, 그중 둘은 일찍 죽었고 하나는 불구였으니 말이죠. 그래도 부르봉 왕조로 넘어간 뒤에는 카를로스가 그렇게 나쁘기만 한 이름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에스파냐를 한 세기 내내 두쪽으로 갈라놓은 내전(카롤리스타 반란)을 유발한 카를로스도 있지만, 멀쩡하게 옥좌에 올라 잘 살다가 간 카를로스(카를로스 3세, 펠리페 5세의 다섯째 아들)도 있더라고요^^;


참고자료 :

라이프 인간 세계사 vol.08 - 王政時代, 타임라이프 북스, 한국일보 타임라이프, 1978

위키피디아(영) -
Charles V, Holy Roman Emperor
Philip II of Spain
Carlos, Prince of Asturias
Philip III of Spain
Philip IV of Spain
Philip V of Spain

위키피디아(서) -
Baltasar Carlos de Austria

by 슈타인호프 | 2008/12/20 00:42 | 세계근세(~1789) | 트랙백 | 덧글(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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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곤충 at 2008/12/20 00:54
동양권이름(이래야 중국..정도)에 비해 서양권(주로 이슬람-카톨릭)쪽 이름들은 그 이름이 그 이름이라서 사람을 구분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0 01:07
유럽에는 비슷비슷한 이름이 참 많죠.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8/12/20 01:16
결국은 합스부르크 에스파냐 왕가는 이걸로 종 쳤음을... (오스트리아 왕가는 오래갔지만...)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08/12/20 01:33
그러고 보니 현 스페인 국왕도 이름에 카를로스가 들어가네요.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8/12/20 02:44
그분은 '후안 카를로스 1세', 즉 후안이 앞에 붙었기 때문에 액땜이 되신듯~
Commented by tore at 2008/12/20 01:50
헙... 결국 앞에 있던 카롤로스가 액땜해준 덕분에 뒤에 카롤-(귀찮!)가 평탄하게 살 수 있었을거라 생각하옵니다아.
Commented by OTIKA at 2008/12/20 02:22
좀 이상한게 펠리페 4세의 장남과 차남의 탄생연도 갭이 너무 크네요(장남 1629, 차남 1656/7이면 거의 한세대 차이-_-)
혹시 펠리페 4세의 장남은 전 왕의 사생아가 아닐까 싶기도;;;
Commented by tore at 2008/12/20 02:30
그런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역사 소설이 나오는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0 02:36
계원필경//결국 합스부르크가의 카를로스는 전원이 별로 안 좋았던 셈이죠.

함부르거//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tore//그런걸까나요.

OTIKA//일단 둘은 이복형제고, 둘 사이에 공주가 4명 있었습니다. 둘 다 사생아는 아니에요. 사생아가 없진 않아서 1629년에 낳은 돈 후안 호세 데 아우스트리아라는 사생아가 하나 있었는데, 이 아들은 1679년까지 살았습니다. 뭐 어차피 왕은 될 수 없었지요.

또 tore//그런 경우가 종종 있지요.
Commented by 서산돼지 at 2008/12/21 06:17
돈 후안 호세 데 아우스트리아 라면 레반트 해전에서 기독교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그 사람인가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1 10:22
그 돈 후안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레판토 전투의 오스트리아공 돈 후안은 카를로스 1세의 아들이었으니, 펠리페 4세가 낳은 돈 후안 호세에게는 작은증조할아버지뻘 되는 사람이죠.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8/12/20 02:45
저 그림은 제가 어렸을때 세계위인전 전집 속표지 그림인가에서 본 그림이라 기억에 남아있는데....만 6살 짜리가 저런 승마술을 보이다니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8/12/20 06:11
'돈' 은 이름이 아니라 존칭이므로 생략해도 무방하겠습니다.

벨라스케즈→벨라스케스.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08/12/20 07:51
안습의 일가군요;;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8/12/20 08:26
후안 카를로스...후안이 액땜맞습니다 맞고요.

