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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 1% 아쉬운 번역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작중에서의 키케로에 대한 묘사는 저로서는 뭐라고 평하기가 힘듭니다. 이미 좋게 평해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내용에 대한 리뷰를 하는 것은 헛수고만 보탤 것 같네요. 그보다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번역오류 꼬투리 잡기를 시작하겠습니다(먼산). 뭐, 전체적으로는 번역에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늘 그렇듯 콩알만한 것만 골라내는 거죠, 네 :)


첫째, 번역과정에서의 한국어 어휘 오류.

100p - 복잡한 정치과정을 합종연"행"이라고 적으셨더군요. 합종연"횡"입니다.

216p - "부자비한" 재판장에 대해 적으셨군요. 자비롭지 못한 사람에 대해서 한국어에서는 "부자비"라고 표기하지 않습니다. "무자비"하다고 쓰지요.
....이건 자판에서 'ㅁ'과 'ㅂ'이 바로 근처에 붙어 있다 보니 단순 오타로 봐야 할지 오류로 봐야 할지 좀 헷갈리긴 하는군요. 후자라면 편집진 및 교정자에게도 역시 책임이 돌아갈 듯.

246p - 코뿔소(rhinoceros)는 줄여서 쓰면 "무소"입니다. 언제부터 "무쏘"라고 쓰게 되었는지....이건 자동차 이름이죠, 네 -_-;;
이것도 실수로 시프트를 눌러서 나온 오타?

그리고 보통 "해방노예"로 번역되던 단어를 "자유노예"로 적으셨더군요. 이건 엄밀히 말하면 오류라고는 할 수 없지만, 뭔지 모를 거부감이 좀 느껴지더라고요.



둘째, 라틴어 식 표기와 영어 식 표기 중 하나로 제대로 택일해 주세요.

여러분 모두 아시다시피 이 책은 기원전, 공화정 말기의 고대 로마를 무대로 합니다. 따라서 등장인물 및 지명은 모두 당시의 언어인 라틴어나 그리스어로 서로를 부르고 대화를 나누었겠지만 이 소설의 작자는 현대 영국인이며, 당연히 현대 영어로 이 작품을 썼습니다. 문제는 이걸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영어 표기를 그대로 옮긴 것도 아니고 라틴어 표기를 제대로 옮긴 것도 아닌 이상한 표기가 여러 곳에서 나왔다는 점입니다.

일단 번역자가 의도한 것은 라틴어 식으로 표기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골Gaul"을 죽어라 "가울"이라고 적고 있는 것(그런데 저는 "골"이 맞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_-??)이나, 스페인의 도시 발렌시아Valencia를 "발렌키아(214p)"라고 적고 있는 걸 봐도 티가 나요. 소아시아의 타우루스 산맥도 영어식의 "토러스"가 아닌 라틴어 발음으로 제대로 적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이런 일관성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는 점입니다. 스페인을 히스파니아로 적지 않은 것이야 히스파니아가 어디인지 모르는 독자를 위해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원서에도 스페인이라고 적혀 있었을 거고, 솔직히 번역자가 스페인이 라틴어로는 뭐인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하겠지만 말이죠(웃음). 그래도 스페인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독자를 위해 그럴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저같은 종자의 시각에서는 기왕 라틴어 식으로 적자고 마음먹었으면 "히스파니아(스페인)" 정도로 타협해 주었으면 더 좋겠지만요.

문제는 히스파니아보다 웃긴 몇 가지 사례입니다. 이 번역본, 시칠리아의 수도인 시라쿠사Siracusa시라쿠세라고 적었더군요. 시라쿠세가 어디서 나왔겠습니까? 바로 시라쿠사의 영어식 표기가 시러큐스Syracuse 입니다. 저걸 라틴어 분위기 낸답시고 "라틴어 식으로 읽은" 겁니다-_-;;;

헤르메스 신에 대한 부분도 있군요. 헤르메스는 로마 신화에서는 메르쿠리우스Mercurius라고 부르는데, 영어에서는 라틴어 식 표현이 변화된 머큐리Mercury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헤르메스를 "메르쿠리"라고 적고 있습니다(먼산).



셋째, 지나친 직역 - 몇 군데 보였습니다. 문장보다는 단어 쪽에서 눈에 띄더군요.

