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으로 족한 것을 비난하지 말자. "따뜻한 말은 생명의 나무가 되고 가시 돋친 말은 마음을 상하게 한다."(잠언, 15장 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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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기억하는 처칠의 위트 몇 가지(하나 추가).
하루 포스팅 두 개라는 쿼터 규정 위반이지만......어제 24시간 동안 한 개도 안 했으니 딱 오늘만 어깁니다(...)

지난번에 포스팅했던 처칠의 맥주병 이야기를 읽으신 채승병님께서 그 이야기에 대한 보충 포스팅을 해주셨습니다. 덕택에 잡학사전의 그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지만 사실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다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김에, 제가 대충 기억하는 처칠의 일화 몇 가지만 포스팅을 해봤습니다.

(17:45, 잊어버리고 있던 거 하나 생각나서 추가)


1. 어느날 한 젊은이가 처칠을 찾아왔다. 그는 아마추어 화가인데, 미술전에 낸 자기 작품을 심사위원들이 혹평했다고 해서 불평을 하고 있었다. 그림도 그릴 줄 모르는 자들이 함부로 남의 실력을 잰다고 화를 내는 그의 이야기를 한참동안 듣던 처칠이 그에게 계란을 내밀었다.

"여보게, 이 계란이 보이는가?"
"네."
"난 계란을 낳아 본 적은 없지만 어떤 계란이 상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있다네. 어떤 물건을 직접 만들어봐야 그 물건을 비평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자네도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걸세."

청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갔다.


2. 처칠이 시골에 있을 때의 일이다. 런던에서 친구가 찾아왔는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처칠이 평소 거니는 산책로를 지나다 보니 풍경화를 그리다가 놓아둔 듯한 캔버스가 하나 놓여 있었다. 그림을 들여다본 친구가 혹평을 했다.

"하가가 어떤 작자인지 모르지만 참 형편없는 풍경화로군."
"그러게 말일세. 실력이 참 형편없는 녀석이 분명해."

맞장구를 친 처칠은 친구가 찾아와 중단했던 바로 그 그림을 계속 그리기 시작했다.


3. 처칠은 세계대전중에 종종 백악관에서 묵었다. 어느날 그가 목욕을 하고 몸을 닦고 있는데 예고 없이 루스벨트가 찾아왔다. 알몸의 처칠을 보고 당황해서 휠체어를 돌려 나가려는 루스벨트를 보고 처칠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대통령 각하. 영국의 수상은 미국 대통령에게 실오라기 하나도 감출 것이 없으니까요!"

(필자 주 - 주머니가 거덜나 미국의 지원 없이는 전쟁도 할 수 없게 된 영국의 현실에 대한 중의적인 위트였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4. 처칠이 자동차 심사대회의 심사위원장으로 초빙을 받은 적이 있었다. 가장 멋진 자동차를 고르는 대회였는데, 출전한 승용차들 모두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잘 닦여 있어서 처칠은 우승자를 고르지 못하고 고심해야 했다. 잠시 생각하던 처칠은 이런 지시를 내렸다.

"모두 엔진 뚜껑을 열어 주십시오."

출전한 모든 차의 본네트가 열리자 처칠은 돌아다니며 그 안을 훑어본 다음 판정을 내렸다.

"우승은 저기 노란 색깔의 자동차입니다."

파란색 승용차를 몰고 온 젊은 여자 한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니, 왜 제 차가 아니고 저 차가 우승이죠? 제 차가 훨씬 깔끔하고 멋있잖아요?"

처칠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부인, 외관상으로는 부인의 차와 저 차가 우열을 범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합니다. 하지만 엔진 뚜껑을 열어 보니 부인의 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하고 먼지가 끼어 있는 데 반해서, 제가 우승자로 뽑은 저 차는 새 차처럼 엔진이 깨끗했습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차와 속까지 깨끗한 차 중 어느 쪽을 우승자로 지명해야 좋겠습니까?"



5(추가 에피).
처칠이 급하게 연설을 하러 방송국에 가야 했는데 마침 차를 이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우닝가에서 택시를 타기로 했는데, 그때 서있는 택시 한 대를 발견하고 급하게 방송국으로 가자고 했다.

"안됩니다, 손님. 이 차는 지금 운행을 할 수 없습니다."
"아니, 왜 안 된다는 말이오?"
"이제 몇 분만 있으면 라디오로 처칠 수상의 연설이 나오는데 영국 국민이라면 마땅히 수상 각하의 방송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죄송합니다, 손님."
"아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괜찮소. 여기, 이거라도 받아두시오."
(처칠을 알아보지 못한 것을 보면 신문을 별로 안 보는 사람이었던 듯)

처칠 수상은 자기가 도착하지 못하면 방송 자체가 시작할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내가 처칠이오'하고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하여튼 자신의 연설을 그토록 기다린다는 이야기에 기분이 좋아진 처칠은 선뜻 지폐 2파운드를 꺼내 내밀었다. 택시기사가 도리어 당황했다.

"아니, 태워드리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갠찮소. 내가 기분이 좋아 드리는 거니 그냥 받아두시오."

