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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보호와 인간보호 - 호랑이 멸종은 일제만의 죄악인가.
(사진5)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맹수이자 한국호랑이와 같은 아종인 시베리아호랑이
(사실 한국호랑이라는 아종은 학문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림 출처 : http://www.worldofstock.com/closeups/NAN2812.php)


한반도 최강의 맹수이자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숭앙받아온 호랑이는 그보다 좀 못 미치는 존재였던 표범과 더불어서 현재 한반도, 특히 휴전선 이남에서는 멸종상태입니다(호랑이와 표범이 휴전선 이남에 남아있다는 이야기는 안 믿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멸종된 원인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목하는 요인이 바로 일제의 해수구제(해로운 짐승을 소탕하는 것)와 한국전쟁입니다. 특히 한국전쟁때 양 진영은 폭탄의 비를 퍼부어 숲과 산을 박살냄으로서 생태계를 뭉개버렸지요.
하지만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호랑이나 표범은 손으로 꼽을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 전까지 계속된 일본의 식민통치 36년간 대부분의 호랑이나 표범은 이미 사냥당해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 민족정기의 말살을 꾀한 일본에 의한 악질적인 범죄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요, 과연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요?



먼저, 20세기 초는 과연 어떤 시대였는지 잠깐 생각해봅시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20세기 초는 세계적으로 "Big Game(스포츠로서의 대형동물 사냥 - 대형어를 낚는 낚시를 가리키기도 합니다.)"의 전성기이기도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거야 아프리카지만, 한국에서도 1900년대~1920년대는 호랑이라든가 곰, 표범 같은 맹수사냥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죠.

인간이 총을 가지고 동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총이 발명되면서부터입니다. 초기의 총은 느린 발사속도와 활에 비해 그리 우수할 것도 없는 사정거리때문에 전투용으로는 좀 미흡했습니다. 그래서 전투용보다는 수렵용으로 많이 쓰였지요. 하지만 수렵용으로 쓰일 동안도 그렇게 신통한 존재는 아니었고, 19세기가 되면서 후장총이 나오고 강한 위력을 가지게 되자 이때부터 인간이 맹수에 대한 우위를 차지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무기가 발달한 것은 유럽에서였지만, 오랜 사냥과 환경파괴로 인해 이미 유럽에는 맹수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유럽인 사냥꾼들은 낯선 고장의 신기한 짐승들을 찾아 여행을 떠났지요. 북아메리카의 회색곰과 들소를, 아프리카의 사자와 코끼리를, 아시아의 호랑이를. 그리고 이들이 거쳐간 곳은 인도나 아프리카만이 아니었습니다. 한국에도 왔었고, 이 땅에서 호랑이와 표범 곰 사냥을 즐기고 갔지요. 물론 유럽인들만이 아니라 일본인들도 왔고 말입니다. 그 결과 우리 호랑이는 멸종했습니다.



일본인 사냥꾼이 잡은 호랑이


그럼 호랑이의 멸종은 비극이기만 할까요? 외국인들 손에 멸종해서?

다른 면을 한번 보죠. 일전에 제가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일제에게 정복당하기 전 대한제국은 아예 군대를 동원해서 호랑이 사냥을 했습니다. 왜냐고요? 민폐를 끼치거든요. 사람과 가축을 잡아먹습니다. 그걸 그냥 둬야 하나요. 구가의 임무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인데 말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일반 한국 사냥꾼들도 대놓고 호랑이랑 표범 잡았습니다. 총이 없으면 함정 파고 벼락틀 놓고 잡았습니다. 일본인들만 잡은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다시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산하에 호랑이와 표범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합니다. 그리고 아직 멧돼지는 있습니다. 그런데 멧돼지 어때요? 멧돼지가 내려와서 감자랑 인삼 캐 먹고 과수원 작살내는 거 싫어하시죠? 그럼 호랑이가 내려와서 소랑 돼지 물어가고 표범이 내려와서 개 물고 가고 여우가 내려와서 닭 물고 가고 하면 어떨 것 같으세요? 등산은 또 어떨까요? 호랑이가 울부짖고 늑대가 우글거리며 숲을 누비는 산, 등산할 수 있을까요?설령 설악산 전체에 단 한 마리의 호랑이가 있다 해도? 그래도 즐거워하시겠어요? 우리 환경이 살아있다고?