1) 폼페이우스 대제 : 이 부분의 "대제"를 가리키는 원어는 "the Great(라틴어로는 Magnus)"일 겁니다. 이건 알렉산더 대왕(알렉산더 더 그레이트)이나 카롤루스 대제(영어로 굳이 부르자면 찰스 더 그레이트지만, 그냥 프랑스식의 샤를마뉴라고 부르죠 보통. 라틴어로는 카롤루스 마그누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붙는 단어죠. 그 대상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칭송하기 위해 "위대한 이"의 뜻으로 great를 붙이는 겁니다.

그런데 폼페이우스는 Great라는 칭호가 붙더라도 "대제"로 불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고요? 간단해요. 폼페이우스는 왕이나 황제가 아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위대한 폼페이우스" 또는 "대(大) 폼페이우스" 등으로 보통 번역합니다. 폼페이우스가 왕이나 황제였다면 대왕이나 대제로 불려도 괜찮지만, 아니었거든요.


2) coin = 동전? : 폼페이우스가 스페인에서 개선하는 부분에 대한 묘사입니다.

"금은, 동전을 수레에 가득 싣고...."


라고 했는데, 개선행진에서 동전을 싣고 온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청동상이라면 몰라도...

아마 해당 부분의 원문은 "coin"일 겁니다. 헌데 요즘 우리가 쓰는 coin이 동전 뿐이라 coin 하면 무조건 동전으로 인식하지만 원래 이 단어는 동전만이 아닌 "주화"를 의미하죠. 즉, coin은 금속으로 만든 모든 종류의 화폐에 대한 총칭입니다. 금화나 은화도 모두 코인이에요. 즉 저 문장을 매끄럽게 번역하자면 "금화와 은화를 수레에 가득 싣고" 정도로 할 수 있겠지요.




아, 그리고 결정적인 거 하나 있어요.

제 예전 포스팅(요거) 기억하시나 모르겠는데.....

.........이 번역가 양반도 로마 시대에 옥수수가 있었다고 번역했습니다. ㅋㅋㅋㅋㅋ

웃어야죠?^^


일단은 열 번째 두루마리까지만 읽은 상태에서 포스팅합니다. 사실 이 책에 다른 불만은 없어요. 매끄럽게 잘 읽히고, 책 자체도 분명히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저야 늘 그렇듯 이런저런 자잘한 꼬투리 붙잡고 늘어지기를 좋아하는지라...게다가 남은 열 개의 두루마리를 모두 읽더라도 더 이상의 오류는 나올 것 같지 않아 그냥 지금 정리된 것만 올립니다(혹 더 찾으면 뒤에 더 붙이지요 ㅋ). 어차피 까려고 읽는 것도 아니고 읽다가 우연히 찾은 것만 나날의 포스팅을 위해 모았으니까요 ㅎㅎ

사실 이 정도 책이면 번역된 것만도 감사해야 합니다만, 2%가 아닌 1%라도 아쉬운 점은 있었기에 그 점에 대해서만 살짝 한 마디 하고파서 작성했습니다. 그럼 이만 11번째 두루마리를 읽으러 갑니다~~^^/

by 슈타인호프 | 2008/11/18 22:49 | 도서잡담 | 트랙백 | 핑백(1) | 덧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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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슈타인호프의 홀로 꿈꾸는 둥지.. at 2008/11/19 20:04

... 앞쪽 절반만 읽은 상태에서 어제 한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로버트 해리스의 "임페리움" 번역본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 읽고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뒤쪽 절반에서도 계속 반복이 되더 ... more

Commented by 행인1 at 2008/11/18 22:54
'옥수수' 오역 없는 세상은 언제나 오려나요...
Commented by 계원필경 at 2008/11/18 23:02
참 '옥수수'가 그렇게도 좋은가 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18 23:56
행인1//언젠가는 오겠지요^^

계원필경//그러게나 말입니다(...)
Commented by 올드캣 at 2008/11/19 00:31
영국을 공격한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19 00:59
God Save the Queen!!!
Commented by 레인 at 2008/11/19 01:58
번역의 세계는 깊고 심오한 겁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8/11/19 09:10
로마인이 신세계를 발견하여 인디언에게 옥수수를 받아온 겁니다! 콜럼부스나 바이킹 즐즐즐!!!! (이거 뭥미.......)
Commented by 어부 at 2008/11/19 09:11
호부후님이나 제가 번역했으면 최소한 이런 실수는 안 저질렀겠죠. ^^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19 09:57
레인//창작만큼이나 깊습니다.