그리고는 다른 택시를 찾는데 기사가 뒤에서 부르는 것이 아닌가.

"손님, 손님!"
"왜 그러시오?"
"타십시오. 방송국까지 가신다고 했지요?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연설 방송을 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까짓거 이렇게 큰 돈을 주셨는데 연설이 문젭니까? 얼른 타십시오. 총알같이 방송국으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뭐, 그럽시다."

택시기사의 호언장담처럼 택시는 정말 번개같이 방송국에 도착했다. 그럭저럭 방송시간에 맞춰 도착한 처칠은 택시에서 내리면서 또 2파운드를 내밀었다.

"아니, 아까 주신 돈으로도 요금은 충분한데 왜 또 돈을 주십니까?"
"아무 말 말고 받아 두시오. 아까 돈은 기분이 좋아서 준 것이고, 지금 돈은 기분이 나빠서 주는 것이니까."

어리둥절해 하는 택시기사를 두고 처칠은 유유히 방송국 문안으로 들어갔다.
========================
위 에피소드들의 출처는 어릴 적 집에 있었던 위인들에 대한 에피소드 모음집, "어린이들의 마음의 양식 : 빛을 남긴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내용을 소개한 적은 없어도 책 표지는 예전 포스팅에 잠깐 얼굴을 비친 적이 있네요.


여기서 맨 오른쪽 책


저 책 가져와서 포스팅 거리 없을 때 재미있는 거 중심으로 몇 개쯤 소개해도 좋지 싶네요 ㅎㅎ

by 슈타인호프 | 2008/08/03 15:48 | 도서잡담 | 트랙백 | 핑백(2)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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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즘 조회수 추세로 볼 때 2,3일 정도 더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전혀 예상치 못한 사태의 발발로 인해 오늘 채워버렸네요. 요 앞에 포스팅했던 처칠의 위트 이야기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이글루스 메인에 올라가버렸더군요;;; 도서밸리 인기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메인밸리까지 뜨다니;;; 덕택에 지금도 조회수가 줄줄이 올라가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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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더카니지 at 2008/08/03 15:53
오오 대인배 처칠! 3번은....하지 않겠는가?!
Commented by 瑞菜 at 2008/08/03 16:05
제가 들은 것은 1번 상황에 주인공이 처칠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신문에서 봤는데,

취미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어느 그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이걸 그림이라고 그렸소?" 라고 마구 혹평과 욕을 하는데,
처칠이 그걸 듣고, "아, 그래요? 알겠소" 라면서 수긍을 하더랍니다.
나중에, 수행원들이 와서 "저 사람은 그림이라고는 전혀 모르는데, 왜 수긍하셨나요?"라고 묻자,
처칠이 말하길, "잘 그린 그림은 그림을 모르는 사람도 잘 그렸다고 합니다" 합니다. 라고 했다답니다.

아 그리고 신문 만평이야기도 있지요. 이건 회고록에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언제 조간신문을 보니 자기를 구렁이로 그린 만평도 있더랍니다.
이걸 가족이나 측근들이 알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으며 치를 떨고 있는데,
나중에는 그나마로도 안 그리니 그것도 많이 서운했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곤충 at 2008/08/03 16:51
히틀러에게는 처칠이 필요했던 겁니다.(응?)
Commented by 한뫼 at 2008/08/03 17:05
3번..... 주머니가 거덜난 영국이라... 히총통의 파운드 위폐작전의 결과!!(믿으시는 분 없죠?)
역시 히통은 덩케르크를 밀어버리고 전쟁 끝냈어야 했습니다.(우리에겐 안민게 다행!!)

제가 들은 일화는 처칠이 의회에서 연설하기로 되어있는데 지각, 운전사에게 신호 무시하고 달리라고 지시 -->교통경찰에게 딱 걸림 -->운전사 왈.."이분 수상이신데..."--> 교통경찰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수상각하가 이런 찌질이짓 할 분이 아님 구라치지 마셈!" -->칼 같이 딱지 끊음 -->경찰 책임자에게 처칠 왈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네. 그 훌룡한 교통경찰 승진시키게."-->책임자 왈 "각하. 그것은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에 안되삼!" -->처칠 "허허 오늘 경찰에게 두번 당하네"...
입지요.
Commented by Nurung at 2008/08/03 17:57
처칠은 그렇다치고, 책꽂이에 꽂힌 빛바래고 너덜거리는 책들!!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그리워지네요. 킁킁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03 18:06
더카니지//그렇지요 ㅎㅎ

瑞菜//그건 아마 별도의 다른 이야기일 겁니다. 만평...원래 무플이 최고의 악플이지요 ㅎㅎ

곤충//히틀러 부하 중 처칠같은 사람이 있었으면 일찌감치 숙청되었겠지요.