간단합니다. 맹수의 소멸은 인간이 살 수 있는 권역을 넓혔고, 현재의 우리는 그 덕을 보고 있습니다. 덕을 보고 있는 주제에 모든 죄악은 일본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웃기는 일이죠. 정작 우리도 열심히 해댄 게 호랑이 사냥인데 말입니다(웃음).




짤방은 남한에 남아있는 유일한 한국호랑이 박제, 목포 유달초등학교 호랑이입니다. 1908년에 전남 영광 근처 불갑산에서 농부가 판 함정에 빠져 잡힌 것을 일본인이 논 50마지기 값을 주고 사서 당시 일본인 학교였던 유달초등학교에 기증했지요. 털 색깔이 저렇게 바랜 건 그동안 카메라 플래시 불빛을 하도 많이 쐬어서 그렇답니다. 2003년에는 목포 자연사박물관으로 이전하자는 논의도 있었는데, 동문들의 반대 움직임이 강해서 그냥 둔 듯 합니다. 의견수렴하는 공고가 있었더군요.



이하는 참고로 읽으실 만한 여러 가지 한국호랑이에 관한 포스팅들. 제가 직접 쓰려고 찾아보니 여기 있는 내용들 이상 자세한 거 찾기도 힘들더군요. 남의 포스팅 가져다가 제것인 양 올리기도 마땅찮고 해서 그냥 해당 블로그나 기사들을 링크합니다. 생각 있으시면 읽어보세요. 다른 건 둘재 치고, 1924년에 강원도에서 잡힌 호랑이가 진짜 남한 최후의 호랑이(알려진 한도 내에서는)라는 기사가 제일 충격이었습니다.

한겨레 21 - "이름도 없는 슬픈 이름, 한국호랑이"
한국 호랑이의 최후, 한국의 육식동물 어떻게 멸종됐나
한국표범과 호랑이
호랑이와 대한제국군에 대한 짧은 잡담.
누가 마지막 조선호랑이를 보았나?

by 슈타인호프 | 2007/09/07 19:37 | 자연사說 | 트랙백 | 핑백(1) | 덧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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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ed at 슈타인호프의 홀로 꿈꾸는 둥지.. at 2010/01/11 00:08

... 던 호랑이와 고래사냥에 대한 포스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호랑이와 대한제국군에 관한 짧은 잡담 자연보호와 인간보호 - 호랑이 멸종은 일제만의 죄악인가. 일본인이 잡은 고래고기가 러시아인이 잡은 것보다 5배 비싼 이유 한국이 일본보다 큰 포경선을 보유했다? 한국과 일본의 포경선 ... more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9/07 20:25
아이러니죠. 하지만 책임을 넘길 것은 분명히 아닙니다. ( 사실 많은 부분에서 이러잖아요. 소위 나쁘다 싶으면 일단 일제의 침략에 책임을 떠넘기는... ) 말씀대로 한국에 호랑이가 어슬렁 거리고 돌아다니면 해를 끼치지 않아도 부녀회에서 난리날껄요? 호랑이 잡아 가든지 죽이든지 하라고 불안해서 못살겠다고. 호환,마마,어쩌고...가 그냥 나온말이 아닐건데 말이죠.