카알-찰스-샤를-카를로스 라는 이름의 왕이 항상 문제를 일으켰던 건 아닌가 한 번 봐야겠는걸요^^. 오스트리아로 가면...카를 5세-카를로스 1세 역시 대제국을 경영하긴 했지만 역시나 이래저래 일이 많았고 카를 6세는 프라그마티세 장크티온까지 발표했지만 결국 그 딸의 대에서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전쟁이 일어나는 걸 피하진 못했고. 프랑스의 샤를로 가면...발로아 왕조의 샤를 6세와 8세는 미치광이로 유명하고-샤를 7세는 어째 잔다르크 관련 영화에서 멍청이 내지 우유부단한 놈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노회한 정책을 펼쳤고, 영국으로 오면...딱 찰스 1세와 2세...현재의 찰스 왕세자가 계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나-그래서 상당히 재수있는 이름의 아들 윌리엄에게 곧장 승계된다는 말도 있고...함...
Commented by _tmp at 2008/12/20 08:33
오오 벨라스케스... 로코코 시대의 회화는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묘하게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
Commented by shaind at 2008/12/20 10:37
음, 디에고 벨라스케스라...... "브레다의 항복"도 그렇고 저 사람은 "관제" 그림을 많이 그렸나 보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0 11:42
네비아찌//전 타임라이프에서 봤지요. 뭐...이상화된 그림이라고 보셔도 좋을 겁니다^^

ghistory//제가 아는 게 별로 없기는 해도 '돈'이 생략 가능한 존칭이라는 걸 모를 정도로 스페인사에 무지하시는 않습니다만? 확실한 오류에 대해서 집어주시는 건 좋지만 이런 식의 쓸데없는 참견은 삼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릿광대//안됐죠.

위장효과//그러고 보니 카를로스/칼/샤를/찰스 중에 안 좋은 운명의 왕이 제법 더 있네요 ㅎㅎ 오스트리아 마지막 황제도 칼 1세고...

_tmp//전 차라리 저 시대 그림이 20세기 것보다 맘에 듭니다. 이해하기 쉬워서요--;;

shaind//궁정화가거든요. 펠리페 4세 시대의 궁정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 많습니다. 그중 유명한 것이 펠리페 4세의 기마상과 왕실 가족들의 집단 초상화 같은 거라더군요.
Commented by 유리 at 2008/12/20 13:16
벨라스케스가 그린 발타사르 카를로스의 그림이 몇장 더 되던데, 어떤 책에서는 꽤 정상적인데다 미래가 밝은 왕자였다지만 꼴까닥;;
펠리페 2세의 아들인 돈 카를로스가 카를로스 시리즈 중 최고의 안습이 아닌가 싶어요.(...) 실러가 희곡을 만들고 그걸 바탕으로 오페라까지 만들어졌는데, 그 안의 카를로스는 정신질환자라기보다는 성격이 물러서 이리저리 치이는 느낌인데 뭐 이러나 저러나 안습인건 독같은듯...;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0 13:21
네, 펠리페 2세의 장남 돈 카를로스가 제일 비극적이라는데는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윙후사르 at 2008/12/20 16:12
어째 다들 요절, 요절... 그나마 오래 산 사람도 비정상... 근데 이상한게 유럽 왕실은 17세기 초엽까지만 해도 영,유아 사망률이 굉장히 높은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동시대 동양권왕실이나 막부는 영유아 사망률이 제로에 가까운 데 저긴 좀 높네요.
Commented by 됴취- at 2008/12/20 16:21
제목보고 순간 1975년의 후안 카를로스로 착각했습..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2/20 21:03
윙후사르//근친혼이 지나친 탓도 있고, 천연두 같은 게 흔했던 탓도 있을 겁니다.

됴취//후안 카를로스 1세야 건강하고 멀쩡하게 잘 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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