慕華//뭐 전 비평가는 비평가의 역할이 따로 있다고 봐요. 다이아몬드를 가공하려면 샌드페이퍼가 필요한 법 아니겠습니까?^^

한뫼//아 그 이야기도 있었지요 ㅎㅎ

Nurung//오래된 책은 좋은 거죠 ㅎㅎ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08/08/03 18:23
한뫼님이 이야기 하신 이야기 중학교 도덕교과서에서 본 이야기 같네요..
그러고보니 처칠 수상은 대인배는 대인배이신가봅니다 덜덜
Commented by 레인 at 2008/08/03 19:46
하여튼 큰 인물은 큰 인물입니다;;
Commented by 자연풍선생 at 2008/08/03 19:46
역시 처가 7명이나 있으려면 대인배여야 하는 거군요(얌마!)
Commented by 프랑켄 at 2008/08/03 19:58
처칠일화가 올라오니 생각나는 이야기인데, 처칠이 갱단두목같이 생긴 모습 그대로 욕설도 잘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 애조인 앵무새에게 'fuck you!" ' son of beach'등을 가르쳤는데 그 앵무새 처칠이 죽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는데 사람이 다가오기만 하면 욕설을 날리는 통에 어린이들은 절대 관람불가라는 ^ㅇ^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8/08/03 19:58
제가 들은 이야기도 하나 있습니다.

2차대전 후 노동당 애틀리 내각이 들어서고 대기업 국유화 문제로 의화가 격론을 벌일 때, 휴식시간에 처칠이 화장실에 갔는데 거의 대부분 변기가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마침 애틀리 옆자리는 비었답니다.
하지만 처칠은 거기로 안 가고 다른 자리에 줄을 서서 볼 일을 보니 애틀리가 물었습니다.

"제 옆에 빈자리가 있지 않았습니까. 왜 거길 쓰시지 않았죠? 제 옆에 있기 싫을 정도로 불쾌하신가요?"

그러자 처칠이 대답했습니다.

"천만에요. 그게 아니라 당신은 뭐든지 큰 거만 보면 국유화하자고 달려들어서 그랬습니다."
Commented by 긁적 at 2008/08/03 21:35
이.. 이거 좀 짱인데요..... 기억해두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Commented by 행인1 at 2008/08/03 20:18
이런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가다니 역시 처칠은 대인배였군요.
Commented by 뚱띠이 at 2008/08/03 20:22
처칠의 일활 보면 많은 소설에 묘사된 전형적인 '영국인'의 모습이네요
Commented by 긁적 at 2008/08/03 21:34
역시 대인배시군요 -_-b
Commented by 질투가면 at 2008/08/03 23:12
우와 옛날책들... 저런 옛날책들은 그냥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져요 헉헉헉
Commented by 산왕 at 2008/08/03 23:22
대구 집에 있는 책들이 많이 보이는군요 orz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03 23:37
어릿광대//전 어디서 본 이야긴지 기억이 안 나네요 ㅎㅎ

레인//정말 대단하죠. 만약 19세기에 수상을 했으면 세계를 정복했을 것 같습니다.

자연풍선생//오 처 7명!!

프랑켄//역시 앵무새는 오래 사는군요. 한번 보고 싶은데요? ㅎㅎ

을파소//역시 멋진 위트로군요 ㅎㅎ

행인1//대단한 양반입니다, 정말.

뚱띠이//최후의 위대한 제국주의자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지요.

긁적//멋진 양반입니다. 보스로 모시면 재미있을 듯 ㅋ

질투가면//왠지 요새 책들하고는 느낌이 달라요 ㅎㅎ

산왕//저도 서울과 본가 책 합쳐놓고 사는 게 꿈이랍니다(...)
Commented by 현율 at 2008/08/03 23:41
처칠, 항상 비범한 양반이라 생각했는데..역시 대인배군요!ㅎㅎ
트랙백 해가도 될까요? 혹시 폐가 된다면 말씀해주시면 삭제하겠습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03 23:46
트랙백하셔도 괜찮습니다^^
Commented by 현율 at 2008/08/03 23:50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어부 at 2008/08/04 00:05
이야, 저 계림문고가 아직도 있다뇨. 감탄.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04 00:34
헌책방에서도 요즘은 찾기 힘들죠. 옛날에는 지금의 두 배 정도 있었는데 좀 버렸어요.
Commented by 예영 at 2008/08/04 02:16
추억의 계림문고 사진과 대인배 처칠 수상의 이미지가 오버랩되는군요.

이 분은 풍족한 생활을 하고 싶어서(지름신 강림!!!) 저작활동을 하셨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재주 많은 분이세요.
정치가에, 그림에, 글짓기에~ 거느린 여인네도 많고(럭키 세븐?), 유머감각까지!!!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04 13:50
정말 존경스러운 생을 살았지요. 저보고 처칠 같은 삶을 살아보라고 하면......감당 못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minz at 2008/08/05 10:26
계림문고, 빛을 남긴 이야기..
20년 전의 한토막...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05 12:23
민츠햏도 저 책 아시는 것? ㅋ
Commented by minz at 2008/08/05 23:09
집에 있긴 했죠.
빛을 남긴 이야기 1,2,3, 반디야 반디 등등.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8/06 00:24
음 좋은 책은 좋은 거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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