어부//아마 전 대신에 문법오류를 숱하게 냈을 거에요 ㅎㅎ
Commented by 소시민 at 2008/11/19 10:31
역시 번역은 힘들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19 11:35
은근히 어렵고 까다롭죠.
Commented by 곤충 at 2008/11/19 14:20
전설의 옥수수신공!
저런식으로 골치아픈 '어휘'가 꽤나 많은지라... 번역하시는 분들께서는 알고는 있어도, '무의식 중에' 넘어가신다는 군요.;;
Commented by highseek at 2008/11/19 19:21
메르쿠리는 뭔가요. 먹는건가요.. (..)

참, 북미 인디언 신화에 나오는 홍수 이야기에는 옥수수가 등장하는데, 이건 진짜 옥수수 맞겠죠? -_-;;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19 20:14
곤충//아쉽죠, 독자로서는.

highseek//그 옥수수야 진짜 옥수수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muse at 2008/11/20 08:37
그어어어억 로버트 해리스 임페리움...저 그책 원판 닳도록 읽었습니다 너무 좋아...
한국어판도 땡겼는데 사지 말아야겠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20 12:41
한국어로 편하게 읽는다는 점에서는 분명 좋은 책이고, 번역도 괜찮습니다. 문제는 일부 "명사"의 문제죠. 어휴....

참, 혹시 지금도 원서 가지고 계신다면 "퓨마"가 뭔지 좀 확인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Commented by muse at 2008/11/20 20:08
퓨마? 어누 부분에서 퓨마가 나오나요? @@ (웬지 짐작은 가지만 확인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20 20:16
아, 뒤에 포스팅에 리플 달아주신 분이 확인해 주셨습니다.

http://nestofpnix.egloos.com/3986775

요 포스팅 보시면 그 부분 이야기가 나오죠^^;;
Commented by 예비군 at 2008/11/20 12:51
정확히는 합종연형(合從連衡)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11/20 12:56
合從連衡은 합종연횡이라고 읽습니다. 세로로 가로지르는 것을 종단, 가로로 가로지르는 것을 횡단이라고 하지 형단이라고 하지는 않지요.
Commented by 우마왕 at 2008/11/20 13:28
번역자님...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아마도 번역자님께선 아무리 뭐라해도 합종연형이라고 표기한 게 합종연행으로 출판사가 오타냈던 거 였다고 하시고 싶은 모양인데 만일 그러시려면 종을 그 從이 아니라 縱으로 쓰셨여지요.

합종연횡이라 하면 合縱連橫이 되어야 할 텐데 合縱連衡라고 쓰는 이유를 생각하지 않으신 듯 합니다.

합종연횡을 정확히 표기하면 合縱連衡입니다. 합종연형(合從連衡)이 아니라 말이지요. 종의 경우에는 말씀하신대로 從이라는 글자를 쓰는 것을 용인합니다만 衡자는 바꾸지 않지요.

이는 아마도 合縱連衡의 고사가 생겨날 무렵에는 다른 나라들이 종횡으로 엮어 똘똘 뭉치자는 合縱連橫이 아니라 진을 제외한 다른 여섯나라가 저울대(衡)에 맞춰 선 것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진나라에 맞서자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단지 형이나 횡이나 중국어 발음이 유사했기 때문에, 혹은 고사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가로세로가 엮어 하나가 되자 쪽이 더 그럴듯했기에 이쪽으로 전달되면서 합종연횡이라고 바꿔서 오늘에 이르렀던 게 아닌가 싶긴 합니다. 분명한 것은 저 고사성어의 발음은 어디까지나 한국에서의 이야기고 合縱連衡이라는 단어는 원어일 뿐이지요.

발음에 대해 신라의 왕성, 金을 금이 아니라 왜 김으로 읽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이것도 번역자님처럼 잘못된 번역이 빚어낸 오류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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