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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건립 기념공원에 일본군 승전기념비?
제주 우도 '등대 비석은 일제 승전비" 시끌



기사를 요약해서 말하자면, 제주도 우도에 있는 등대 건립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사진)에 일본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승전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게 일본군 승전비랍니다. 위 비문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일본은 청일전쟁에 이겨 10년 뒤 1904년(광무8)에 러일전쟁을 일으켰다. 러시아 바르치크함대가 인도양을 거쳐 제주 바다로 향하는 것을 탐지한 해군제독 도고헤이하치로는 부하를 소섬으로, 또 수병 후쿠다 등 5.6명은 모슬봉에 보내 초소를 지어 러시아 함대의 진로를 정찰시켰다. (중략, 조선 관리들이 일본군이 초소를 설치했다는 사실을 상급자(군수, 목사)에게 계통에 따라 보고하는 과정을 언급했습니다) 러시아 함대가 북상한다는 우도 초소의 보고를 받은 도고 제독은 진해만에 숨겨둔 함대로 추격하여 대파시켰다. 도고는 한국의 이순신, 영국의 넬슨과 함께 세계 3대 해군명장이라고 한다. 1905년 만주의 여순 전투에서 일본 육군대장 노기마레스케가 러시아 장군의 항복을 받자 일본은 강권으로 을사조약을 맺었다. 고로 1906년 3월에 제주도 최초로 우도등대가 정상에 설립되었다.

비석에 새겨진 이런 내용의 출전은 '제주목사 洪鍾宇[外務大臣에게 발송한 제9호 보고서]'와 '金錫翼[耽羅記年]', '泉靖一[濟州島](일어판)' 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전직 도의회 의원과 교수, 교사, 언론인 등 4명이 자문위원으로 올라 있다고 하네요. 누군지 상세한 인적사항은 없습니다.

자....그럼 이 비문과 관련된 논란의 문제는?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가죠. 일본의 승리에 대해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본군 승전비 운운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역사책도 모조리 일본군의 승전 기록문이 되어버릴 테니까요. 고로 해당 기념비가 그 장소에 세워져야 할 이유가 있는지, 그리고 일본군의 승전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할 당위성이 있는지를 따져야겠지요. 또한 누가 그 비를 세웠는가도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겁니다.

그럼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비를 세운 주체는 제주도 현지 주민들이므로 이 점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겁니다. 도고 장군 후손이 세웠다거나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비가 세워진 장소의 성격도 별 문제는 없습니다. 일본군 초소가 있던 자리에 등대가 세워진 것은 일단 역사적 사실이니까요.

자, 그럼 가장 관건이 되는 비문 내용의 문제입니다. 해당 비문에서는 "청일전쟁에서의 일본 승리" "도고 제독의 초소 설치" "이곳에서의 러시아 함대 발견으로 인한 일본 함대의 승리" "여순 함락으로 인한 을사조약 체결"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 자체야 역사적 사실이라고 판단해서 집어넣었을 것이고, 분명 러일전쟁과 관련이 있습니다. 등대의 기초가 된 초소 자체가 러일전쟁 당시 발틱 함대를 발견하기 위해서 설치한 것이니까요. 또한 도고 제독을 이순신/넬슨과 더불어 세계 3대 해군명장이라고 한 것 가지고도 트집을 잡는 모양인데 그것도 거짓말은 아닙니다. 도리어 이순신보다 도고가 국제적 인지도는 더 높을 걸요?-_- 이런 이야기 했다는 이유만으로 일본군 승전비 운운하는 건 과민반응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제 시각으로 볼 때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쓸데없는 내용이 들어감과 동시에 문장이 별로 잘 구성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쓸데없는 내용은 여순전투와 을사조약입니다. 이 등대는 대한해협 해전과는 관련이 있어도 여순전투와는 전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요. 넓게 보자면 을사조약과는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여순전투 이야기는 전혀 필요없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괜히 욕 먹을 거리만 늘렸지요. 그리고 문장 구성에 있어서도, 욕 안 먹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욕 안 먹게 쓸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야욕, 병탄, 협박 같은 상투적인 단어 몇 개만 넣었어도 이런 소리는 안 들었죠. 도리어 흔해빠진 다른 표지판이나 기념물에 묻혀서 그냥저냥 조용히 있었을 텐데, 만든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저런 비문을 새겼는지 모르겠습니다. 뭐, 저렇게 새겨야만 한다는 사명감이라도 있었을까?