곰도 호랑이 만큼 인간에게 공격적인 동물도 아닌데 곰이 나타나면 난리가 나고 인명 피해도 나는데 호랑이였다면 정말 골치 아팠을 겁니다.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9/07 20:27
호랑이가 아니라 범 아니던가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9/07 20:29
카메라 플래쉬는 자제 점....이라고 써붙여 놔야하는걸까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9/07 20:32
후장총이 나오고 강한 위력을 가지게 되자->정확하게는, 후장식 강선총이겠지요. 후장식만이 아니라 선반의 출현으로 총탄에 회전력을 실을 수 있게 총신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9/07 20:33
회색곰과 들소->그리즐리와 아메리칸 바이슨?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9/07 20:34
일본의 식민통치 36년간->35년간(1910. 8. 22 또는 8. 29~1945. 8. 15).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9/07 20:44
파파울프//특전사 투입하라고 했을지도 모릅니다, 히힛.

比良坂初音//1908년에 잡은 호랑이니 근 100년이 다 된 물건입니다. 그간 플래시를 얼마나 터뜨렸을지는 뭐...
사실, 어떤 대상이든 플래시는 가급적 안 쓰는게 최선입니다. 그 자극을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ghistory//

1. 범이라고 하면 보다 광의의 호칭으로 알고 있습니다. 호랑이나 범이나 두 호칭 모두 공용해도 상관없는 것으로 아는데요.

2. 길게 쓰기 귀찮아 생략했더니 역시 설명이 부족했군요;; 강선총 자체는 이미 16세기경부터 존재했고, 후장식 총이 나온 것은 19세기 중반입니다. 그런데 이게 충분한 위력을 갖게 된 것은 1880년대부터입니다. 이때부터 탄두에 황동으로 피모를 씌우기 시작했거든요. 그 전까지는 그냥 납덩어리를 탄환으로 썼기 때문에 표적에 맞으면 바로 뭉그러져서 관통력이 떨어졌습니다. 황동을 씌우고부터 그런 현상이 예방됐죠. 생략한 거 하나 더 쓰자면 연발총의 등장도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빗나갔을 경우 재도전의 기회가 생기는 거니까요.

3. 맞습니다.

4. 만으로는 35년이 맞지만 한국에서는 년수 계산법이 약간 다르니까요. 저는 앞에 만을 붙이는 것과 안 붙이는 것으로 서양식과 한국식 연수계산법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덧 : DVD는 잘 도착했나요?
Commented by 一人 at 2007/09/07 21:22
民族 精氣의 抹殺을 꾀한...이라고 하시니, 한때 流行했던, '"日帝"가 朝鮮의 名山에 말뚝을 박아 地脈을 끊으려 했다'는 怪說이 떠오르네요. 에휴.
그리고 '호랑이'는, 元來 범(虎)과 이리(狼)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었던 게, 轉해서 범만을 가리키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굳이 區別할 必要가 있나요?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7/09/07 22:01
사실 근대사의 왠만한 문제는 일제에게 떠넘기면 오케이죠.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9/07 23:40
슈타인호프/ 아직 소식이 없어요.
Commented by ghistory at 2007/09/07 23:40
슈타인호프/ 그런데 왜 탄환은 납이 들어갈까요.
Commented by oldman at 2007/09/08 00:08
사실 호랑이 멸종의 덕을 우리는 톡톡히 보고 있지요.
남한 땅에 호랑이 한마리만 살아도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을 것입니다. 옛날에 가장 무서운 것이 호환, 마마, 전쟁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호랑이에 의한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었으니 말이죠. (호랑이 배를 갈라보니 마패가 나왔다는 에피소드를 읽고 소시적에 후덜덜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제가 아니더라도 호랑이는 멸종되었을 것입니다. 산업화가 진행되고 인간의 영역이 확대될수록 인간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그러나 인간이 영향력을 미쳐야하는 곳을 지배하는 저런 포식동물이야말로 인간의 가장 큰 적이기 때문이지요.
Commented by 행인1 at 2007/09/08 00:43
그나저나 저 박제는 얼마나 찍어댔길래 색이 바랠지경인지...(100년이 되었으니 바랠만도 하지만)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9/08 03:05
一人 //모든 악행은 일본 탓입니다. 일본만 팔면 안 통하는게 없죠. 학교도 일제 잔재, 군대도 일제 잔재, 정부도 일제 잔재...