어쩌면 제주도를 찾는 일본 관광객들을 고려해서 일본인들에게 거부감을 줄 만한 단어는 가능한 빼고 비문을 만들려고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전에 진해에서 일본 관광객을 끌기 위해 창고에 보관중인 도고 제독 승전기념비(이건 일본인들이 세운 진짜 승전기념비입니다)를 원래 장소에 재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그런 추리도 무리는 아닌 듯 하네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여순전투나 을사조약 이야기는 별로 넣을 필요가 없었어요. 저보고 저 비문을 같은 내용으로, 일본 관광객들도 볼 걸 감안해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라고 했으면 이런 정도로 썼을 겁니다.

청일전쟁에 이긴 일본은 한국을 독점하기 위해 10년만인 1904년(광무8년)에 러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다. 러시아 발틱함대가 인도양을 거쳐 제주 바다로 향하는 것을 탐지한 일본의 해군제독 도고 헤이하치로는 수병 후쿠다를 비롯한 수 명의 부하를 우도에 보내 초소를 짓게 한 다음 러시아 함대가 다가오는 것을 관측하게 했다. 당시 제주목사 홍종우는 휘하 군수들에게 일본군의 초소 설치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나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이들이 우도 초소에서 올린 보고로 러시아 함대의 접근을 확인한 도고 제독은 진해만에 숨겨둔 함대를 출동시켜 러시아 함대를 대파하였고, 이 승리로 인해 한국의 이순신과 영국의 넬슨에 이은 세계 3대 해군명장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우도의 위치가 제주도 일대의 선박 항행에 매우 중요한 장소임이 입증됨에 따라 임시로 만든 일본군 초소가 있던 자리에 1906년 3월부로 정식으로 등대가 건립되었다.

고유명사는 가능한 그대로 사용했지만 바르치크 함대라는 말은 도저히 못 쓰겠군요-.-;;;

조선 관청의 보고 부분은 생략해버렸습니다. 적어도 의미도 없고, 그 보고를 받고 목사가 뭘 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러고 보니 제주목사가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였군요 흐흐.

어떤가요, 원래 비문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 그보다 자연스럽고, 거부감도 덜 느껴지지 않습니까? 일본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크게 반일적인 시각 드러내지도 않았고, 우리나라 시각에서 보더라도 일본에 대한 찬양 같은 분위기는 없고요. 도고도 일부러 "이순신을 이었다"고 적어서 이순신보다 아래라는 의미를 은연중에 전해주고 있지 않습니까 ㅋㅋ

제 생각엔 이 정도로만 적었어도 지금 듣는 일본군 승전비 운운하는 소리는 훨씬 덜했을 텐데, 왜 그렇게 비문을 적었는지 모를 일입니다. 정말 뭔가 생각이 있긴 있었겠지만, 그게 뭔지를 모르니 원.


그리고 지금까지는 일부러 이야기 안 한 건데....마지막으로 언급할 저 비문의 결점이 있습니다. 뭐냐고요?

사실왜곡이라는 겁니다(먼산)


일단 우도의 위치.

보시다시피, 그리고 가보신 분들은 아시다시피 우도는 제주도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발틱 함대는......아래와 같은 경로로 이동했습니다(...)


자, 이 길이 제주도 북동쪽에 있는 우도에서 잘 보일만한 길인가요?(...)