을파소//요즘 한국에서는 마법의 지팡이가 "일제의 잔재"라는 말입니다. 예전 "빨갱이"라는 말과 비슷한 위력이죠.

ghistory//무거워서 타격력이 있고 값이 싸다는 요인이 큽니다. 다만 잘 찌그러지니 황동으로 껍질을 씌우는 거고요. 게다가 옛날에는 연하기 때문에 총강을 마모시키지 않는다는 것도 중요한 점이었습니다.

oldman//그렇죠. 그래서 세계 다른 지역에 아직 남아 있는 야생 맹수들도 21세기 후반이면 다 사라질 거라고 하더군요. 인구압박 때문에 말입니다.

행인1//햇빛 비치는 학교 현관에 놔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걸요.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7/09/08 09:23
강선총이 16세기부터 있기는 했어도 군용으로 많이 쓰인 것은 아니었죠?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장식 활강총이 각국 군대의 제식 소총이었던 것으로 압니다만 혹시 제가 잘못 안 것은 아닌가요???

음...그러고보니 최근 모 후보의 "특전사동원 멧돼지 사냥"이란 게 한국군의 역사에서는 결코 낯설은 작전이 아니었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9/08 09:56
위장효과//전장총에 강선이 있으면 아무래도 장전이 힘들지요. 그래서 19세기 초까지는 군용 제식소총은 대개 활강총이었던 것이 맞습니다. 그때까지 강선총은 대개 수렵용이었고, 19세기로 접어들면서 편리하게 장전할 수 있는 총과 탄환이 개발된 후에 군용 제식도 강선총으로 바뀝니다.
Commented by 瑞菜 at 2007/09/08 22:11
그러고보니 불과 딱 100년전만 해도 무악재를 사람이 함부로 넘을 수가 없었다지요.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7/09/08 22:59
김왕석씨의 수렵소설 중 한국이 무대였던 건 거의 저 시기였죠. 솔직히 일제 식민지배를 안받고 조선이 자주국가로 나갔다고해도 대형 맹수가 21세기까지 남아있을 거 같진 않습니다.
Commented by 朴下史湯 at 2007/09/09 01:22
민졷정기를 위해서라면 호랑이한테 한두사람 잡아먹히는 것 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암요. (....)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9/09 04:38
瑞菜//군인들이 초소 짓고 주둔하면서 여행자들 인솔해서 넘어가던 고개가 무악잽니다. 수입이 제법 짭짤했죠, 흐흐흐. 실제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무악재에 아직 나무가 제법 울창했습니다. 그 뒤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아주 도시화가 돼버렸죠.

정호찬//그 후엔 남은 짐승이 없었으니...1930년대만 돼도 무대가 만주로 넘어가지 국내에는 사건이 안 터지죠.

朴下史湯//다들 말하는 "자기"는 빼고 말이죠^^
Commented by 上杉謙信 at 2007/09/27 14:05
헉 대한제국도 군대를 동원해서 호랑이 사냥을 한 전력이 있군요 ㄷㄷ

유시민후보의 특전사 맷돼지 사냥도 그냥나온 말이 아니군요 ㄷㄷㄷ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9/27 17:50
上杉謙信//사실 구한말 군대는 외국인들한테 "한국 군대는 산적이 나타나고 해적이 쳐들어와도 흘깃 쳐다보기만 하고 호랑이 잡으러 간다"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호랑이 사냥에 열중했습니다-_-;;
Commented by 호날두 at 2017/02/15 23:36
글 적은거 보니까 이 새끼 친일파 놈에다가 동물 백정이네. 니 같은 매국노 때문에 한국이 욕먹고 일본 원숭이들한테 당하고 살아온거다
Commented at 2018/01/25 09: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18/01/25 10:30
호랑이는 몰라도 표범은 그때까지 아직 좀 남아있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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