여기에 첨언하면, 공식적으로 러시아 함대를 처음 발견한 것은 지상 초소의 초병이 아니라 해상에서 순찰을 돌던 일본군 정찰함인 가장순양함(仮装巡洋艦, 민간선을 징발하여 무장을 탑재한 배) 시나노마루(信濃丸)의 감시원이었습니다. 발견시각은 새벽 4시 45분이었고, 이 보고가 즉시 마산포에서 기다리고 있는 도고에게 타전되면서 일본의 주력함대가 출격했던 거죠. 고로 저 비문 내용은 일본의 승전기념비 운운하기에 앞서서, 이미 역사적으로 구라라는 이야기(먼산)

by 슈타인호프 | 2008/08/12 03:42 | 뉴스비판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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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urung at 2008/08/12 04:00
역사를 잘 아시는 전문적으로 글쓰시는 분에게 맡기면 이런 쓸데없는 일도 안생길텐데 말입니다.(앞산)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08/08/12 06:54
이런 비밀이 있었군요..
거참 왜 욕먹을만한 글을 쓰시는 기자분이 쩝;;
Commented by 초록불 at 2008/08/12 07:21
하하...-_-
Commented by 르-미르 at 2008/08/12 08:50
바르치크함대 (.....)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8/08/12 08:54
바르치크...해서 마카로프, 로제스트벤스키, 포커삼, 비트게프트...등등 당시 러시아 해군 사령관들의 이름들을 떠올려봤는데...발틱이었군요 . OTL
Commented by 瑞菜 at 2008/08/12 10:12
을사조약 이야기는 을사조약 이후 등대가 건립되어서 쓴 것도 같고, 3대 명장은 은근히 이순신 띄우기로 넣은 것도 같은데,
만만한 것이 역시 일본인 건가.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12 10:16
Nurung//저기 필진들도 나름 역사 안다는 사람들이었겠지요.

어릿광대//이번에는 기자보다 비문 작성자가 먼저...

초록불//웃기죠 뭐(...)

르-미르//아마 일본 자료에 적힌 발틱 함대 발음을 그대로 옮긴 것 같습니다. Baltic을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대충 그런 발음이 날 테니까요.

위장효과//어이가 없죠 좀(.....)

瑞菜//이 등대가 러일전쟁에서 한 몫을 했고, 그 영향으로 일본이 승전해서 을사조약 체결했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겠죠. 아마 자기네 동네에서 이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있었다고 과시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됴취네뷔 at 2008/08/12 12:30
바.. 바르치크.. 교수들도 자문했다며요..

멋져
Commented by 코코볼 at 2008/08/12 12:47
멋지군요..
Commented by 티안무 at 2008/08/12 13:14
지역사람들이라는 한계가 다 그런 거지요. 저 또한 지방사람이라서 하는 말입니다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12 13:23
됴취네뷔//그 교수가 얼마나 열심히 읽었겠습니까.

코코볼//대박이죠, 흐흐.

티안무//관광거리를 만들기 위한 동네 뻥은 뭐 하루이틀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Commented by 한뫼 at 2008/08/12 15:55
이거 참... 어이가 가출을...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12 17:08
뭐 안드로메다는 자리가 없을 듯.....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8/08/12 18:52
이뭐...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12 18:59
병~~~
Commented by minz at 2008/08/12 21:16
바르치크라... 참으로 발칙하기 짝이 없는 개명이라 아니할 수 없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12 21:34
참으로 일본스러운 표기지요.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8/08/12 21:59
뭐 비석은 넓고 해전 얘기만 쓰려니 면적이 남아돌아서 칸채우려다 보니 그런 거 아니겠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12 22:03
그거만 해결할 거면 글자 크기를 키운다는 간단한 해법이 있는걸? ㅋㅋ
Commented by 어부 at 2008/08/13 22:02
쓸데 없는 소리 해서 뭣하러 평지 풍파 불러오는가 모르겠심다. 참.........
Commented by 어부 at 2008/08/13 22:02
아, 역사왜곡은 덤으로...... (이건 또 뭥미)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14 00:00
2005년에 세웠다니까요, 아마 그동안 아무 말 없이 무사했으니 괜찮은 줄 알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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